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조승우X유재명, 시즌2의 이유
by김윤지 기자
2017.07.31 06:50:00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현실적인 결말이었다. ‘비밀의 숲’을 설계한 이의 희생으로 사건은 해결됐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비밀의 숲’다운 담백한 마무리였다.
30일 방송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 미니시리즈 ‘비밀의 숲’(극본 이수연, 연출 안길호) 최종화에서 이창준(유재명 분)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한조그룹과 정재계 비리 관련 증거를 황시목(조승우 분)에게 넘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창준은 유서에서 “사회 해체의 단계”라며 통탄하며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은 이창준의 큰 그림이었다. 지방에 있던 황시목을 서부지검으로 불러들인 이도, 검사 스폰서 살인 사건에 황시목이 연루되도록 만든 이도 이창준이었다. 황시목은 이창준의 뜻에 따라 한조 회장 이윤범(이경영 분)을 구속하고 정재계 인사들을 조사했다. 시사프로그램에 다시 출연한 황시목은 이창준의 뜻을 밝히고, “이창준은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속 시원한 결과는 아니었다. 한여진(배두나 분)은 승진했지만, 함께 큰 공을 세운 황시목은 남해 발령을 받았다. “믿어 달라”고 호소하던 서동재(이준혁 분)는 예전으로 금세 돌아갔다. 건강을 회복한 김가영(박유나 분)은 박무성(엄효섭 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휠체어 신세를 지던 이윤범의 구속은 곧 정지됐다. 이윤범의 빈자리는 이연재(윤세아 분)가 채웠다.
헛된 희생은 아니었다. 여전히 일에 파묻혀 사는 황시목에게 강 검사장(박성근 분)은 총리 관련 특검을 언급했다. 황시목은 강 검사장의 부름에 늦지 않게 가겠다고 말했다. 시즌2 가능성을 열어둔 대목이었다. “끝까지 망가뜨리겠다”는 이연재, 서동재를 “두고 보겠다”는 황시목의 대사 또한 복선으로 해석이 가능했다. 풍성한 서사를 품은 이창준부터 조금씩 인간미를 되찾는 황시목까지 시즌2의 ‘떡밥’은 충분했다.
한국 드라마 장르물의 새로운 역사를 쓴 ‘비밀의 숲’이다. 극적인 재미와 함께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다. ‘비밀의 숲’이 이창준의 큰 그림이었다면, 황시목이 되찾은 미소는 제작진의 큰 그림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