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갑상선암 딛고 우승…이준석 “핑계 대기 싫어 죽기 살기로 했다”

by임정우 기자
2021.06.30 03:00:10

이준석.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이준석(33)은 실력과 매너, 그리고 누구보다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골프에 대한 열정도 넘친다. 2018년 말 갑상선암 판정을 받은 이준석이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은 이유다. 지난해 11월 수술을 받은 이준석은 올해 초 완치 판정을 받은 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로 돌아왔다.

올 시즌 7번째 대회에서는 이준석이 그토록 기다리던 KPGA 코리안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그는 27일 끝난 제63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며 내셔널 타이틀과 우승 상금 4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29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갑상선암을 이겨내고 프로 데뷔 후 13년간 꿈에 그리던 우승을 차지하게 돼 정말 감격스럽다”며 “아직도 하늘을 나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 첫 우승의 물꼬를 튼 만큼 계속해서 승전보를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15세 때 호주로 골프 유학을 떠나 호주 국가대표로 활동했던 이준석은 2008년 KPGA 코리안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QT)를 수석으로 통과했다. 큰 기대를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성적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다.

고민 끝에 이준석은 2017년부터 해외 투어 활동을 접고 국내 무대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2017시즌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5위를 차지한 이준석은 2018시즌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준우승을 포함해 톱10에 4번 이름을 올리며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7위를 기록했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2018년 11월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병상에 눕게 됐다. 암이라는 말에 이준석은 눈물을 쏟아냈다. 모든 게 끝난 줄 알았다. 수술과 치료를 놓고 고민하던 이준석은 투어 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정했고 2019시즌과 2020시즌을 소화했다.

그는 “처음 암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골프 선수로서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데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찾아왔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며 “하지만 절대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했고 투어 생활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담당 의사로부터 더는 수술을 미루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준석은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결과는 좋았다. 완치 판정을 받은 이준석은 빠르게 몸을 끌어올리며 올 시즌 개막전을 준비했다.

암을 이겨내고 필드로 돌아온 이준석은 예년보다 더 단단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는 올 시즌 출전한 7개 대회에서 모두 컷 통과에 성공했고 KPGA 코리안투어 첫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도 맺었다.

그는 “수술을 받은 뒤 피로가 쉽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프로 골퍼라면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전과 같이 앞으로도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건강을 챙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준석은 암 투병 이후 많은 게 달라졌다. 무조건 빠르게가 아닌 나만의 속도록 천천히 가는 법을 터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각도 이전보다 어른스러워지고 깊어졌다.

그는 “프로 골퍼인 만큼 승부욕을 갖는 게 당연하지만 예전처럼 ‘무조건 잘 쳐야 해’라는 욕심을 버리게 됐다”며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경주, 황인춘 선배처럼 오랜 시간 투어를 누비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몸 관리를 잘 해보겠다”고 말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가족에게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준석은 “골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준 아내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투어 생활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고맙다. 우승하면 아이들에게 선물 10개를 사준다고 했는데 올 시즌을 마쳤고 더 많은 선물을 줄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