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의 포토에세이]'코믹스타' 임형준, 내가 발견한 새 모습

by김정욱 기자
2007.08.08 09:37:02

▲ 배우 임형준

[이데일리 SPN 김정욱기자] 기자라는 직업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매일 사람들을 만나며 취재하고 기사거리를 만들어 낸다.
 
가끔은 지나치게 가식적인 모습에 실망을 하기도 하고, 때론 예상치 못한 진실된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이중 연예인들의 경우, 우리가 평소 인식하고 있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달라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최근 영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에 출연한 배우 임형준을 인터뷰에서 만났다. 각종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이나 영화 속에서 보아왔던 코믹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고 유쾌한 작업이 되겠구나'하고 내심 기대했다.

그런데 점심 전 오전에 만난 임형준은 첫인상부터 예상과 크게 달랐다. 아침 햇살이 은은히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안녕하세요"라며 한껏 낮게 깔린 목소리로 인사하는 모습에서 특유의 '코믹스러운'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 임형준. 그의 실제 느낌은 우리가 알고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너무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만 기대했던 탓일까? 장난기 하나 없는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점잖게 인사하는 모습에 갑자기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영화 속 캐릭터처럼 사진의 분위기를 밝고 쾌활하게 그려내려고 했던 의도가 시작부터 잘못되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진기자는 대개 인물 사진을 찍기 전 '어떤 느낌으로 찍어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인터뷰 장소로 간다. 그런데 이날처럼 머리 속 구상과 전혀 다른 모습을 접하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

물론 기자의 주관적인 관점으로만 취재원의 캐릭터를 임의적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다. 그에 대한 기사를 미리 예상하고 걸맞는 캐릭터와 컨셉트를 정해 촬영에 임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예상 캐릭터와 실제 인물이 다르다면 그때부터 마치 맨땅에 헤딩하듯 인물과 맞딱뜨리는 그 순간부터 인물 성향 파악에 들어간다.
 
그때까지 머리 속에 그렸던 밑그림을 모두 지워버리고, 백지 상태에서 짧은 시간 안에 모델의 성격과 그가 지닌 고유한 매력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증명사진'처럼 정말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사진이 나온다.



무엇보다 최대한 인물을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야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낼 수 있다. 억지로 웃음짓게 하고 특정 포즈를 취하라고 요구하면 익숙치 않은 사람은 거부감을 나타내거나 표정이나 동작에서 어색함이 묻어 나온다. 
  
▲ '이제 마지막입니다. 한번 활짝 웃어주시죠'라는 기자 요구에 임형준이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초반 임형준과의 사진작업은 쉽지 않았다. 사진 촬영이 어색한지 렌즈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영 불편해 보였다. 평소 '자연스러움 속에 편안함'을 사진 찍는 최우선 원칙으로 삼았는데, 편안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굳이 카메라를 바라보지 않아도 되요"라는 말에 임형준은 바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이때 그의 모습에서 '쓸쓸함'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느낌을 발견했다.

이때부터 그가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공간과 여백을 이용해 그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노력해 보았다. 별다른 대화는 없었지만 그도 내가 원하는 이미지가 '코믹함'이 아니란 것을 안 것 같았다.

촬영을 끝내기 전 밝은 이미지를 담기 위해 "이제 마지막입니다. 한번 활짝 웃어주시죠"라는 말에 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 마지막 미소에서 완벽한 그의 이미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단순한 코믹 캐릭터의 미소가 아닌 안에 담겨 있는 왠지 모를 쓸쓸함이 은은히 베어나오는 배우 임형준의 미소.

그날 인터뷰는 사진기자와 모델과의 '말없는' 대화로 이루어졌다. 모델과의 교감. 남들이 느낄 수 없는 이런 미묘한 느낌이 사진기자란 직업의 강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 임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