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 돌파 단 6편, 500만 작품도 없다…韓영화 최악의 보릿고개

by김보영 기자
2025.07.10 06:00:00

상반기 관객 4249만…코로나 제외 21년 만에 최저
최고 흥행작 관객수가 338만…손익 돌파작은 1%뿐
시스템 개편→멤버십 출시, 영화관들 자구책 고심
"콘텐츠 다양성 부재…홀드백 등 정부정책지원 필요"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천만 영화 0편, 500만 영화 0편, 손익분기점(BEP) 넘긴 영화 6편’

올 상반기 극장 개봉작들의 성적표다. 극장 관객 수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을 제외하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 21년 만에 최악이다. 이런 추세라면 심리적 마지노선처럼 여겨지는 ‘연 관객 1억 명’마저 무너질 판이다.

9일 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극장을 찾은 누적 관객 수는 4249만 7776명으로 집계됐다. ‘파묘’, ‘범죄도시4’ 등 2편의 천만영화가 있었던 전년동기(6292만 9390명)과 비교하면 2000만 명 이상 적다. 코로나19 대유행기(2020년, 2021년)를 제외하면 영진위가 관객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21년 만의 최저치다.

올해 상반기(1~6월) 주요 흥행작들의 성적을 다른 해와 비교해보면 더 암울하다. 올해 최고 흥행작은 338만 명을 기록한 ‘미션 임파서블8’과 ‘야당’이지만, 지난해 흥행순위 6위였던 ‘웡카’(353만 명)에도 못 미친다. 심지어 올해 개봉작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야당’ △‘히트맨2’ △‘승부’ △‘검은 수녀들’ △‘말할 수 없는 비밀’ △‘신명’ 등 전체 582편 중 6편(1.03%) 뿐이다.

한국 영화 시장은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9년간 매년 1편 이상의 천만영화를 배출했다. 9년간 선보인 14편의 천만 영화 중 상반기에 나온 작품이 7편으로 절반에 가깝다. 올해는 천만은 커녕, 500만 영화도 없는 실정이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조차 바늘구멍 통과하기로 여겨진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국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좀비딸’, ‘악마가 이사왔다’, 마블 영화 ‘판타스틱4’ 등 기대작이 쏟아지는 7월말~8월초 성수기가 분수령”이라며 “연말에 나오는 ‘주토피아2’, ‘아바타: 불과 재’가 극장가를 살릴 것이란 기대감도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CGV용산아이파크몰 스크린X관 전경(사진=CGV)
멀티플렉스들은 여러 실험적 시도들을 통해 관객들을 사로잡을 자구책을 고심 중이다. 국내 1위 멀티플렉스인 CGV는 세계 최초 4면 스크린X 상영관을 선보이는 등 특별관 포맷 강화에 힘쓰고 있는 한편, 작품과 이색 굿즈·이벤트를 결합한 다양한 특별 상영회도 선보일 예정이다.

메가박스는 굿즈와 시사회, 이벤트를 선호하는 팬덤·영화 애호가(메가 매니아 클럽)부터 가족·친구 단위(메가 패밀리 클럽) 관객 등 다양한 취향과 수요를 공략한 ‘멤버십’ 서비스를 최근 잇달아 출시했다. 롯데시네마는 자사 음향 특화관인 광음시네마의 상영관을 늘리는 등 체험 서비스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황재현 CGV 전략지원담당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영화계의 노력과 더불어 한국영화 지원펀드 활성화, 홀드백(극장에 걸린 작품이 다른 플랫폼에서 시청되기까지 유예 기간을 두는 제도)의 정상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실제로 홀드백 제도를 적용 중인 프랑스는 최근 코로나19 이전의 90% 수준까지 관객 수를 회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