'군함도' 백승철 "나이 좀 먹은 새 신랑..코너 배우 아닌 거죠?"

by고규대 기자
2017.08.08 06:05:00

[앙상블 수다] ① '군함도' 새신랑 역 백승철
27년차 연극 배우..작가부터 연출까지 팔색조

최근 개봉한 영화 ‘군함도’에서 새신랑 역을 맡은 배우 백승철이 31일 서울 강동구 영화사 외유내강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쉴새 없이 말을 쏟아낸다. 유머 넘치고 재치 가득하다. 오랜 기간 연극을 한 중견 배우라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도 빼어나다. 영화 ‘군함도’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겹친다. 신부랑 첫날밤도 지새지 못했는데 어쩌다 ‘군함도’로 강제징용된 새신랑이 그가 맡은 캐릭터다. 새신랑은 영화 속에서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에게 활력을 주다 사고로 다리를 잃었음에도 도움 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새신랑치고는 나이가 있죠. 하하. 60살 먹어 장가가도 새신랑은 새신랑이죠. 무대 인사에서 ‘새신랑입니다’라고 인사하면 관객이 빵 터져요.”

백승철은 1991년 극단 미래가 명동의 엘칸토 소극장 무대에 올린 연극 ‘사랑청문회’로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연극배우 경력만 27년 차다. 2000년 이후 영화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영화 ‘종려나무숲’ ‘예의 없는 것들’ ‘황해’ ‘곡성’ 등에 출연했다. 그의 직업을 꼽는다면 배우, 작가, 연출가로 다양하다.

“연극이 주요 활동 무대라 영화에서 성장이 아쉽기는 하죠. 작은 배역을 맡아서 영화 화면에서 저 찾는 건 숨은그림찾기 같아요. 누가 물으면 농담 삼아 ‘코너 배우’ ‘쩜 배우’라고 해요. ‘어디 나왔어?’라고 물으면서 ‘저기, 저 코너에 점 크기만한 배우 있잖아. 나야’ 이렇게요. 하하”

캐릭터가 작을지 몰라도 연기하는 내공이나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은 대단하다. 영화 초반 활력을 돋우는 옆집 아저씨의 입담을 과시하다 종반에는 위안부 여성에게 따뜻한 손을 건네는 오빠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다리를 몇 달 동안 묶고 촬영하느라 힘이 많이들었어요. 처음에는 무릎 위까지 올라 청테이프로 감았는데, 물집이 나서 고생이 많았죠.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 여성용 스타킹을 입고 청테이프를 감으니 괜찮더라고요.”

백승철은 오는 17일 대학로 스타시티 후암스테이지 2관 무대에서 극단 해반드르의 연극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올린다. 20세기 남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문학가 중의 한 명으로 존경받는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원작을 기반으로 백승철 작가가 새롭게 창작한 연극이다. 꿈을 향한 외로운 항해 속에서 깊어만 가는 ‘인간의 고독‘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조연이니 영화를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일반 관객의 반응을 보고 싶어 혼자 극장에도 몇 차례 갔는데, 반응이 아주 좋더라고요. 저희 영화가 혹 폄훼되는 지점이 없지 않아 아쉬워요. 신파적 요소가 있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 신파라는 코드는 어느 작품에나 녹아 있어요. 군함도의 아픔을 알린 의미만으로도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봐요.”

◇‘앙상블(ensemble) 수다’는 영화 속에서 주연에 버금가는, 주연보다 빛난 조연들이 모여 영화 속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다음은 앙상블이 꼽는 ‘바로 이 장면’.

“영화의 종반 한 소녀가 무서워서 밧줄을 못 잡고 주저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부분에서 새 신랑이 노래를 불러 위로하는 장면이 있어요.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는 장면이었어요. 이야기의 흐름을 보니 제가 아는 민요를 부르면 살 것 같더라고요. 감독님이 흔쾌히 허락하셔서 제가 만든 설정이 실제 영화에 들어가게 됐죠. 평소에 연습했던 노래를 의미 있는 장면에 담게 돼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