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의 연장패' 김지영 "저도 성현·선우 언니처럼 이겨낼래요"

by조희찬 기자
2017.01.18 06:00:00

잔인한 데뷔 첫 해
위로의 말도 상처로 남아
올해 난 80점
부족한 정신력 20점 채워
강철 멘털로 돌아올게요

김지영(사진=김지영 프로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김지영(21·올포유)에게 데뷔 해인 2016년은 잔인한 기억으로 가득하다. 첫 연장전과 두 번째 연장전에서 모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우승 결실도 맺지 못했다.

상대가 너무 쟁쟁했다. 첫 연장전이었던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선 ‘대세’ 박성현(24)을, 메이저대회인 이수 KLPGA 챔피언십 연장전에선 첫 승 후 2승째를 노리며 승승장구하던 배선우(23·삼천리)를 만났다.

“좋은 경험을 했어.” 데뷔 시즌이 끝난 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위로가 가득 담긴 얘기였지만 제아무리 긍정적인 성격의 김지영이라도 상처는 가슴 속에 깊이 새겨졌다.

김지영은 17일 이데일리와 전화 통화에서 “사람들이 위로를 해줘도 모든 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주변에서 연장전 이야기만 나오면 나보다 더 아쉬워했다”며 “평소 연습장 2층을 주로 사용했는데 역전패를 당한 후로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3층으로 몰래 옮겨가 연습하기도 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이수 챔피언십 연장전 패배는 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공을 홀컵으로부터 약 1.5m 거리에 붙이며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넣으면 우승. 그러나 승리의 신은 김지영을 외면했다. 그 퍼트만 들어갔다면 생애 첫 승에 메이저 타이틀, 신인왕, 그리고 4년간의 풀시드까지 모두 노릴 수 있었다. 김지영은 “그 버디 퍼트를 놓친 후 머리가 하얘지면서 거리감도 없어졌다”며 “감정 조절도 안됐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그 앞에서 우승을 놓친 것이 너무 화가 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나마 우상으로 생각하던 박성현에게 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김지영은 “평소 (박)성현 언니를 존경했다. 많은 팬들 앞에서 부담스러울 텐데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퍼포먼스를 모두 보여준다. 내게 꼭 필요한 점”이라고 말했다.



박성현과 배선우는 지난해 활약을 통해 투어 최정상급 선수들로 거듭났다. 그러나 그들 역시 한때 김지영처럼 역전의 아이콘이었다. 박성현도 배선우도 우승 앞에서 누구보다 떨던 선수들이다. 배선우는 김지영을 꺾은 후 “작년에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지영은 “(박)성현 언니와 (배)선우 언니도 연장전에서 아픈 기억이 있었다. 이겨냈고 우승을 만들어냈다”며 “언니들도 이겨냈는데 나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다잡았다. 많이 배우고 느낀 한 해였다”고 말했다.

김지영은 겨우내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을 예정이다. 스스로 “올해 80점을 주고 싶다”고 할 정도로 우승을 놓친 걸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 부족한 20점은 정신력이다. 김지영은 “훈련은 작년에 했던 것을 그대로 유지하겠다. 부족한 부분은 정신력이다”며 “상금 상위 10명에 드는 선수들은 정신력이 남다르다. 올 시즌은 ‘강철 멘털’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