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황효원 기자
2021.08.09 00:13:40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2020 도쿄 올림픽이 8일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도쿄 올림픽 속 선수들의 활약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했다.
역사적인 순간을 생생하게 전달해온 해설진들의 중계는 시청자들이 올림픽을 한층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때로는 날카로운 통찰을 더한 해설진들의 발언은 온라인 상에서 재조명을 받기도 했지만 개막식부터 자막 논란이 불거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 해설을 맡은 기보배 KBS 해설위원의 발언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기 위원은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큰 부담감을 느꼈을 선수들에게 “내가 뭔가 하나 해내야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번 올림픽에서 세 번째 금메달을 거머쥔 안산 선수가 시상대에 오를 때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도 있지만 대한양궁협회의 지원, 지도자의 희생, 정의선 회장님의 양궁에 대한 끝없는 사랑, 국민들의 응원이 있기에 안산 선수의 금메달이 있는 겁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여자 양궁 경기 해설을 맡았던 강승화 KBS 아나운서의 소신 발언도 조명받았다. 강 아나운서는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안산 선수가 우승을 차치하던 순간 “여러분은 지금 국가, 인종, 종교, 성별로 규정된 게 아닌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노력한 한 인간으로서의 선수, 그 자체를 보고 계십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안산 선수에 대한 논란을 꼬집었다.
SBS에서 남편 박경모와 함께 부부 동반 해설로 화제를 모았던 박성현 해설위원은 상대 선수가 경험은 많지만 금메달이 없다는 이야기에 “메달은 경기와 비례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KBS에서 핸드볼 중계를 맡았던 문필희 해설위원은 “메달은 당연한 게 아니다. 메달을 따는 데까지 큰 노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2020 도쿄올림픽 체조 동메달리스트 여서정의 아버지인 여홍철 KBS해설위원은 단연 큰 주목을 받았다. 여서정의 동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환호하며 캐스터와 손을 맞잡았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한국 체조 첫 은메달을 선물한 여홍철 해설위원과 한국 여자 체조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거머쥔 그의 딸 여서정의 경기 모습을 편집한 영상도 화제를 모았다.
SBS에서 펜싱 경기를 중계한 원우영 해설위원과 MBC에서 배구를 중계한 황연주 해설위원도 마찬가지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김정환, 오은석, 구본길과 함께 팀을 이뤄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던 원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 함께했던 선수들이 메달을 확정 지을 때마다 눈물을 흘려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황 해설위원은 여자 배구 A조 예선전 한국 대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에서 ‘끝까지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라고 외치는 김연경 선수의 말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KBS에서 배구 해설을 맡은 한유미 해설위원은 여자 배구대표팀의 4강 진출이 확정되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원래 스포츠는 경쟁이 아니고 감동이다”고 말해 감동을 선사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MBC는 올림픽 참가국을 소개하며 부적절한 사진과 문구를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MBC는 우크라이나 소개에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넣었고, 아이티 소개에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달아 큰 비판을 받았다.
다음날 7월24일 MBC는 공식 사과문을 내고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다음날 25일 MBC는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에서 루마니아 선수 마리우스 마린이 자책골을 넣자 전반전 종료 후 광고 영상 중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조롱성 자막을 넣었다.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박성제 MBC 사장은 7월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고 사과했다.
박 사장은 “취임 이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며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