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은파'→'운동뚱' 방송사 효자로 등극한 '스핀오프' 웹예능

by김보영 기자
2020.08.19 06:00:00

규제 구애 안 받는 과감한 표현·출연진의 새로운 매력
프로그램, 출연진 인기 바탕 적극 PPL 유치
프로그램 자가복제, 출연진 독과점 우려도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파생돼 번외편 격으로 제작된 숏폼 스핀오프식 웹예능이 방송가의 새로운 트렌드이자 수익 창출 전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정된 편성 시간 및 심의 규정, 프로그램 콘셉트상 정규 방송에 미처 다 나가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보여주고 출연진의 숨겨진 다른 매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영역 확장이 절실해진 방송사들 입장에서도 낯선 플랫폼 환경에 안전히 정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란 분석이다.

‘여은파’ 홍보 포스터. (사진=한혜진 인스타그램)
지난달 7일부터 ‘나 혼자 산다’의 공식 유튜브 채널 ‘나 혼자 산다 STUDIO’(구독자 수 55만명)를 통해 업로드 되기 시작한 디지털 스핀오프 웹예능 ‘여은파(매운맛)’는 지난 9일 기준 누적 조회수가 1000만뷰를 돌파했다.

‘여은파’는 ‘나 혼자 산다’의 여성 출연진인 개그우먼 박나래와 모델 한혜진, 마마무 화사 등이 각각 조지나와 사만다, 마리아라는 ‘부캐’로 참여해 다양한 도전을 펼치고 일상을 보여주는 스핀오프 예능이다. ‘나 혼자 산다’ 본방송 직후 편성하고 있는 TV 버전은 ‘여은파’(순한맛)으로, 지상파 방송인 ‘나 혼자 산다’보다 표현 수위를 높였다는 점에서 유튜브 버전을 ‘여은파’(매운맛)으로 지칭하고 있다.

이 웹예능은 공개 직후 1~2주 만에 조회수 150만~400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나아가 ‘나 혼자 산다’ 본방송 직후 편성된 ‘여은파’(순한맛)까지 지난 7일 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기준 시청률이 5주 연속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등 쌍방향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은 개그우먼 김민경이 참여하는 스핀오프 유튜브 예능 ‘운동뚱’이 TV 본방송을 뛰어넘는 화제를 모았다. ‘먹방’ 이미지로만 알려졌던 김민경이 필라테스, 종합격투기,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각종 운동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의외의 근력과 유연성이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반전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또 김민경을 ‘운동 천재’라 칭하며 적극 영입하고 싶어하는 운동 코치들의 모습이 재미요소가 돼 유튜브는 물론 SNS에서까지 널리 회자됐다. ‘운동뚱’으로 업로드 된 각 콘텐츠 조회수는 평균 200만~300만뷰를 기록 중이다. ‘맛있는 녀석들’ 측은 “덕분에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해 ‘골드 버튼’을 받았다”며 “더 맛있고 건강하게 먹기 위해 헬스, 필라테스에 도전하는 김민경의 모습이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 필라테스는 날씬한 사람들만 하는 운동이라는 고정관념 등을 깨줬다. 이런 신선한 인식의 전환, 이미지의 전환이 인기의 주요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JTBC ‘뭉쳐야 찬다’도 스핀오프인 ‘감독님이 보고 계셔 - 오싹한 과외’와 ‘아는 형님 방과후 활동’ 등을 운영 중이며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프로그램 재연 배우들과 개그맨 정형돈이 운영하는 웹예능 ‘돈플릭스’를 시즌2까지 제작했다.



나영석 CJ ENM PD는 방송가에 스핀오프 예능 제작 트렌드를 정착시킨 원조다. 나 PD는 지난해부터 ‘신서유기’와 ‘삼시세끼’ 등 자신의 히트 프로그램을 새롭게 해석하고 변주한 숏폼 예능들을 잇따라 내놨다. ‘신서유기 외전-삼시세끼 : 아이슬란드로 간 세끼’를 비롯해 강호동의 ‘라끼남’(라면 끼리는 남자), 젝스키스의 합숙 예능 ‘삼시세네끼’, ‘신서유기’ 막내 위너 민호와 피오가 출연하는 패션 예능 ‘마포멋쟁이’ 등이 대표적이다.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유튜브 예능 ‘오늘부터 운동뚱’ 영상 썸네일. (사진=코미디TV 유튜브 채널 화면)
전문가들은 스핀오프 예능 제작이 활발해진 이유로 낯선 플랫폼 환경에서도 시청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안전함과 TV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의 화제성을 모두 잡는 일석이조 효과를 꼽았다.

김헌식 평론가는 “장수, 인기 프로그램을 활용한 숏폼 예능은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이 보장되는데다 TV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의 인지도를 모두 높일 수 있다는 장점까지 지녔다. TV에서 편집된 미방송분을 활용한 새로운 자투리 콘텐츠 활용도 가능하단 점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효과 역시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지상파 방송사 PD는 “스핀오프 웹예능은 각종 규제의 영향을 받는 TV보다 상대적으로 과감한 수위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 제작진이 미처 본방송에 내보내지 못한 출연진의 끼와 입담을 풀어낼 수 있다”며 “TV 프로그램 인기를 바탕으로 PPL도 적극 유치가 가능하다. 특히 PPL 노출에 대한 인식이 TV보다는 유튜브가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고 ‘먹방’ 등 PPL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도 제작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스핀오프 웹예능은 제작진과 출연진이 기존의 인기와 영광에만 기대 안주하게 한다는 우려도 사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제작진은 ‘자가복제’의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고 새로운 콘텐츠를 추구하는 일부 시청자들은 매번 똑같은 콘텐츠, 출연진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며 “TV 고정 출연 권력을 지닌 일부 인기 연예인들이 유튜브 파이까지 독식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