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1년 정치 다큐 봇물…극장은 다시 진영간 '전쟁터'로

by김보영 기자
2025.12.04 06:00:00

12.3 비상계엄 비판 정치 다큐 2편 개봉
보수 진영, 이승만·박정희 업적 치하 다큐로 맞불
여야 홍보에도 화제 저조…탄핵·대선 시국과 대조적
"계엄 재판 아직도 진행형…국민 불안·피로 팽배 반영"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12.3 불법 계엄사태 1년을 맞아 관련한 정치 다큐멘터리 영화가 연말 극장가에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계엄령을 비판한 진보 성향의 다큐는 물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념한 보수 성향의 다큐들도 연달아 공개되는 등 극장이 다시 좌우 진영의 ‘문화전쟁터’가 된 모습이다.

3일 극장가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영화 ‘비상계엄’(감독 김시우)은 12.3 계엄사태 1년인 이날 개봉했다. 1950년대부터 지난해 12.3 계엄까지 약 70년에 걸쳐 16번 내려진 계엄령의 순간들을 되짚어 대한민국 현대사를 조명했다. 또 계엄령이 내려지던 순간에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맞서 싸운 시민들의 이야기를 함께 녹였다. 배우 안내상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비상계엄’ 제작진은 12·3 계엄을 두고 “사실상 ‘친위 쿠데타’와 다름없는 내란의 밤”이라며 “대한민국 현대사 70년은 비상계엄과 이에 맞선 시민 저항의 드라마였다”고 강조했다.

계엄 사태를 비판한 또 다른 다큐 ‘대한민국은 국민이 합니다’(감독 조은성)는 오는 11일 개봉을 앞두고 계엄 1년에 맞춰 이날 언론 배급 시사회를 진행했다. 이 영화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22년부터 비상계엄으로 탄핵을 맞은 2025년까지의 과정을 추적했다. 지난달 26일 추미애, 박주민 등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 주최로 국회 시사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보수 진영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담은 ‘국가초기화’(감독 김정희)가 4일 개봉한다. 제작사 킨스튜디오는 “정치가 멈춰버린 혼돈 속에서 다시 국가 시스템을 세우려 했던 박 전 대통령의 결단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든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지난달 26일에는 사단법인 건국이념보급회·이승만포럼이 제작한 다큐 ‘독립외교 40년 : 이승만의 외로운 투쟁’ 시사회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나경원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렸다.

다만 여야 의원들의 관람 독려에도 이 작품들의 대중적 화제성이나 관심도는 저조한 편이다. 이날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상업 영화,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실시간 예매율에서 4작품 모두 ‘톱10’에 진입하지 못 했다. 지난해 12월 계엄, 4월 탄핵 선고, 6월 장미 대선 당시 쏟아진 정치 영화들이 큰 주목을 받고 흥행에 성공한 것과는 무척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해 정치 영화는 지난 6월 개봉한 풍자극 ‘신명’이 극장에 7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12월에는 김건희 여사의 각종 논란을 추적한 다큐 ‘퍼스트레이디’(8만 5000명)가 개봉일 박스오피스 8위로 시작해 5위까지 역주행하는 일이 있었다. 보수 진영에선 지난 5월 윤 전 대통령이 관람해 화제를 모은 다큐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3만 5000명)가 개봉 후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계엄 1년을 맞아 개봉하는 최근의 정치 영화들이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계엄 이후 1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재판 선고 등이 아직 진행 중인 만큼 ‘내란이 종식되지 않았다’는 피로감·불안감이 팽배해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지금 대중이 필요로 하는 것은 현실의 불안과 공포를 위로할 치유형 콘텐츠나 문제를 극복할 대안형 콘텐츠”라며 “최근의 정치 영화들은 당시 위기를 주관적 시선에서 고발·비판하거나 과거의 우상을 내세운 합리화를 답습하고 있기에 대중의 인식과 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 ‘비상계엄’, ‘대한민국은 국민이 합니다’ 포스터. (사진=씨네버스C&C, ‘대한민국은 국민이 합니다’ 제작 배급위원회)
영화 ‘국가초기화’ 포스터. (사진=킨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