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도 포항’ 신광훈, “다시 못 온다는 생각에 펑펑 울었다”
by허윤수 기자
2025.02.15 07:20:03
포항스틸러스 신광훈 인터뷰②
"포항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사명감 있어"
2013년 더블 떠올리며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
"긍정적인 생각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올 틈 없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구단 소속 K리그1 397경기 출전. 구단 리그 최다 출전 공동 2위(271경기). 마치 ‘원클럽맨’을 상징하는 기록 같지만, 신광훈은 포항스틸러스 외에도 4개 팀을 더 거쳤다.
 | 신광훈(포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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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팀 출신으로 2006년 포항에서 데뷔한 뒤 2008년 시즌 중 전북현대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러다 2010년 시즌 중엔 다시 포항으로 돌아왔다. 2015년에는 병역 의무를 위해 안산무궁화FC로 잠시 떠났다. 2016년 전역한 뒤 다시 포항 유니폼을 입었고 이듬해 FC서울로 이적했다. 2019년 강원FC를 거쳐 2021년 다시 포항으로 돌아왔다.
신광훈은 포항과 떨어지지 않는 인연에 자신도 신기하다며 “마지막에 포항을 떠날 때 톨게이트를 지나면서 ‘이제 다신 못 오겠지’라는 생각에 펑펑 울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포항과 인연이 깊은 황진성, 김재성과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포항으로 복귀하게 됐을 때 (황) 진성이 형과 (김) 재성이 형이 자신은 포항에서 은퇴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웬만하면 포항에서 마무리하면 좋겠다는 말을 해줬다”고 밝혔다.
그러면 신광훈에게 포항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고향보다 더 많이 산 곳이라며 “지금의 날 만들어주고 먹여 살려주고 자산의 대부분을 만들어준 곳”이라고 거듭 고마움을 밝혔다. 그러면서 “포항에 뭐라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 신광훈(포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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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에서 보낸 19시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도 포항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바로 리그와 대한축구협회(FA)컵(현 코리아컵)을 동시에 석권하며 K리그 최초의 더블(2관왕)을 달성했던 2013년. 신광훈은 “팀원들과 함께하는 훈련부터 밥 먹고 샤워하는 것까지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며 “서로 합이 잘 맞고 정말 끈끈했다”고 웃었다. 이어 “학창 시절부터 봤던 형, 동생들과 늘 해왔던 축구를 프로에서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난생처음 겪어본 6연패의 쓰라림도 포항에서였다. 지난 시즌 포항은 7월 28일 김천상무전부터 9월 13일 광주FC전까지 리그에서 내리 6번 연속 졌다. 신광훈은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며 “포항에서 가장 안타까운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신광훈은 위기 탈출을 위해 마음속으로 ‘은퇴’라는 단어도 떠올렸다. 그는 “축구화를 벗을 생각도 했다”며 “연패가 더 길어질 수도 있는 분위기였기에 후배들에게 굉장히 강하게 ‘다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엄청난 간절함이었다. 그는 “핸드폰을 두는 방향부터 평소 마시던 커피 메뉴까지 바꾸자고 했다”며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어서 뭐든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 2024년 코리아컵 우승을 차지한 포항의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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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패에서 벗어난 포항은 3년 연속 파이널A 진입과 함께 코리아컵 2연패로 환히 웃었다. 신광훈은 “선수끼리 코리아컵 우승을 못 하면 진짜 실패한 시즌이라고 이야기했다”며 “부담은 컸지만, 결승에선 웬만하면 지지 않았고 상대가 울산HD라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에는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결승전 전반전을 뒤진 채 나왔으나 긍정적인 생각만 했고 결과로 이어진 거 같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신광훈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묻자 “20대 때는 늘 개인적인 목표를 세웠지만 이젠 없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 팀 선수들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고 또 다들 잘해서 해외 무대로 나갔으면 한다”고 후배들의 성장을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