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PD수첩 내공에 OTT 날개 다니 '파급력 최고'
by김가영 기자
2023.03.13 05:00:00
'나는 신이다' 다큐멘터리 장르 특성에도 연일 화제
MBC 조성현 PD와 넷플릭스의 협업으로 시너지
"앞으로도 더 다양한 협업 기대"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사이비 종교에 대한 내용은 지상파 다큐멘터리에서도 많이 다뤘는데, 왜 ‘나는 신이다’에만 이렇게 반응을 보낼까요?”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기획하고 제작한 조성현 PD는 이렇게 화두를 던졌다. 그의 말처럼 ‘나는 신이다’는 연일 뜨거운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예능·드라마·영화 보다 비교적 화제성이 낮다고 평가된 다큐멘터리 장르의 특성을 넘었다는 반응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가진 힘과 지상파 다큐멘터리 PD가 가진 축적된 노하우가 만나 좋은 결과물을 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는 신이다’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JMS(기독교복음선교회) 정명석,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등 대한민국 현대사 속 ‘메시아’ 뒤에 숨은 사건과 사람을 추적했다. ‘JMS, 신의 신부들’,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등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여신도를 성폭행하고 신도들을 금전적으로 착취하는 사이비 종교의 민낯이 낱낱이 담겼다.
‘나는 신이다’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방송의 소재였던 사이비 종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동시에, 방송가와 플랫폼의 협업을 통해 좋은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나는 신이다’는 ‘PD수첩’을 연출한 MBC 소속 조성현 PD가 기획하고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조 PD는 넷플릭스와 ‘나는 신이다’를 제작했기 때문에 제작 방식부터 형태까지 자유로울 수 있었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조 PD는 “같은 주제를 ‘PD수첩’으로 제작했다면 8주~10주의 시간을 들여 만들고 만나는 사람도 적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로 등장하고 있는 메이플은 만나서 인터뷰 하기까지 40일의 시간이 걸렸는데, ‘PD수첩’이었다면 만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을 것”이라며 “편성과 제작 방식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고 전했다.
선정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수위 면에서 자유로운 플랫폼 특성 덕분에 사이비 종교의 실체가 더 잘 전달됐다는 점도 있다. 조 PD는 “‘신도에게 몹쓸 짓을 했습니다’가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얼마나 끔찍했고 왜 그럼에도 메시아라고 믿고 있는지, 사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나체 사진도 모자이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모자이크를 한다면 그들이 방어논리를 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나는 신이다’ 뿐만 아니라, 지상파와 플랫폼의 협업은 지속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배정훈 PD는 웨이브와 협업해 ‘국가수사본부’를 제작했고, MBC 교양 장호기 PD는 넷플릭스와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100’을 제작해 흥행에 성공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플랫폼과 지상파 PD의 협업에 대해 “새로운 문이 열린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지상파는 시사·교양 등을 통해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취재력과 아카이브 등이 있는데, 지상파이기 때문에 다루지 못했던 것도 있었을 것”이라며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나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소속인 PD A씨도 “방송사는 한 해 제작하고 방송할 수 있는 방송의 개수가 정해져 있다 보니, 방송사의 좋은 시스템으로 잘 트레이닝된 PD들에게 기회가 많지 않아 그 능력을 펼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OTT까지 범위가 확장된다면, 더 다양한 기획을 할만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방송사, OTT 특성에 맞는 기획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짚었다.
‘PD수첩’ PD의 취재력이 OTT라는 날개를 달아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조 PD는 프로그램에 대해 “이 종교와 사건을 알고 인지를 해서 사회적인 화두를 던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방송을 보고 한 두 명이라도 탈퇴를 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처럼, 방송이 공개된 후 ‘나는 신이다’에서 다룬 사이비 교주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면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신도 성폭행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명석 사건에 대해 “피해자들에 대한 세심한 지원과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피고인에 대해 범행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벌이 선고돼 집행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종교 안에서도 이탈이 시작되고 있다. 조 PD는 “JMS를 탈퇴한 사람들이 모인 ‘가나안’ 카페를 보면 다큐멘터리를 보고 탈퇴를 했다는 얘기가 많다”며 “내부자들에서도 동요를 하고 탈퇴를 하니까 보람이 있다”고 털어놨다.
JMS 신도를 찾는 움직임도 생기고 있다. JMS가 운영 중인 교회와 업체 리스트가 공개되는가 하면, DKZ 멤버 경윤의 부모님이 JMS의 카페를 운영 중이라는 것이 알려져 비난받기도 했다. 또한 KBS의 PD와 통역사가 JMS 신도라는 것이 알려지며 색출 작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 PD는 “신도를 색출해야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라며 “그분들은 종교를 선택했을 뿐이고, 사회적으로 패악을 끼친 것이 아니라면 마녀사냥이 벌어지면 안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