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2012]탁구 올드보이들이 이룬 값진 은메달
by이석무 기자
2012.08.09 01:54:52
| 한국 남자 탁구 대표팀이 단체전 은메달을 확정지은 뒤 어깨동무를 하고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상은, 유승민, 유남규 감독, 주세혁.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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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비록 만리장성을 넘지는 못했지만 한국 남자 탁구가 런던올림픽에서 구기종목 첫 메달을 수확했다.
유승민(30), 주세혁(32.이상 삼성생명), 오상은(35.KDB대우증권)으로 이뤄진 한국 남자 탁구 대표팀은 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탁구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게임스코어 3-0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 남자 탁구 단체는 4년 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비록 금빛은 아니지만 올림픽에서 2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였다.
특히 단체전에 나선 유승민, 주세혁, 오상은은 모두 30대에 접어든 노장이지만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노메달 위기에 몰렸던 한국 탁구를 구해냈다.
정말 사연 많은 세 올드보이의 값진 은메달이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부상과 악재에 시달리며 고생했다. 맏형은 오상은은 지난해 12월 소속팀이었던 KGC인삼공사에서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아야 했다.
올림픽 티켓을 이미 딴 상황이었지만 심한 방황에 빠져 한 달 동안 술로 시간을 보냈다. 은퇴까지 심각하게 고려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역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김택수 KDB대우증권이 손을 내민 덕분에 새 둥지를 찾았고 올림픽에서 대표팀의 은메달을 이끌었다.
주세혁은 올림픽 메달이 더욱 간절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정작 올림픽에선 한 번도 메달을 딴 적이 없었다. 특히 주세혁은 류머티스성 베제트(만성염증성 혈관질환)이라는 희귀병을 안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스테로이드는 올림픽에서 금지약물로 지정돼있지만 주세혁은 IOC의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아야 한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도 부상을 안고 싸워야 했다. 지난 헤 12월 오른쪽 어깨 인대가 찢어지고 왼쪽 무릎도 다쳤다. 기량이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예비선수로 밀려날 위기까지 몰렸다.
하지만 전성기 기량을 되살리기 위해 많은 땀을 흘린 유승민은 단체전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며 은메달의 일등공신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