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군백기 타격 없었다… 하이브, K엔터 첫 매출 2조 '하이파이브'

by윤기백 기자
2024.02.29 06:00:00

세븐틴·뉴진스 등 맹활약 이어
12개 글로벌 멀티 레이블 시너지
음반·음원·공연 폭발적 성장세
올해 음반시장 둔화 우려 있지만
음원·굿즈 매출 성장세로 만회 전망

(그래픽=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BTS 없어도 세븐틴, 뉴진스…”

하이브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매출 2조원 고지에 올랐다. 군 복무 중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부재에도 지난해 1600만장의 앨범을 판매한 세븐틴, K팝 그룹 최단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200 1위를 차지한 뉴진스 등의 활약이 이어지면서다. 더불어 한국, 미국, 일본, 남미에서 운영 중인 총 12개의 멀티 레이블이 시너지를 내면서 음반과 음원, 공연 부문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1781억원, 영업이익 295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22.6%, 영업이익은 24.9% 신장한 수치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다. 안도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이브는 멀티레이블 전략이 돋보이는 한 해였다”며 “방탄소년단(BTS) 의존도를 낮추고, 최근 데뷔한 보이넥스트도어, 투어스 등이 K팝 팬덤 내 인지도를 빠르게 늘리는 등 견고한 파이프라인을 다수 만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지난해 하이브의 음반·음원 매출액은 2022년 5519억원에서 2023년 9704억원으로 2배가량 성장했다. 그룹 세븐틴(1600만장)을 필두로 방탄소년단 솔로앨범(870만장), 투모로우바이투게더(650만장), 뉴진스(426만장), 엔하이픈(388만장)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 이로써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들은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4360만장(써클차트 기준)의 앨범을 판매했다. 하이브 아티스트들의 국내 음반판매 점유율은 38%에 달한다.

음원 스트리밍 실적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을 장식한 정국, 국내 연간 스트리밍 차트 1·2위를 동시에 차지한 뉴진스, ‘퍼펙트 나이트’로 지난 연말 음원차트 역주행의 기염을 토한 르세라핌 등의 성과가 돋보였다. 북미에서는 하이브 아메리카의 컨트리 뮤직 전문 레이블 빅 머신 레이블 그룹(BMLG)과 힙합 전문 레이블 QC뮤직 소속 아티스트들이 견조한 스트리밍 실적을 기록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하이브의 음원 매출액은 약 300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80%가량 성장했다.

세븐틴(사진=플레디스)
공연 매출은 2022년 2581억원에서 2023년 3591억원으로 증가했다. 공연 진행 아티스트 수는 2022년 4팀에서 2023년 7팀으로, 전체 공연 진행 횟수는 78회에서 125회로 각각 늘어났다. 엔터기업의 본질인 ‘음악과 공연’에 집중한 결과로, 멀티 레이블 시스템 하에 다양한 가수들이 끊임없이 앨범을 발매하고 투어를 진행하면서 이같은 실적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멀티 레이블의 힘이 이뤄낸 결과다. 하이브는 공식적으로 국내 6개사, 미국 3개사, 일본 2개사, 중남미 1개사의 레이블을 보유 중이다.



국내에는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소속된 빅히트 뮤직, 그룹 세븐틴·투어스가 소속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그룹 르세라핌이 소속된 쏘스뮤직, 지코·보이넥스트도어가 소속된 KOZ엔터테인먼트, 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 그룹 엔하이픈이 소속된 빌리프랩이 있다. 한때 방탄소년단의 매출 의존도가 97.4%에 달했던 하이브는 연이어 레이블을 인수하며 18팀의 아티스트 라인업을 구축, 방탄소년단의 부재에도 이같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

뉴진스(사진=어도어)
미국에는 하이브 아메리카 자회사로 빅 머신 레이블 그룹, QC뮤직, 하이브X게펜 레코드가 있다. 소속 아티스트는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 등이 있다. 일본에서는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과 네이코(NAECO)가, 남미에서는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가 있다. 이로써 하이브는 국내를 기반으로 세계 1, 2위 음악시장인 미국과 일본, 가파르게 성장하는 남미 음악시장에 레이블을 직접 소유하며 아티스트 라인업 다각화를 이뤄냈다.

그 결과 지역별 매출 다변화도 자연스럽게 이뤄냈다. 하이브가 공개한 지역별 수익 자료에 따르면 한국 36%, 일본 31%, 북미 26%, 아시아 3%, 중국 1%, 기타 3% 순으로 집계됐다. 리스크가 많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구매력을 갖춘 팬덤이 많은 미국, 일본으로 발을 넓히면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중국 공동구매 여파로 앨범 판매량이 급감했지만 하이브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이유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하이브의 이같은 고실적에도 주식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하이브는 실적 발표 다음 날인 27일 전일 대비 7.13%(1만5500원) 하락한 20만2000원에 장을 마쳤다.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거나 유지하고 있다. 하이브가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가요계 전반적으로 주요 수익원인 음반 성장의 둔화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앨범 성장 둔화에 따른 산업의 밸류에이션 하락으로 목표 P/E(주가수익비율)를 13% 하향한다”면서 목표주가를 34만5000원에서 31만5000원으로 내렸다.

엔터업계 전문가들은 음반 성장이 둔화될 수 있지만 음원, 공연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총매출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19 당시 공연 활동이 무산되면서 팬덤의 구매 욕구가 음반으로 표출됐지만, 지금은 음반 외에도 음원, 공연, 머치(아티스트 상품) 등으로 소비할 여력이 많아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음반을 사서 듣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냐”면서 “지난 몇 년간은 공연을 못 보고 공연장에서 굿즈를 살 수 없어 음반 구매로 팬덤의 화력이 집중된 것인데, 지금은 음반 외에도 소비할 요소가 많다는 점에서 음반은 줄고 공연, 음원, 굿즈 등 매출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리아나 그란데(사진=SNS)
하이브가 팬덤 플랫폼 위버스의 사업 고도화,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게임, 출판 등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새로운 매출원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하이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론칭하는 ‘별이 되어라2’ 등을 시작으로 게임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위버스의 경우 구독형 멤버십 플러스의 점진적 도입, 바이팬스(팬들이 만드는 굿즈) 출시로 수익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업인 음악과 공연에도 박차를 가한다. 군 복무를 마친 방탄소년단 제이홉, 진이 연내 솔로앨범 발매를 예정하고 있다. 또 하이브 아메리카 소속 아리아나 그란데의 정규앨범 발매 등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인 아티스트도 세 팀이나 데뷔한다. 플레디스 소속 투어스를 시작으로 빌리프랩의 아일릿, 하이브X게펜 레코드의 캣츠아이가 순차적으로 데뷔한다. 이를 통해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강화하고, 아티스트 라인업 다각화로 음반과 음원, 공연 매출의 성장세를 계속해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