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김재희 “훅 때문에 고생한 작년과는 달라요”(인터뷰)

by주미희 기자
2022.03.22 00:10:00

슈퍼 루키로 기대받은 작년…1년 내내 '훅' 때문에 고생
올해는 다르다…TV 중계로 내 플레이 많이 선보이고 싶어

김재희가 올해부터 메디힐 모자를 쓰고 KLPGA 투어에서 활동한다.(사진=메디힐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작년에는 일 년 내내 ‘훅’ 때문에 고생했어요. 10점 만점에 2점밖에 주지 못할 것 같아요. 올해는 달라요. 작년처럼 시즌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국가대표 출신인 김재희(21)는 2020년 드림투어 3승을 거두며 상금왕 자격으로 KLPGA 투어에 데뷔했다. 드라이브샷 평균 250야드의 장타 능력을 갖췄고 아이언 샷도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슈퍼 루키’, ‘가장 강력한 신인상 후보’라는 기대를 받으며 2021년 KLPGA 투어에 데뷔했지만 뜻밖에 고전했다. 27개 대회에서 10번 컷 탈락했고 톱10은 3번에 그쳤다. 준우승을 차지한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처럼 좋은 모습을 보인 대회도 있었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어느새 목표였던 신인상은 멀어졌고, 상금 순위 47위·신인상 순위 6위로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 ‘슈퍼 루키’ 기대받았지만…훅 때문에 기량 발휘 못해

최근 골프의류 브랜드 르꼬끄 촬영 현장에서 만난 김재희는 “지난해 내 골프는 좋지 않았다”며 “훅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훅’은 오른손잡이 골퍼의 경우 왼쪽으로 급격하게 휘는 샷을 말한다.

김재희는 2021년을 앞두고 전지훈련에 조금 늦게 합류하는 대신 실내에서 혼자 연습하다가 샷이 망가졌다고 진단했다. 1년 내내 훅이 그를 괴롭혔다. 신인상은 눈앞에 있는 목표가 아닌 그저 바람이었다.

“나는 불안한데 ‘슈퍼 루키’라고 기대를 많이 받아 부담감도 있었어요. 시즌 중반부터는 신인상도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에 시드 유지로 목표를 낮췄죠. 훅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고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과거의 자신과 비교한 것도 김재희의 발목을 잡았다.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해도 잘 쳤는데 지금은 왜 안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예전 습관을 되새기며 돌아가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



김성윤 코치는 김재희에게 “예전과 체형, 근육량 등 모든 게 다른데 왜 자꾸 예전을 생각하느냐. 너는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라며 “지금부터 너에게 맞는 걸 찾아가는 게 훨씬 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태국에서 김성윤 코치와 6주간 진행한 동계 훈련에서 샷을 교정하는 데 집중했고 다행히 성과가 보였다.

김재희가 2020년 KLPGA 드림투어 상금왕으로 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는 모습.(사진=KLPGA 제공)
◇ KLPGA 투어 재능만으로는 안 되는 것 뼈저리게 느껴

김재희는 “조금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스스로 재능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걸로는 KLPGA 투어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마추어 때는 공을 똑바로만 치고 기본적인 어프로치만 해도 최고가 될 수 있었다. KLPGA 투어는 전혀 달랐다. 그린이 빠르고 딱딱해 막 KLPGA 투어에 올라온 선수들은 쇼트게임 때문에 골머리를 싸맨다. 김재희도 지난해부터 섬세한 스킬을 익혀야 한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전지훈련을 함께 진행한 백규정(27)은 김재희에게 훌륭한 거울이었다. 2014년 신인 신분으로 KLPGA 투어 3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승을 거두며 맹활약을 펼친 백규정은 이후 샷 난조를 보여 부진에 빠졌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샷을 한다. LPGA 투어에서 활동한 덕분에 쇼트게임 기술 또한 굉장하다. 백규정과 함께 플레이한 경험이 있는 김재희는 지난해 샷이 맞지 않을 때, 당시를 떠올리며 자신감 있는 샷을 하려 노력했다.

김재희는 “컷 탈락을 하더라도 훅을 고쳐보자는 마음을 갖고 대회에 나갔을 때도 있다”며 “아웃 오브 바운즈(OB)가 나더라도 자신 있게 쳐보자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스윙했는데 그런 부분이 지난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센스와 재치 넘치는 ‘틱톡’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과 밝고 톡톡 튀는 성격 덕분에 여자 골프를 대표하는 MZ세대 골퍼로 유명하다. 골프를 대하는 자세는 진지하기 그지없다. 김재희는 “사실 작년에 너무 높은 평가를 받아서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며 “올해는 작년에 못 이뤘던 목표인 우승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재희의 일상 모습(사진=김재희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