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힙합의 두가지 색깔, 라임버스 vs 마스터 우

by김재범 기자
2007.04.21 20:11:09

[이데일리 SPN 김재범기자] 최근 두 달 간격으로 새 음반을 발표한 그룹 라임버스와 마스터 우.

둘 모두 힙합 뮤지션이고 이들의 음반을 제작한 DJ. DOC의 이하늘과 YG 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은 평소 절친한 사이이다. 실제로 마스터 우의 새 음반에 라임버스의 멤버 피제이가 편곡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새 음반에서 들려주는 음악은 힙합이 가진 폭넓은 저변을 상징하듯 꽤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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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버스의 데뷔 앨범 ‘겟 더 버스’는 클래식 재즈, 솔의 명곡에서 귀에 익은 주제들을 샘플링, 힙합 비트와 절묘하게 배합했다. 어둡고 거친 느낌보다는 경쾌하고 밝은 노래와 세련된 멜로디라인이 돋보인다.


(라임버스 '독백' 맛보기)

타이틀곡 ‘독백’은 스탠더드 재즈 풍의 피아노로 연주되는 마르첼로의 오보에 협주곡 2악장의 메인 주제가 인상적인 노래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편곡과 차분하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이 돋뵌다. 얼핏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일렉트로닉 음악 팀 클래지콰이와의 호흡이 기대 이상으로 뛰어나다.

첫 트랙 ‘넘버 원’은 단순하게 반복되는 리듬이 의외로 중독성이 있다. 노랫말은 래퍼들 답게 예리하지만 음악의 분위기는 밝고 신난다.


(라임버스 '하우 두 유 원트 잇' 맛보기)

임정희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하우 두 유 원트 잇’(How do you want it)은 익살스런 비트박스의 활용이 인상적인 노래이다. 감칠 맛 나는 임정희의 보컬과 꽉찬 사운드가 듣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가사 김과 비트박의 인생극장’이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노래도 놓치면 아까운 곡이다. 도입부의 보사노바 스타일의 기타가 음악을 열면 차분하면서도 정감어린 사운드가 전개된다. 한국적 음악 정서의 한 표현으로 꼽히는 이른바 ‘뽕기’를 느낄 수 있는 노래. 그런데 간주의 하모니카 연주를 비롯해 편곡이 은근히 고급스럽다.

이밖에 ‘아이 라이크 잇’(I like it), '러브게임‘(Love game), '라이터를 켜라’ 등의 노래들에서 70년대 미국 모타운 사운드를 떠올리게 하는 소울풀한 분위기가 힙합의 비트와 어우러지고 있다.

4번 트랙의 ‘스킷’(Skit)은 이 앨범에서 예외적으로 음악적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곡이다. 구체적인 멜로디 라인없이 리듬악기로 구성된 간결한 편곡이지만 래퍼의 역량이 잘 발휘되고 있다. 하지만 이 노래 역시 듣기는 참 편하다.



마스터 우의 2집 앨범 ‘매스 우 파트 2’의 타이틀곡 ‘돈 스톱’(Don't Stop)은 마스터 우가 작사, 작곡하고 원타임 테디가 편곡을 한 노래이다. 지누션의 지누가 피쳐링으로 참가한 전형적인 갱스터 랩이다.
 
YG 특유의 깔끔한 코러스 라인이 훅으로 등장하는데 꽤 매력적이다. 깔끔한 라임(Ryme)이 돋보이는 마스터우의 랩도 괜찮다. 현과 어우러진 갱스터랩으로 노래하는 청춘의 송가라 할 수 있다.



‘두 오어 다이’(Do or Die)는 마스터 우가 개인적으로 딱 한 곡만 추천할 때 들려주고 싶다는j 노래이다. 멜로디 라인이 듣기 좋다. 외모가 주는 느낌 때문에 거칠고 어두운 음악만 추구 할 것 같은 선입견과 달리 팝적이고 신명나는 느낌이 살아있는 대중적인 감성의 노래이다.

‘울라라라’는 이번 2집에서 발견한 숨은 수작 중 하나이다. 인트로의 산뜻한 기타 선율의 여운이 사라지면 레게풍 멜로디에 지은의 은근한 보컬이 깔린다. 절제된 리듬과 음악의 구성이 세련됐고, 랩과 피쳐링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피쳐링을 맡은 레드 록의 랩도 돋보인다.



‘에브리싱즈 올 라이트’(Everything's all rite)는 ‘돈 스톱’에 이어 후속곡으로 생각하는 노래이다. 레게 스타 밥 멀리의 히트곡 후렴을 훅으로 사용했다. 전체적인 노래를 전체적으로 받쳐주는 관악 스타일의 반주가 풍성한 느낌을 준다.

‘크라이’(Cry)는 빅마마의 이영현이 피쳐링으로 참여했다. 이번 앨범에서 노래들이 너무 깔끔한 편곡돼 오히려 좀 허전한 느낌을 받았다면 그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는 끈끈하고 절절한 느낌의 노래이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감성을 담은 ‘펑킹 데드’(Funking Dead)는 묵직한 멜로디와 훅, 틀이 잘 잡힌 랩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너무 직설적인 가사로 인해 방송 전파를 타기는 어렵지만 마스터 우가 지닌 래퍼로서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최적인 음악이다.

이효리를 통해 매력적인 여성에 대한 동경을 익살스레 노래한 ‘미스 효리’는 레게 풍의 곡이다. 중간의 장난스런 효과도 개성 있다. 가사는 장난스럽지만 곡의 구성은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마지막 트랙인 ‘갤럭시’는 압스트랙트라는 장르에 힙합을 접목한 실험적인 곡이다. 장르적 도전을 한 이 노래의 랩 가사에는 “랩은 팝보다 진하다”는 의미심장한 표현이 나온다. 앨범의 마지막 노래로 그가 래퍼로서 지닌 자부심을 가장 잘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