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 `2010, 하하하`
by최은영 기자
2010.08.04 08:10:08
[이데일리 SPN 최은영 기자] 누구에게나 평생에 잊지 못할 순간은 있게 마련이다. 배우 유준상(41)에겐 2010년, 올해가 바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가수는 노래 제목따라 배우는 작품명 따라 간다더니 그 말이 `딱`이다. 생애 첫 칸 진출과 수상의 기쁨을 안긴 '하하하'처럼 그의 주변에는 올 한해 크게 웃을 일만 넘쳐나고 있다. 최근에는 개봉 21일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강우석 감독의 '이끼'로 충무로 흥행배우 타이틀까지 덤으로 챙겼다.
최근의 이런 변화는 그의 나이와 맞물려 더 큰 궁금증을 낳곤 한다. 대다수 배우들이 나이 마흔에 접어들면 역할의 한계를 느끼고 좌절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는 어찌된 게 정반대다. 브라운관에서 무대로 그리고 스크린으로 종횡무진이다. 나이가 들수록 젊어지는 외모만큼이나 회춘하는 삶을 살고 있다.
최근작 '이끼'에 함께 출연한 배우 정재영이 그보다 한 살 아래 동생이라면? 깜짝 놀라 되물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날이 젊어지는 비결이 뭔가요?"
질문이 절로 터져나왔다. 실제 만나본 그는 의외로 탄탄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애 둘 딸린 유부남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2006년 영화 '리턴' 촬영하며 극중 캐릭터 때문에 몸을 만든 적이 있어요. 난생 처음 왕자 복근을 가져봤는데 이후부턴 절로 관리를 하게 되던데요? 어렵게 만든 몸이 아까워서요.(웃음)"
| ▲ 영화 '하하하', '이끼', 뮤지컬 '잭더리퍼' 중에서. |
|
하지만 연기의 회춘과 관련해선 특별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자신은 그저 하루하루 연예인의 삶을 즐기며 살았을 뿐이라고 한다. 그 밖에 다른 이유는 못 찾겠는지 한참을 뜸만 들였다. 결국엔 "없다"였지만 말이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아내 홍은희도 요즘 '미시스타'로 절정의 활동을 보이고 있다. 연기에 예능 출연, DJ, 최근에는 아침방송 MC 자리까지 꿰찼다. 유준상은 "그 모든 활동들이 나중에 연기자로 활동할 때 더 큰 에너지로 표출될 것"이라며 "열심히 일하는 아내가 보기 좋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결혼 당시만 해도 화제가 됐던 11살의 나이차가 이젠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부의 모습이 참 많이 닮아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잖아요. 우리 부부의 좌우명은 열심히 살자, 그리고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티자예요."
유준상은 복 많은 남자였다. 직업이 배우고 연예인의 삶을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단다. 모 소설가의 책 제목처럼 `밥벌이의 지겨움`은 적어도 그에겐 없는 듯 했다. 스무살 때부터 써온 일기 형식의 배우 일지를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쓰고 있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의 연예인 예찬은 그 후로도 한참을 계속됐다. 올해 7살, 1살인 두 아들도 연예인으로 살길 원한다면 말리지 않을 거라고 했다. 오히려 "이 좋은 걸 왜 안시켜요"라며 반문하는 그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산다는 건 아주 특별한 느낌이에요. `토지`의 암행어사 박문수부터 `여우와 솜사탕` 강철까지 매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강남엄마 따라잡기` 할 때는 밖에 나가면 다들 절 `선생님`이라고 불렀는데···.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인생을 살게 되겠죠? 벌써부터 설레네요."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일이 이 세상에서 제일 즐겁고 행복하다는 그는 요즘 그새 또 장르를 바꿔 뮤지컬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영화 '이끼'와 장르가 같은 스릴러 공연 `잭더리퍼`가 그것이다. `이끼` 개봉 이전 영화 홍보로 바쁠 때부터 뮤지컬 연습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유준상은 '꿈'을 묻는 질문에 참으로 `꿈` 같은 이야기를 했다.
"70세까지는 '무대'에서 버티고 싶어요.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영화, 드라마 출연도 문제 없겠죠? 80세까지는 연기를 하겠다는 소리죠.(웃음)"
(사진=한대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