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는 5월 원했는데...' 도쿄올림픽, 7월 개최, 왜?

by이석무 기자
2020.04.01 06:00:33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된 2020 도쿄올림픽의 개막이 2021년 7월 23일로 결정된 데에는 개최국 일본과 미국내 주관 방송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당초 올해 7월24일 개막이 예정됐던 도쿄올림픽이 연기가 결정된 김에 5월 개최를 내심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시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일본의 편의성, 올림픽 수익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계권료를 지불해야 할 미국 주관방송사 NBC의 희망으로 IOC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IOC가 도쿄올림픽의 5월 개최를 희망했던 이유는 일본 여름의 살인적인 무더위를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쿄의 7~8월 평균기온은 섭씨 30도가 넘는다. 재해 수준의 불볕더위 때문에 매년 사망자가 속출할 정도다. 폭염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IOC는 도쿄올림픽 마라톤 경기를 도쿄가 아닌 삿포로에서 열기로 결정한 바 있다.

도쿄올림픽 연기는 감염병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선수와 관계자, 관객 등 사람들의 건강을 우려한 조치였다. IOC는 내년 개막 확정일을 발표하며 “이번 결정을 선수와 올림픽에 관련된 모든 사람의 건강 보호 및 코로나19 확산 억제, 선수와 올림픽 종목의 이익 보호, 국제 스포츠 일정 등을 고려해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새로 개막일을 정해 열린 대회에서 경기를 하거나 관람을 하다 건강상의 이유로 어떠한 불상사가 생긴다면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USA투데이는 31일 도쿄올림픽의 내년 개막일 확정 소식을 전하며 “바흐 IOC 위원장은 봄 개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면서 “(무더운 여름보다)날씨가 훨씬 좋은데다 동시에 일본의 유명한 벚꽃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하계올림픽국제연맹연합(ASOIF)의 프란체스코 리키 비티 회장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국제트라이애슬론(철인3종)연맹과 승마연맹은 도쿄의 한여름 무더위를 우려해 올림픽을 좀 더 이른 시기에 치르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 개최국 일본 손실 최소화·美 NBC도 7월 선호

그럼에도 도쿄올림픽의 개막 일정이 또 다시 7월로 결정된 것은 연기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일본 입장에서 그나마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해를 바꿔 개막일과 폐막일(8월8일)이 당초 일정보다 하루씩 앞당겨졌다.



요미우리 신문은 “7월 23일에 대회를 개최할 경우 이미 작성된 계획을 조정해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8만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를 구하는데도 7~8월이 수월하다.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대학생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5월에 올림픽이 열리면 학기 중인 대학생들이 참여하기 어렵다. 반면 7~8월은 여름방학 기간이라 대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쉽다. 이 같이 원하는 시기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의 개막 일정을 확정했음에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연기로 인해 최대 5000억엔(약 5조5000억원)의 추가 경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IOC 입장에서도 7월 개최는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봄 개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돈이었다.

IOC는 4년 주기로 열리는 올림픽의 수익금 57억 달러(약 6조9800억원) 가운데 73%(약 5조1000억원)를 방송 중계권 수입으로 벌어들인다. 그 TV 중계권 수입의 절반을 미국 내 독점 중계방송사인 NBC가 지불한다. NBC가 가장 희망하는 시기는 바로 여름이다. 7~8월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 중 프로농구(NBA)와 미식축구(NFL), 프로아이스하키(NHL) 세 종목이 비시즌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미국인들이 올림픽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기다.

USA투데이는 “5월에 올림픽이 열릴 경우 여러 종목의 프로리그 일정과 겹쳐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참가하기 어렵다는 점도 7월 개최를 결정한 이유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지난 24일 연기가 확정된 도쿄올림픽의 새로운 개최 일정을 6일 만인 30일 확정해 공식 발표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날 도쿄도 내에서 이사회를 열고 새로운 대회 일정에 대해 논의한 데 이어 모리 요시로 조직위원장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전화회담을 진행해 일정에 합의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나는 지난 며칠 간의 협의에서 국제경기연맹(IF)과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보여준 지지에 감사하고 싶다”며 “IOC 선수 위원회에도 감사의 뜻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도쿄올림픽 위원회와 도쿄도, 일본 정부,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협력으로 우리는 이 전례 없는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인류는 현재 어두운 터널 속에 있지만 도쿄올림픽이 이 터널 끝에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