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통산 120호 골 넣고도 웃지 못한 SON..."더 강해져야"

by이석무 기자
2024.05.07 00:03:00

토트넘의 손흥민이 리버풀과 경기에서 패한 뒤 아쉬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캡틴’ 손흥민(31·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통산 300번째 경기에서 120번째 골을 터뜨렸다. 그는 웃지 못했다.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도 건너뛰었다. 그저 한 골이라도 더 만회하기 위해 다시 공을 집어들려는 생각뿐이었다.

손흥민은 5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23~24 EPL 36라운드 리버풀과 원정경기에서 1-4로 뒤진 후반 32분 만회골을 터뜨렸다. 골대 정면에서 히샬리송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골로 마무리했다.

이 경기는 손흥민의 EPL 통산 300번째 출전 경기였다. 그런 의미있는 경기에서 개인 통산 120번째 득점을 올렸다. 이 골로 손흥민은 EPL 역대 득점 순위에서 ‘리버풀의 전설’ 스티븐 제라드와 공동 22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울러 손흥민은 올 시즌 17골(9어시스트)을 기록했다. 득점 순위는 7위다. 25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는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과 격차를 8골로 좁혔다.

손흥민은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다. 이날 토트넘이 리버풀에 2-4로 완패했기 때문이다. 최근 4연패 수렁에 빠지면서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토트넘은 18승 6무 11패 승점 60으로 5위에 머물렀다. 4위 애스턴 빌라(20승 7무 9패 승점 67)와 승점 차는 여전히 7점 차다. 올 시즌 EPL은 4위 안에 들어야 다음 시즌 UCL 출전권을 받는다.



완전히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토트넘이 잔여 3경기를 모두 이기고 애스턴 빌라는 2경기를 모두 지면 역전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제로나 다름없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14일에는 우승 경쟁 중인 최강 맨체스터 시티와 만난다.

손흥민은 경기 후 구단 공식 채널과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힘들고 실망스러운 오후다”라며 “우린 그걸 마주해야 하고, 더 나아지고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즌 초반에는 모든 게 잘 풀렸고, 모두가 함께했고, 모두 즐거웠고, 모두 우리 경기를 보고 싶어 했다”며 “주장으로서 나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또 “이 고통과 패배를 이겨내고 계속 나아갈 것”이라며 “도전하고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손흥민은 현지매체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전반전에 상대 수비수를 전혀 괴롭히지 못했다”며 “후반전에는 왼쪽 측면으로 이동한 뒤 훨씬 나아졌고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골을 기록했지만 평점은 6점으로 높지 않았다.

‘런던 이브닝스탠다드’도 “손흥민이 중앙 공격수로서 공을 잡기 위해 애썼지만 효과적이지 못했다”며 “왼쪽에서 뛰는 게 더 편안해 보였다. (포지션을 바꾼 뒤)토트넘에 때늦은 희망을 줬다”면서 평점 5점을 줬다.

현지언론의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 이날 손흥민은 90분 동안 볼 터치 71회를 했고 직접 슈팅 2개, 동료의 슈팅으로 이어진 키 패스 2개를 기록했다. 모두 모두 왼쪽 측면 날개로 위치를 바꾼 뒤 나온 것이었다. 만회골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우리는 오늘 실수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 상대는 우리 실수를 곧바로 활용할 줄 아는 수준 높은 팀이었다”면서도 “그래도 적어도 오늘은 토트넘의 축구를 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역시 창의적이었고 공격적이었다”고 애써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