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명성 어디로…JTBC 드라마 시청률 장기 부진 왜?

by김보영 기자
2021.07.14 06:00:00

올 상반기 기대작들 전부 2~3% 시청률로 종영
하반기 회심작 '알고있지만'·'월간집'마저 주춤
2030 취향 저격 소재…TV 성적 낮지만 OTT는 높아
'슬의생2' 인기 독주…동시간대 치열한 경쟁 환경

(왼쪽부터) JTBC ‘알고있지만,’, ‘월간집’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JTBC 드라마가 시청률 장기 부진의 늪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JTBC는 지난해 ‘부부의 세계’와 ‘이태원 클라쓰’ 등이 신드롬급 인기를 얻어 지상파, 케이블을 위협할 ‘신 드라마 명가’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후 ‘허쉬’, ‘시지프스 : the myth’, ‘언더커버’ 등 올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던 드라마들이 2~3%대의 초라한 시청률로 막을 내리면서 그 입지가 위축된 상황이다. 올 하반기 초 회심작이던 ‘알고있지만,’과 ‘월간집’마저 시청자들의 호평과 달리 시청률이 저조해 고민이 깊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방송을 시작한 JTBC 토요드라마 ‘알고있지만,’은 첫방송 시청률이 2.2%(이하 전국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한 이후 모든 회차가 1%대 시청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동명의 인기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알고있지만,’은 미대 캠퍼스를 배경으로 사랑은 못 믿어도 연애는 하고 싶은 여자 유나비(한소희 분)와 연애는 성가셔도 썸은 타고 싶은 남자 박재언(송강 분)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원작의 명성과 그에 걸맞은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제작 단계 때부터 수많은 웹툰, 드라마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부부의 세계’ 열풍의 주역으로 활약한 배우 한소희와 넷플릭스 ‘스위트홈’, ‘좋아하면 울리는’ 시리즈를 통해 글로벌 신예로 등극한 송강, 대세로 떠오른 두 청춘 스타의 만남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웹툰을 찢고 나온 듯 원작과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들의 외모에 방송 전부터 ‘비주얼 맛집’, ‘흥행 보증 수표’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었다.

방영 후에도 스토리 전개나 두 주인공의 연기 호흡은 꾸준히 호평이 따르고 있지만, 주 1회 오후 11시 방송, 회차 초반 19금 편성 등 불리한 조건으로 시청률 부진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어려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이를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비교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방송된 ‘부부의 세계’는 오후 11시 방송에 19금 편성이었지만 ‘불륜’이란 코드를 활용해 가족, 부모, 부부 등 남녀노소가 공감할 근원적 소재에 다가갔기에 대중적 공감을 얻고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인 간의 가스라이팅, 잠만 자고 사귀지는 않는 모호한 썸 관계 등 ‘알고있지만,’이 다루는 로맨스는 2030세대 연애의 어두운 현실적 면모를 다뤄 젊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순 있어도 부모 세대의 공감까지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소재라는 설명이다.

다만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시청 성적은 안정적이다. ‘알고있지만,’은 넷플릭스 국내 톱10 콘텐츠 4위를, 티빙에서 인기프로그램 6위로 상위권을 차지 중이다.

정소민, 김지석 주연의 수목극 ‘월간집’ 역시 낮은 시청률에 허덕이고 있다. ‘월간집’은 집에서 사는(live) 여자와 집을 사는(buy) 남자의 내 집 마련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치솟는 전셋값’, ‘내 집 마련의 꿈’ 등 세대불문 관심이 뜨거운 ‘부동산’ 이슈를 화두로 내세우고 상사와 부하직원의 티격태격한 오피스 일상을 유쾌한 로맨스와 함께 녹여 공감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첫방송 시청률만 3.2%를 기록하고 계속 2%대에 머물며 주춤하는 모양새다.

정덕현 평론가는 “지난해부터 시즌제로 굳건히 팬덤을 쌓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가 워낙 동시간대에 독보적 시청률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며 “문소리, 정재영 등 연륜 깊은 톱 배우들을 내세운 또 다른 동시간대 드라마 MBC ‘미치지 않고서야’ 역시 웰메이드 오피스물로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틈새에서 약진 중인 만큼 경쟁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주시청층으로 떠오른 2030 세대가 TV를 주 매체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며 “OTT를 주로 소비하는 이들의 시청 패턴에 비춰볼 때, 편성 시간이나 TV 시청률을 따지는 게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의미다. JTBC가 시청률과 상관없이 다양한 드라마들을 편성해 실험을 거듭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