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필승조'...키움의 파격 투수운영, KS까지 뒤흔들까
by이석무 기자
2019.10.21 06:05:43
| | 키움 히어로즈 불펜 에이스 조상우.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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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우리 팀은 구원투수 전원이 필승조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파격적인 투수 운영을 펼치는 키움 히어로즈 돌풍이 매섭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넘어 한국시리즈까지 집어삼킬 기세다.
정규시즌 3위팀 키움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3승1패로 누른데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SK 와이번스를 3연승으로 제압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키움은 이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든 불펜 투수 10명을 전원 필승조로 활용하는 파격적인 전술을 꺼내들었다. 장정석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앞서 “모두가 필승조이고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 기분 좋으라고 한 ‘수사’(修辭)가 아니었다. 여러 시즌을 걸쳐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불펜투수 10명을 고르게 활용했다.
기존 핵심 불펜 자원인 조상우, 김상수, 오주원, 안우진 등안 물론 이영준, 윤영삼, 양현 등 정규시즌에선 주로 뒤진 상황에서 등판했던 ‘추격조’ 투수들까지 이번 가을야구에선 예외없이 중요한 순간에 나오고 있다. ‘필요하지 않은 선수는 없다’는 원칙을 큰 경기에서 그대로 실현하고 있다.
키움은 이번 가을야구에 투수를 14명이나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이는 투수 12명을 등록했던 포스트시즌 상대팀 LG,. SK보다 2명 많은 숫자였다.
키움은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투수의 능력과 특징을 데이터화했다. 상대 타자나 상황에 따라 적재적소에 투수를 투입하고 있다. 장단점이 다른 투수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타이밍을 찾는 것은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대성공이었다. 키움 불펜진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5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2점만 내줬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선 21⅓이닝을 던져 3자책점만 기록했다. 이번 가을야구에서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불과 1.25다,
장정석 감독은 “내가 신이나 점쟁이도 아니고 그냥 운이 좋았다”며 “기록적으로 경쟁 우위에 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 것일 뿐 선수들이 역할을 다 해준 것이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키움은 승부처에선 조상우라는 ‘치트키’를 사용한다. 리그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빠른 공을 던지는 조상우는 가장 중요한 고비마다 마운드에 올라와 상황을 정리한다.
그렇다고 조상우에게 큰 부담을 지운 것은 아니다. 조상우는 이번 가을야구에서 5경기에 나와 겨우 5⅔이닝만 던졌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쓰지만 그에게 의존하지는 않는다. 조상우가 이닝을 마치면 장정석 감독은 어김없이 다음 이닝에 다른 투수를 올린다.
키움이 세운 또다른 원칙은 ‘불펜 투수가 2이닝 이상 던지지 않는다’다. 이번 가을야구에서 한 경기 2이닝 이상 던진 불펜 투수는 LG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마지막에 2이닝을 던진 조상우가 유일했다. 그나마도 연장전에 돌입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SK와 플레이오프에선 연장 11회 승부를 펼친 14일 1차전에서만 마무리 투수 오주원이 1⅔이닝을 소화한 것이 가장 많이 던진 것이었다. 이같은 투수 운영은 투수들의 과부하를 막는 동시에 선수들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높이는 효과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장정석 감독은 “지난 2∼3년간 선수들이 필승조와 추격조를 오가면서 경험을 쌓은 덕분에 타자와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며 “마정길 불펜 코치와 브랜던 나이트 투수코치 능력 덕분에 중간 투수들이 자신감있게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시리즈에서도 키움의 ’벌떼 불펜‘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두산은 키움이 앞서 상대했던 LG나 SK보다 훨씬 강력한 타선을 자랑한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큰 경기 경험도 풍부하다. 키움이 자랑하는 데이터 야구가 한국시리즈에서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