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QPR과의 씁쓸했던 동거 막내리나?

by이석무 기자
2013.04.09 07:05:08

박지성.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박지성(31)이 속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퀸즈파크레인저스(QPR)의 1부리그 잔류가 어려워졌다.

QPR은 지난 8일(한국시간) 열린 리그 32라운드 위건 애슬레틱과의 홈경기에서 1-1로 비겼다. 반드시 이겨서 승점 3점을 따야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승점 1점밖에 얻지 못했다.

2부리그 강등이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6경기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1부리그 잔류 마지노선인 17위 선덜랜드와의 차이는 7점이나 된다. QPR 입장에선 남은 경기에서 최소 4~5승을 거두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QPR의 2부리그 강등이 현실화되면서 박지성의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지성은 QPR과 2013~2014 시즌까지 계약돼있다. 따라서 QPR이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거나 계약을 해지하지 않으면 박지성이 2부리그에서 뛰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박지성은 QPR과 계약하면서 ‘2부리그로 떨어지면 계약이 자동해지된다’는 조항을 넣지 않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박지성은 주급이 5만 파운드(약 8600만원)나 된다. 주급이 10만 파운드로 알려진 수비수 크로스토퍼 삼바에 이어 팀 내 2위다. 2부리그로 떨어지면 입장료 수입이나 중계권료 등 구단 수입이 크게 감소된다.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몸값이 비싼 선수를 불가피하게 내다팔 수밖에 없다. 아무리 QPR 구단주가 돈이 많다고 해도 박지성을 계속 안고 갈리 없다.

이와 관련해 영국 ‘데일리미러’는 최근 “박지성이 악몽같은 시즌을 보낸 QPR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될 것”이라며 “미국 MLS(메이저리그 사커)와 아랍에미리트(UAE)의 부자 구단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MLS는 데이비드 베컴이나 티에리 앙리 등 은퇴를 앞둔 베테랑 스타들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지성과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영표도 MLS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뛰고 있다. 이영표가 박지성에게 “MLS에서 같이 뛰자”는 제의를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중동리그 역시 엄청난 오일달러를 앞세워 세계적인 스타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리그 수준 자체는 높지 않지만 파격적인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이영표, 설기현 등도 유럽무대에서 활약한 뒤 중동리그를 거친 바 있다.

이미 유럽무대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박지성 입장에선 미국이나 중동을 택하더라도 전혀 이상할게 없다. 오히려 선수 이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데 있어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일부에선 박지성을 K리그로 데려오자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이천수, 차두리 등 2002 한일월드컵 멤버들이 속속 K리그로 복귀했다. 여기에 박지성까지 돌아온다면 K리그 흥행에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은퇴 이후 한국 축구로 돌아와야 하는 만큼 K리그에서 선수인생을 마치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박지성은 여러차례에 걸쳐 “K리그에서 뛸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K리그 구단들이 현실적으로 박지성의 이적료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실적으로 QPR을 떠난다면 유럽 빅리그에서 새 둥지를 찾는 것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역시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몸값이다. FA 자격이라면 모를까, 이적료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박지성을 영입하기가 쉽지 않다. 전성기 기량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어찌됐던 선수인생에서 실패를 모르고 승승장구했던 박지성에게 QPR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최악의 구단으로 남을 QPR과의 동행은 한 시즌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