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이 소니오픈 준우승하고도 웃을 수 있는 이유 "가야할 길 멀어"

by주영로 기자
2024.01.16 00:07:00

개막전 더센트리 4위 이어 소니오픈 공동 2위
연장전에서 1.9m 버디 높쳐 아쉬운 준우승
"아쉬움 남지만,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
"더 열심히 해야 하고 가야할 길 멀어"
머리, 연장 끝에 우승..7년 만에 통산 2승
이경훈, 김성현 공동 30위..김시우 공동 42위

안병훈이 15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PGA 투어 소니오픈 최종일 연장 1차전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더 열심히 해야 하고 가야 할 길이 먼 거 같다.”

안병훈(33)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총상금 830만달러) 연장전에서 약 2m(PGA 공식기록 6피트 8인치)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해 기다렸던 첫 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경기를 끝낸 그는 실망 대신 희망으로 다음을 준비했다.

15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와이알레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연장 1차전.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가장 먼 거리에서 퍼트한 그레이슨 머리(미국)가 먼저 버디를 뽑아냈다. 버디 퍼트를 넣은 머리는 주먹을 쥐며 환호했다. 뒤이어 키건 브래들리(미국)의 버디 퍼트가 홀을 벗어났고, 마지막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버디를 노린 안병훈의 버디 퍼트도 홀을 비켜가 우승트로피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한중 탁구커플’ 안재형-자오즈민의 아들인 안병훈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보인 유망주다. 2009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2011년 프로로 전향했다. PGA 투어로 직행하지 못한 안병훈은 유럽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2015년 DP월드투어 BMW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뒤 PGA 투어 입성에 성공했다.

PGA 투어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거둬온 안병훈은 2017~2018시즌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첫 우승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 뒤 여러 번 우승의 기회가 있었으나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으면서 안병훈에게 우승은 간절함이 됐다.

2020~2021시즌은 안병훈에게 가장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었다. 페덱스컵 포인트 164위에 그치면서 125위까지 주는 시드를 받지 못했다.

잠시 주저앉은 안병훈은 2022년 콘페리(2부) 투어로 밀려났다. 많은 선수가 2부 투어로 밀려난 뒤 몇 년 동안 PGA 투어 재입성의 기회를 잡지 못하거나 아예 길을 찾지 못하기도 하지만 안병훈은 1년 만에 돌아왔다. 시련의 시간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만들었다. 스윙을 바꾸고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면서 기회를 엿본 안병훈은 2년 만에 PGA 투어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페덱스컵 포인트 43위를 기록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준우승은 안병훈에게 또 한번 희망을 줬다. 지난주 개막전 더센트리 4위에 이어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우승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 안병훈이 우승을 놓치고도 웃을 수 있는 이유다.

안병훈은 페덱스컵 포인트 2위로 올라섰다. 세계랭킹은 지난주 8계단을 끌어올린 데 이어 이번에는 마스터스 출전권을 얻을 수 있는 톱50위 진입을 앞두고 있다. 마스터스 출전은 안병훈이 상반기 이룰 첫 번째 목표 가운데 하나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진 것도 수확이다. 안병훈은 투어에서도 드라이버샷을 잘 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세계랭킹 11위 콜린 모리카와(미국)은 개막전 더센트리 경기를 끝낸 뒤 “가질 수만 있다면 안병훈의 드라이버샷 테크닉을 갖고 싶다”고 부러워했다. 안병훈은 이번 대회에서 나흘 동안 평균 328.2야드를 때려 1위에 올랐다. 장점에 자신감마저 살아났으니 최강의 무기를 갖게 된 셈이다.

안병훈은 “아쉽게 끝나기는 했으나 골프가 한 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72홀 동안 쳐서 지금까지 온 거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자만하지 말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도 열심히 해야 하고 가야 할 길이 먼 거 같다”라고 실망이 아닌 희망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한편, 머리는 신인 시절이던 2017년 버바솔 챔피언십 이후 7년 만에 우승컵을 차지했다. 그는 “나 자신과 골프, 인생을 포기하려던 시절이 있었다”며 “쉽지 않았지만 노력의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경훈(33)과 김성현(26)은 나란히 합계 9언더파 271타를 적어내 공동 30위, ‘예비 아빠’ 김시우(29)는 합계 8언더파 272타로 공동 42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레이슨 머리가 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 1차전에서 버디 퍼트를 넣은 뒤 주먹을 휘두르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