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골퍼' '기부천사' 김해림, 341번째 대회서 은퇴 "알람 끄고 푹 자고 싶어요"

by주영로 기자
2024.10.25 00:00:00

2009년 데뷔 341개 대회에서 현역 은퇴
성실함, 노력으로 대기만성..후배들에 선한 영향력
데뷔 8년 만에 첫 승..그 뒤 메이저 2승 포함 통산 7승
기부 앞장, 2013년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21세부터 기부 실천, 첫 우승상금도 전액 기부

2009년 KLPGA 투어로 데뷔한 김해림이 16년간 이어온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 제2의 골프인생을 시작한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후배들을 어떻게 지도할지 많이 고민하며 기대하고 있더라고요.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시작하길 기대합니다.”

김해림(35)을 지도한 지유진 삼천리 골프단 감독은 은퇴하는 제자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이제부턴 제자가 아닌 함께 후배를 지도하는 동료가 된다.

2009년 데뷔한 16년 차 프로골퍼 김해림이 은퇴한다. 24일 경기 용인시 88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덕신 EPC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홍진주, 박주영과 함께 현역 341번째 경기에 나섰다.

김해림의 16년 골프인생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데뷔 초기엔 3년이나 2부 투어에서 활동하는 쓴맛을 봤고, 8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첫 우승의 기쁨도 맛봤다. 그랬기에 마무리에는 슬픔과 웃음이 함께 했다.

김해림은 남보다 늦게 골프를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때 골프채를 잡았다. 처음엔 농구 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배웠다. 단지 혼자서 하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단체 운동인 농구 대신 골프를 하라고 권유한 게 김해림의 골프인생 시작이었다. 마지막 경기에는 ‘골프 대디’로 살아온 아버지가 다시 딸의 골프백을 메고 함께 18홀을 누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성공도 조금 늦게 찾아왔다. 2009년 데뷔한 그는 8년 차인 2016년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차지했다. 부족했던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매일 달걀 한 판씩 먹고 체중을 불리는 변화를 줬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달걀 골퍼’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첫 승 물꼬가 터지자 우승이 계속됐다.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우승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2021년 맥콜 모나파크 오픈까지 통산 7승(메이저 2승)을 기록하며 KLPGA 투어 정상급 선수로 활동했다. 2018년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로 진출해 새로운 경험을 쌓았다.

김해림(왼쪽)이 24일 경기 용인시 88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덕신EPC 서울경제 클래식 1라운드에서 캐디로 나선 부친과 함께 페어웨이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김해림의 이름 앞엔 ‘기부 천사’라는 수식어도 함께 했다. 2013년 1억 원 이상 기부자인 아너소사이어티에 이름을 올렸다. 첫 우승 당시 받은 상금 전액(1억 원)도 모두 기부했다. 2007년 프로가 되자마자 6만 원으로 시작한 기부는 조금씩 커졌고, 그의 팬들도 함께했다.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김해림은 누구보다 앞장서 나눔을 실천했다.

현역 활동을 마무리하는 김해림은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일로 “알람을 꺼놓고 마음 편히 잠을 자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데일리와 전화인터뷰에서 “계속 경기를 해야 하니 쉬는 동안에도 ‘연습을 해야지’라는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라며 “연습을 안 하면 불안했고 그런 생활을 계속해왔다. 이제는 그런 삶에 구속받지 않고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정말 푹 자고 싶다”라고 소박한 꿈을 밝혔다.

김해림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지도자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소속사인 삼천리 그룹이 운영하는 골프단에서 자신을 지도한 지유진 감독과 함께 후배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 선수로 활동하며 쌓은 경험을 이용해 후배를 가르쳐 보고 싶다”라며 “특히 기술적인 부분만큼 중요한 멘털과 마음가짐, 진로, 주변의 도움 등 투어 활동을 통해 터득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해림은 후배들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든든한 선배다. 작년 9월 프로 10년 차 서연정이 KG레이디스 오픈에서 259전 260기 끝에 첫 우승을 차지할 당시 그의 곁에 한참이나 머물며 축하했다. 서연정은 “10년 동안 골프 선수로 생활하면서 권태기가 오기도 했다”며 “그때마다 성실한 (김)해림 언니가 많이 이끌어줘서 골프를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우승의 또 다른 원동력을 꼽았다. 지도자로 변신하는 김해림의 두 번째 골프인생이 기대되는 이유다.

1989년 9월 8일생

2007년 8월 KLPGA 입회

통산 341개 대회 참가(2부 투어 포함 374개 대회 참가)

통산 7승(메이저 2승), 톱10 56회

통산상금 34억 3030만5741원

김해림(오른쪽)이 함께 생활하는 후배 서연정이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자 가장 먼저 축하한 뒤 함께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