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경기 후 아이싱? 핫팩 붙이고 바셀린 발랐죠"[만났습니다②]

by이지은 기자
2022.07.22 00:01:15

40년 전 프로야구…아마추어 지식으로 '멘땅에 헤딩'
"어깨 뜨겁게 해야 한다고 믿어…훈련은 무조건 런닝"
보호대 없이 타석에…'만세' 동작으로 몸에 맞는 볼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최근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이지은 기자] “어깨가 달궈지면 ‘아이싱’이 아니라 ‘핫팩’을 달았죠.”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이 기억하는 프로야구 40년 전은 현재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1982년 당시 전두환 정권의 전폭적인 지지로 KBO리그가 출범했으나, 갑자기 프로가 돼버린 선수들의 야구 지식은 아마추어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이 ‘맨땅에 헤딩’이라고 표현하던 시기다.

아이싱(얼음찜질) 치료가 대표적이다. 요즘 선수들은 어깨를 많이 쓴 날이나 타박상으로 부종이 생길 경우 바로 아이싱을 한다. 근육을 수축시켜 회복하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창기 선수들의 민간요법은 정반대였다. 이 이사장은 “옛날엔 어깨가 안 좋으면 핫팩을 붙이고 바셀린(연고)을 발랐다. 그러면 안 됐는데 그때는 뜨겁게 해야 한다고 믿었다”며 웃었다. 이어 “미국은 물론 일본 야구도 구경조차 못했다 보니 아이싱을 하는 것도 몇 년 후 시작된 미국 캠프에 가서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현대 야구에서는 구단 차원에서 웨이트트레이닝(근력 강화 운동) 전문 코치를 고용하고 식단을 직접 관리해 선수들을 ‘벌크업’시키곤 한다. 이 이사장은 웨이트트레이닝이 금기시됐던 시절 몰래 운동을 하다가 야단을 맞기도 했다. 그는 “야구 선수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 몸이 딱딱해져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었다”며 “체력 훈련을 한다고 뛰기만 했다. 어깨가 안 좋다던가 경기를 한 다음 날 근육이 뭉치면 우선 뛰었다”고 회상했다.

이 이사장은 “지금은 선수들도 손목, 팔꿈치 등 보호대를 많이 착용하지만, 나 때는 그런 걸 해야 한다는 개념도 없어 맨몸으로 타석에 들어갔다”며 “그런데 세리머니를 요란하게 하는 바람에 화가 난 상대 감독과 투수가 위협구를 많이 던졌다. 그걸 피할 줄 몰라서 공이 오면 이렇게 피했다”며 당시 자신이 타석에서 취했던 동작을 재현했다. 두 손을 하늘로 번쩍 올리는, 즉 ‘만세’ 동작이었다. 그는 “공이 오면 그냥 바로 맞는 거였다. 뼈가 워낙 튼튼해서 다행”이라며 자신의 갈비뼈 부근을 쓰다듬었다. 이 이사장은 현역시절 몸에 맞은 공 112개로 당시 최다 기록을 보유했던 선수였다.

에어컨조차 없는 버스에서 새우잠을 잤던 것도, 기본 장비가 없어 일본에서 직접 공수했던 것도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들이다. 이 이사장은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 어려움도 많이 있었지만, 오늘날 이렇게 좋아진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라며 “우리의 시행착오를 통해 밑거름을 만들어 놓았으니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무식하게 야구를 했다”며 “지금 애들은 복 받은 것”이라고 농담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