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돌은 쉼표지만… 현쥬니의 도전은 계속 [인터뷰]

by윤기백 기자
2022.02.28 06:00:00

'엄마는 아이돌' 출연 현쥬니
세계 최초 '엄마 아이돌' 데뷔
"데뷔하자마자 은퇴했지만…
언젠간 '마마돌'로 돌아올 것"

‘엄마는 아이돌’ 현쥬니(사진=tvN)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엄마가 돼서도 꿈꿀 수 있고 도전할 수 있어요.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 가정의 엄마이자 아내에서 늦깎이 아이돌로 데뷔한 배우 현쥬니의 이야기다. 현쥬니는 tvN ‘엄마는 아이돌’을 통해 전 세계 최초로 엄마들로 구성된 걸그룹 마마돌(M.M.D)로 성공적인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무대 위에서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빛났던 현쥬니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메인 댄서가 된 날 ‘엄마는 모든 할 수 있다’라는 말을 외쳤는데, 사실 내가 그렇게 말한 지도 몰랐다”며 “대부분의 여성이 엄마가 된 이후에 자존감이 낮아지곤 하는데, 엄마이기 이전에 너무나 아름답고 사랑받은 존재라는 걸 잊지 말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쥬니는 또 “엄마가 자존감을 찾으면 결국 아이에게도 좋은 기운을 불어넣게 된다”며 “나의 행복이 곧 가족의 행복이 되는 만큼 모두가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쥬니(사진=에일리언컴퍼니)
◇‘세계 최초’가 된 현쥬니

현쥬니는 ‘엄마는 아이돌’을 통해 결성된 마마돌 활동으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엄마로만 구성된 걸그룹으로 데뷔했기 때문이다. 현쥬니가 소속된 마마돌은 Mnet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오를 당시 MC들이 ‘세계 최초’라고 언급할 만큼, 현쥬니와 마마돌의 도전은 그야말로 기념비적이었다.

“저희도 방송을 함께 보면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듣고 무척 영광스러웠어요. 사실 연습하는 동안은 세계 최초가 될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거든요. 뭔가 한 획을 그었다는 생각에 무척 뿌듯해요. 소름이 돋기도 했고요.”

현쥬니가 마마돌 활동에 더욱 뿌듯함을 느낀 이유는 바로 10세 아들의 열띤 반응 때문이기도 하다. 현쥬니의 아들은 평소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인데, 엄마가 부른 ‘우아힙’을 아침과 점심, 저녁까지 하루 종일 듣는다고 했다.

“아들이 항상 칭찬해 줘요. 엄마 너무 멋있고, 제일 예쁘다고요(웃음). 제가 곤란해질 정도로 너무 자랑을 많이 하고 다니는데요. 든든한 아들 덕분에 더욱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끔 제가 늦잠을 자면, 아들은 제 귀에 ‘우아힙’을 틀어서 들려주기도 해요. 저는 그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일어나곤 하죠. 그런 모습을 가족들도 재미있어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 아들이 좋아한다는 점에서 엄마로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엄마는 아이돌’ 마마돌(사진=tvN)
마마돌의 ‘우아힙’이란 결과물은 무척 훌륭했지만, 그런 결과물을 보여주기까지 현쥬니는 그야말로 ‘피, 땀,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아이돌로서 무대에 서 본 적이 없고, 밴드 활동은 했지만 퍼포먼스를 해본 경험이 전무해 다른 멤버들보다 2배, 3배는 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엄마는 아이돌’에서 가장 처음 접한 건 춤이었어요. 제 머릿속엔 ‘잘 추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제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따로 놀았죠. 하지만 언제까지 제 몸 탓만 할 순 없었어요.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릴 순 없겠지만, 최선의 무대를 보여드리자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연습 또 연습했죠. 그렇게 메인 댄서 포지션을 얻게 되니까 부담이 더 커지더라고요. 오죽하면 매일 아침잠에서 깨자마자 춤 연습을 하곤 했어요(웃음).”



멤버들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마마돌의 연습 현장은 굉장히 독특했다고 현쥬니는 말했다. 다들 연예계 활동을 꽤 하기도 했고, 엄마로서도 노하우가 쌓인 만큼 그런 점들이 곳곳에서 베어나왔다고 말했다.

“연습실에서 당 떨어질까 봐 초콜렛을 챙겨 먹곤 했어요. 또 저희 대기실에선 유독 파스 냄새가 진동하고 했죠. 나이가 있다 보니 연습을 하고 나면 몸이 계속 쑤시기도 했고, 서로 파스를 붙여주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었어요. 저희만의 유행어도 있었죠. ‘입술 챙겼어?’, ‘눈썹 챙겼어?’가 대표적이에요.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다 보니 입술이 지워지잖아요. 그래서 서로들 ‘입술 챙기세요’라고 말을 건네주곤 했어요.”

‘엄마는 아이돌’ 현쥬니(사진=tvN)
‘엄마는 아이돌’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현쥬니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첫 완전체 미션’이라고 답했다.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라이브 춤과 노래를 10시간 안에 소화해야 하는 미션이었는데, 그때 정말 고생을 해서 그런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6인 완전체로 처음 연습한 곡이 ‘넥스트 레벨’이었어요. 처음 들었을 땐 ‘설마 10시간 만 주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제작진이 정말 칼 같더라고요. 그때 퇴근도 포기하고 연습했어요. 진짜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그 누구도 불평불만 없이 연습에만 매진했던 것 같아요. 가장 힘들었던 건 동선 맞추기였어요. 요즘 아이돌은 칼군무는 기본이고 복잡한 동선까지 소화해야 하더라고요. 그걸 10시간 만에 다 하려다 보니 정말 고생했죠.”

현쥬니는 배우 출신답게 무대 위에서 포스가 대단했다. 마치 음악에 담긴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연기로 펼쳐내는 것처럼, 현쥬니의 파트만큼은 몰입감이 상당했다.

“멤버들이 그러더라고요. 배우는 배우구나라고요. 가수에겐 없는 무드가 있다고 하던데, 가끔씩 ‘표정 연기 연습했냐’고 묻곤 했어요. 사실 거울 보고 표정연기를 연습했다기보단, 그 곡의 분위기 속에 담긴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현쥬니(사진=에일리언컴퍼니)
마마돌 멤버들은 약 3분간의 ‘우아힙’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3개월 대장정을 쉼 없이 달렸다. 그렇게 데뷔 무대에 오른 마마돌은 ‘우아힙’이란 곡명에 걸맞게 우아하고 힙한 무대를 펼치며 강렬한 아우라를 뽐냈다. 무대를 접한 이들의 호평도 쏟아졌다. 또 마마돌의 앞으로의 행보에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무대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데뷔 무대이자 고별 무대이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데뷔를 앞두고 기쁜 마음이 앞서야 하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데뷔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무척 슬펐어요. 끝이 정해진 그룹이다 보니까 기쁨과 설렘보단 허한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저는 마침표를 찍고 싶지 않은데, 본의 아니게 마침표가 찍혀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전 마침표가 아닌 쉼표로 바꾸려고요. 언제든 다시 만나 활동할 수 있도록, 활동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요.”

마마돌은 잠시 쉼표지만, 현쥬니의 행보는 계속된다. ‘본업’인 배우로서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버킷리스트를 이루면서 새해를 시작했는데요. 일단은 본업으로 돌아가서 좋은 캐릭터로 시청자를 만나는 게 좋은 선택인 것 같아요. 한동안 가수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렸으니, 당분간은 배우로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제 나이가 찼고 엄마도 됐으니 깊이 있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또 재밌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넷플릭스 작품도 출연하고 싶어요. 마마돌은 잠시 쉼표로 놔두기로 했으니,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마마돌 현쥬니로 ‘짠’하고 나타나겠습니다. 2022년에는 팔색조 현쥬니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