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vs대한체육회 갈등 증폭, 우려 수준 넘어 전면전 위기
by이석무 기자
2023.12.22 00:00:00
|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촉식에서 민간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조현재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정진완 대한장애인 체육회장, 이에리사 민간위원장, 한 총리, 이종각 전 체육과학연구원 원장, 박종훈 가톨릭관동대 스포츠건강관리학과 교수, 김석규 동국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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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대한체육회와 정부의 대립이 갈등 수준을 넘어 전면전 수준까지 이르렀다. 대한체육회는 집단행동까지 예고하며 사실상 문체부에 반기를 들었고, 문체부도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다.
이기흥 회장이 이끄는 대한체육회는 회원종목단체, 시도 체육회, 시군구 체육회와 함께 지난 20일 낸 성명서를 통해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일방적인 업무추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기흥 회장과 대한체육회가 발끈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성명서에 적힌 대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정책위원회) 구성과 운영 때문이다.
지난 20일 오전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책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정책위원회는 2021년 8월 제정된 스포츠기본법에 명시된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다. 스포츠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첫 시행령에는 국무총리가 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되어 있었다. 또 기획재정부, 문체부, 교육부 등 15개 부처 장관급 위원으로 구성했다. 단 민간위원은 필요한 경우에만 참여가 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자 대한체육회와 체육계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8월 민간전문가 참여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에 정부는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등 9명을 신임 민간위원으로 위촉했다. 1973년 사라예보 탁구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주역인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이 한덕수 총리와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게 됐다.
우여곡절끝에 정책위원회는 정부위원 16명과 민간위원 9명을 합쳐 25명으로 구성됐다. 이기흥 회장은 당연직 민간위원으로 정책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기흥 회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성명을 통해 정부와 정책위원회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쏘아댔다.
대한체육회와 체육단체는 “올해 1월 문체부 요청으로 전직 대한체육회장 등으로 구성된 원로회의를 거쳐 민간위원 후보자를 정부에 추천했다”며 “이러한 인사들이 원천적으로 배제된 것은 체육계 원로들의 의사를 무시한 처사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정책위원회 구성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위원회 참여 거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더불어 스포츠 업무를 전담하는 별도의 정부 조직인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을 위한 법률 개정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조직적인 집단행동까지 예고했다. 이들은 “문체부의 비합리적인 업무 실태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강력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도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문체부는 “민간위원 위촉은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대한체육회가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하고 성명을 발표한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더불어 “대한체육회가 추천한 인사를 무조건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과도한 요구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체부는 “스포츠기본법 시행령에 나온 대로 대한체육회장은 정책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사임 대상이 아니다”며 이기흥 회장의 사임 주장을 수용할 수 없음을 못 박았다.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체부는 “이는 정부조직 개편에 관한 사안으로 정부 내에서의 신중한 논의와 국회 입법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위원회 형태의 합의제 행정기관은 통상 규제 관련 업무를 관장한다는 점에서 정부조직의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이처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들어 양측은 주요 사안마다 갈등을 빚고 있고 계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올초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하계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선임을 놓고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당사자들이 극적인 합의를 이루기는 했지만 대회 조직위원회 출범 기한을 두 차례나 넘겨 대회 개최가 무산될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대한체육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위치한 스위스 로잔에 연락사무소 설치를 추진하자 문체부가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정책위원회 문제까지 터지면서 갈등의 수준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이를 지켜보는 체육계의 우려도 크다. 스포츠 분야에서 해결할 사안이 산적한데 체육계 양대 축이 계속 다투는 모습이 결코 보기 좋을리 없다. 특히 이같은 갈등이 서로 영향력을 키우려는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져 더 걱정이 크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정부와 대한체육회 간의 불신의 벽이 높아 갈등의 벽이 쉽게 무너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 체육 발전을 위해서라도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