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주영로 기자
2024.12.23 06:00:00
글로벌 투어 도약하는 첫발
미국, 유럽처럼 활발한 도전 기회 줘야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평정한 윤이나가 지난 9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 시리즈(Q시리즈)에 참가해 출전권을 획득한 뒤 한 말이다.
LPGA 투어 Q시리즈에는 세계랭킹 14위 야마시타 미유(일본)를 비롯해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나란히 3승씩 거둔 아키에와 치사토 이와이 쌍둥이 자매 골퍼 등 정상급 선수가 대거 출전했다. 여기에 KLPGA 투어 상금과 대상, 평균타수 1위를 휩쓴 윤이나가 참가해 LPGA 투어 출전권을 놓고 경쟁했다. Q시리즈에 참가한 선수들의 국적은 미국 외에 한국, 일본, 중국, 스페인,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슬로베니아, 태국 등 다양해 글로벌 넘버원 투어임을 재확인했다.
LPGA 투어 Q시리즈가 막을 내린 뒤 KLPGA 투어도 퀄리파잉 제도를 도입해 외국 선수의 활발한 진출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KLPGA 투어는 지난 11월 15일 출전권을 놓고 시드 순위전을 진행했다. 131명의 선수가 참가했는데, 이 중 외국 국적 선수는 교포 선수를 제외하면 태국 5명과 일본 1명이 전부다.
LPGA 투어와 비교해 KLPGA 투어에 외국 국적 선수의 참가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문호 개방에 적극적이지 않은 제도 때문이다.
LPGA 투어는 퀄리파잉 시리즈를 통해 일정한 조건을 갖춘 선수라면 모두에게 도전의 기회를 준다. 국적과 경력 등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별도의 테스트도 없다. 퀄리파잉 시리즈에 응시해 통과하면 출전권을 받는다. 유럽, 호주, 중국도 LPGA 투어처럼 오픈형 퀄리파잉 제도를 도입해 외국 선수들의 자유로운 도전과 출전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KLPGA 투어에서 활동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내 선수는 테스트를 통과해 준회원과 정회원 등 우선 KLPGA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출전권을 놓고 치르는 시드전에 참가하는 자격을 준다.
외국 선수가 KLPGA 투어로 진출하는 과정은 더 어렵다. 외국 국적 선수는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IQT)라는 또 다른 관문을 통해서 KLPGA 투어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이 제도는 KLPGA 투어가 경쟁력 있는 글로벌 투어로 도약하겠다며 2015년 시작했다. 올해로 10년째 시행했으나 성과가 크지 않다.
올해 KLPGA 투어 공식 상금 랭킹에 이름을 올린 외국 선수는 단 3명뿐이다. KLPGA 투어는 총상금 등 외형만 놓고 보면 미국, 일본 다음이지만, 외국 선수의 참여는 극히 저조하다. 규모가 작은 중국과 비교해서도 외국 선수의 투어 참여율이 낮다.
미국, 유럽 등 다른 투어처럼 오픈형 퀄리파잉 제도를 도입해 실력 있는 외국 국적 선수가 KLPGA 투어로 제한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상대와 경쟁하면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그 동안 우리 선수들은 미국, 일본 투어에 나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경쟁력을 쌓아왔다. 우리 선수들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문을 닫으면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