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드림' 꿈꾸며… 한국 몰려오는 전세계 유망주들
by윤기백 기자
2025.03.06 06:00:00
노래·춤부터 작사·작곡까지 트레이닝
외국인 연습생, K팝 체계 만족도 높아
"韓은 음악계 프리미어리그, 꿈의 무대"
올해 데뷔하는 다국적 아이돌 16팀
멤버 절반은 日·中·인니 등 외국 국적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K팝의 나라 한국은 전세계 가수 지망생들이 간절히 바라는 꿈의 무대입니다.”
오는 4월 프리 데뷔를 앞둔 그룹 스윗치(SWEET:CH)의 일본인 멤버 사토시와 진은 요즘 웃음이 절로 나온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음악시장인 한국에서, K팝 아이돌 데뷔 꿈을 마침내 이루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디엔에이엔터테인먼트 연습실에서 만난 사토시와 진은 “음악으로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한 기분”이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K팝 아이돌을 꿈꾸는 외국인 연습생(가수 지망생)이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동안 K팝 기획사들이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외국인 연습생을 선발했다면, 이젠 외국인 연습생들이 데뷔 꿈을 이루기 위해 앞다퉈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 와서 한글을 배우고 K팝 음악 학원을 다니면서 기량을 높인 뒤 오디션에 지원한다. 가요계에서는 K팝이 전 세계 축구 선수들이 꿈꾸는 EPL처럼 됐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음악시장에서 꿈의 무대가 된 것이다.
| 왼쪽부터 블랙핑크 리사, 제로베이스원 장하오, 유니스 엘리시아(사진=로이터, 뉴스1, F&F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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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롤모델로는 태국 국적의 블랙핑크 리사, 중국 국적의 제로베이스원 장하오, 필리핀 출신 유니스 엘리시아가 꼽힌다. 세 사람 모두 K팝 아이돌로 데뷔한 뒤 모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블랙핑크 활동으로 인지도를 높인 리사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스타가 됐다. 한중일 3개국에서 정상급 인기를 누리는 장하오는 최근 중국의 최고 인기 스타들만 출연하는 절강TV ‘달려라’에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SBS 오디션 ‘유니버스 티켓’에서 최종 1위에 올라 데뷔한 엘리시아는 필리핀에서 ‘국민 아이돌’ 대접을 받는다.
| 하츠투하츠 인도네시아 멤버 카르멘(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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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SM엔터테인먼트 신인 그룹 하츠투하츠의 인도네시아 멤버 카르멘이 주목받고 있다. 카르멘의 데뷔가 공식화되자 그의 이름이 며칠째 X(구 트위터)의 ‘인도네시아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오를 정도였다. 인도네시아 현지 상황에 정통한 K팝 기획사 관계자는 “대형기획사의 아이돌 멤버 중 인도네시아 출신은 처음”이라며 “카르멘의 데뷔 소식에 인도네시아는 축제 분위기다. 하츠투하츠는 벌써 인도네시아 국민 걸그룹이 됐다”고 언급했다.
외국인 연습생들도 K팝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 데뷔를 앞둔 사토시와 진은 “K팝 트레이닝 시스템은 노래, 춤뿐만 아니라 작사·작곡 등 전체적인 역량을 모두 끌어 올려준다”면서 “음악에 있어선 한국이 최고”라고 힘줘 말했다.
| 4월 프리 데뷔를 앞둔 스윗치 멤버들(사진=디엔에이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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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기획사들은 외국인 멤버를 전략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국내 팬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원활한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K팝 수요가 높은 국가의 멤버를 발탁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하츠투하츠 카르멘의 고향인 인도네시아는 K팝 수요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 시장조사기관인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K팝 앨범, 음원, 굿즈 판매 등을 집계한 한국 음악 수입국 순위에서 2024년 기준 일본, 대만에 이어 3위 국가다.
K팝 기획사들도 외국인 멤버의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다. 올해 데뷔했거나 데뷔할 다국적 아이돌만 16팀이다. 이중 데뷔조에 포함된 외국인 멤버 비율만 47%(96명 중 45명)에 달한다. 한 K팝 기획사 관계자는 “실력 있는 외국인 연습생이 몰린다는 건 그만큼 K팝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앞으로 글로벌 음악시장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