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에 빠진 디즈니+
by최희재 기자
2024.12.19 06:00:00
작가 세계관 앞세워 글로벌 공략
'무빙' 이어 '조명가게' 입소문 타고 흥행
기존 공포물과 달리 섬세한 감성 담아
"양산형 아닌 작품성 집중하는 디즈니+"
"강풀 주제의식과 콘텐츠 방향성 맞닿아"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가 ‘강풀 유니버스’(강풀 작가 세계관)를 앞세워 글로벌 콘텐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전작 ‘무빙’에 이어 지난 4일 공개된 ‘조명가게’(연출 김희원/각본 강풀)까지 국내외 입소문을 타고 흥행하면서 디즈니+와 강풀 작가의 시너지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 콘텐츠 전문가들은 “양산형 콘텐츠가 아닌 작품성을 갖춘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는 디즈니+의 콘텐츠 방향성이 강풀 작품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다”며 성공 비결을 분석했다.
| ‘조명가게’ 포스터(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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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 콘텐츠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는 지난 4일 공개 이후 디즈니+ TV쇼 월드 와이드 부문에서 톱3를 지키고 있다. 국내에선 공개 이후 2주 동안 1위를 기록 중이며 대만과 홍콩에서도 정상을 밟았다. 최고 성적은 지난 9일 기록한 TV쇼 월드 와이드 부문 2위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장르는 공포 스릴러다.
강풀은 ‘조명가게’를 통해 기존의 공포 스릴러와는 달리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공감을 얻고 있다. 보통의 공포물은 위기감을 증폭시키다가 어느 순간 사건이 해결되면서 긴장감이 사라진다. 반면 ‘조명가게’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공포스러운 캐릭터들의 상황이 그려지면서 내내 긴장감을 조성한다. 반전 구성과 함께 캐릭터들의 서사, 감정선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몰입감을 높인다는 평이다. 특히 ‘조명가게’는 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특정 사건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위로와 공감을 전했다.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 등의 보편적인 정서는 시대와 세대, 문화적 차이와 국경을 넘어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다.
신선한 연출과 더불어 화려한 캐스팅도 인기 요인이다. 강풀 작가의 전작 ‘무빙’에서 학생들을 지키는 담임 선생님으로 출연했던 배우 김희원이 감독을 맡아 첫 시리즈 연출에 도전했다. 여기에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배성우, 엄태구,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김대명, 신은수, 김선화, 김기해가 각 캐릭터로 분해 서사를 풍성하게 채웠다.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디즈니+는 한국을 포함한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특별 팝업존을 열었다. ‘조명가게’ 콘셉트 공간에서 포토존, 굿즈 만들기 등 즐길거리는 물론, 국가별 특색에 맞춘 팝업존을 통해 작품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 ‘조명가게’ 스틸컷(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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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가게’ 스틸컷(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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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사람 사는 세상 아니겠어요?” ‘조명가게’의 원영(주지훈 분)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강풀 유니버스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동명의 인기 웹툰 ‘조명가게’의 원작자인 강풀은 이번에도 직접 각본을 맡아 웹툰에서 보여주지 못한 한층 더 확장된 서사를 담아냈다. 강풀 유니버스에는 판타지, 공포 등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이보다 인물, 관계성, 서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뚜렷한 주인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작품과 작품이 이어지는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통로로 작용한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강풀의 작품에는 정서, 감동,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이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하는 코드”라고 설명했다.
‘무빙’에 이어 ‘조명가게’까지 연이은 성공을 거둔 ‘강풀 유니버스’는 디즈니+의 대표 IP(지식재산권)로 자리잡았다. 최근 ‘무빙’ 시즌2를 공식화한 디즈니+는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전망이다. ‘강풀 유니버스’로 불리는 또 다른 작품으로는 ‘아파트’, ‘어게인’, ‘타이밍’, ‘브릿지’ 등이 있다. 13년에 걸친 그의 방대한 이야기들이 디즈니+를 통해 더 큰 세계관으로 펼쳐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공 평론가는 “디즈니+가 ‘강풀 유니버스’를 통해 색깔과 방향성을 명확히 갖춘다면 차별화와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 왼쪽부터 강풀 작가, 배우 주지훈, 박보영, 김희원 감독(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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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빙’ 포스터(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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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가게’ 포스터(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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