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탄핵의 겨울, 정치 칼바람에 시달리는 연예계
by윤기백 기자
2024.12.10 06:00:00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탄핵 정국’의 여진이 연예계에도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이 탄핵 정국과 관련해 소신 발언하는 이들과 비교하면서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침묵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마녀사냥식’ 무차별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수 임영웅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한 누리꾼에게 보냈다는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메시지) 사진이 퍼지며 논란이 일었다. 반려견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임영웅에게 한 누리꾼이 “이 시국에 뭐 하냐”고 질책성 DM을 보낸 것이 발단이었다.
임영웅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답장했다. 이를 두고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추운 날에 광장에 나와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시민에게 모욕하는 말로 들릴 수 있다”고 저격하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가수 겸 배우 차은우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됐던 시간대에 자신의 화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했다는 이유만으로 누리꾼들로부터 경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배우 공유는 2005년 한 패션지 인터뷰에서 ‘당신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남자 세 명은?’이라는 질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았던 것이 재조명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배우 한소희, 그룹 뉴진스 해린,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등은 뷰티 브랜드 포토월 행사에 참석했다고 뭇매를 맞았다.
누리꾼들의 연예인 검열은 급기야 ‘탄핵 정국 연예인 리스트’까지 만들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연 배우 이병헌, 정약용의 후손으로 알려진 배우 정해인, 영화 ‘택시운전사’에 출연한 송강호, 영화 ‘서울의 봄’으로 인기를 누린 황정민과 정우성 등도 입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연예인에게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고,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하는 것은 폭력과 다를 바 없다. 표현의 자유 만큼이나 침묵할 권리도 있다는 걸 망각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