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4언절구]두 풍운아의 우정이 진심이었다면
by정철우 기자
2007.07.28 10:42:02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2005년 어느날 부산 사직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KIA 김진우는 경기 전 훈련을 마친 뒤 운동장 한켠에서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자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다.
"어제는 정말 참으려고 했는데 장진이 형님이 부르셔서 어쩔 수 없이 나갔어요. 형님이 허리가 좀 안 좋으시다던데 그래도 이 악물고 하신다대요. 저도 열심히 할겁니다."
아쉽게도 그의 굳은 다짐은 썩 믿음이 가지 않았다.
불콰해진 얼굴과 가시지 않는 숙취의 향으로 전날의 음주량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아... 노장진과 김진우가 친한 사이구나'라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었다.
이듬해 노장진은 팀 이탈 파문을 일으키더니 결국 FA 미아가 돼 야구계를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또 몇개월이 지난 지금 김진우도 팀을 떠나 방황하고 있다.
KIA 관계자는 "더 이상 김진우를 붙들 수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상황에는 임의탈퇴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김진우 역시 유니폼을 벗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어찌보면 노장진과 김진우는 비슷한 점이 많다. 빼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그를 뒷받침할 노력은 따라주지 않았다. 불행한 가정사로 방황의 시간이 길었다는 점은 둘 사이를 더욱 가깝게 했을런지도 모른다.
KIA 한 선수는 "진우가 다른 선배들 말은 안들어도 노장진의 말은 잘 들었다. 아마 진우가 속을 터놓고 얘기하는 선배는 노장진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장진은 얼마 전 한 스포츠 신문과 인터뷰서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은 야구장이란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꼭 돌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다짐이 진심이라면 아끼는 후배 김진우를 그냥 두어선 안되지 않을까. 자신의 아픈 경험을 반복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그를 다시 야구장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이 진정한 선배의 할 일이기 때문이다.
노장진도 물론이지만 김진우는 이대로 야구를 접기엔 갖고 있는 재능이 너무 아까운 선수다. 개인은 물론 한국 야구를 위해서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
KIA 구단은 김진우가 새로운 각오로 돌아온다면 다시 받아줄 의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구단내에 김진우에게 연락이 닿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지금 김진우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은 노장진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가장많이 화날때는
감추고픈 자기단점
닮았음을 알때라죠
좋을때만 웃고보고
어려울땐 외면하는
가식적인 사이로만
만난것이 아니라면
진심으로 도움손길
필요해진 지금이때
소매걷고 앞장서서
좋은길로 인도하사
풍운아나 탕아아닌
범생으로 거듭나서
돌덩이나 불과같던
광속투구 보여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