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비의 도쿄돔 공연이 얻은 의미, 그리고 과제
by윤경철 기자
2007.05.26 08:38:01
[도쿄(일본)=이데일리 SPN 윤경철기자] 비의 도쿄 돔 공연은 무엇보다 국내 가수가 해외에서 4만 3000여 유료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을 펼쳤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병헌이 도쿄 돔에서 팬 미팅을, 보아,류시원이 일본에서 1만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아레나(체육관)급 공연을 가진 적은 있지만 국내 가수 중 해외에서 4만명이 넘는 관객을 상대로 콘서트를 갖기는 비가 처음이다.
그만큼 비의 달라진 위상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날 공연은 4만 3000여 좌석이 꽉 차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비가 오는 궃은 날씨였지만 팬들은 이른 시간부터 공연장을 찾았다. 비 역시 이런 기대에 부흥이라도 하듯 한층 업그레이드 된 무대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비는 도쿄돔 공연의 성과 못지않게 앞으로 해야 할 많은 과제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도쿄돔 콘서트가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는 앞으로 일본에서 보다 탄탄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 보아 류시원 등 일본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한국스타들과 달리 비는 대부분 일본에서 단발 활동에 그치고 있다. 비가 일본 시장에서 지닌 위의 양면성은 오리콘 차트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보아 류시원이 앨범 발매와 동시에 항상 오리콘 차트 상위권에 올라오는데 반해 비는 10위권에 겨우 머물고 있다. 낮은 음반 판매는그가 가수로서 일본 음악 팬들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심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는 향후 비의 인기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로 비의 도쿄돔 공연에는 흔히 한류 핵심 팬으로 꼽히는 30대 이상의 여성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비가 일본에서 가수로 확실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언어적 장벽도 극복해야 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직 자신의 의사를 일본어로 자유롭게 펼쳐보이진 못했다. 미리 암기한 일본어와 영어로 청중을 이끌려고 했지만 팬들은 생각만큼 그를 따라 주지 않았다.
비도 24일 한국기자들과의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큰 일본 시장에서 활동하기 위해선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할리우드 진출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비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비의 최종 목적지가 일본이 아닌 세계이다. 하지만 세계 무대로 가기 위해서는 아시아 무대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고, 일본은 그 중 가장 중요한 국가이다. 도쿄돔 공연은 그런 점에서 성공의 의미가 남다르고, 또 그만큼 앞으로 가야할 길도 멀다는 걸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