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풍년' 프로골프…女 펄펄나는데 男은 숨고르기, 왜

by주영로 기자
2019.04.26 06:00:00

남자 군 복무 등으로 전성기 20대 중후반 많아
여자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 전성기 맞아
작년 우승자 남자 평균 29.7세, 여자 23.6세
남자 10대부터 40대 두꺼운 선수층, 여자 20대 위주

2019시즌 KLPGA 투어 신인 조아연(왼쪽부터)과 임희정, 박현경. (사진=KLPGA)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여자 신인은 펄펄 날고, 남자 신인은 숨 고르기.’

올해 남녀 프로골프투어에 데뷔한 신인들의 성적이 대조를 보이고 있다. 25일 현재 여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5개 대회, 남자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개막전 1개 대회를 끝냈다. 여자부 KLPGA 투어에선 신인들의 활약이 거세다. ‘특급 루키’로 평가받고 있는 조아연(19)이 7일 국내 개막전으로 열린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데 이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선 이승연(21)이 우승을 차지해 ‘루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반해 남자부 KPGA 코리안투어에선 신인들이 아직은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22일 개막전으로 열린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 출전한 신인 가운데선 김한별(23)이 공동 8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KLPGA 투어에선 해마다 신인들의 활약이 관심거리다. 지난해에도 최혜진(20)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또 다른 흥행카드로 등장했다. 예상대로 2승을 올린 최혜진은 신인상과 대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2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한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진출한 이정은(23)의 뒤를 이을 여왕 후보로 떠올랐다.

올해도 기대를 받는 신인이 넘쳐 난다. 세계 아마추어 골프팀 선수권 대회 우승자 조아연을 비롯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골프 개인전 은메달을 목에 건 임희정(19), 드림투어를 거쳐 올라온 박현경(19)과 이승연(21)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KPGA 코리안투어에서도 모처럼 기대를 받는 신인들이 대거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2014년 중학생 신분으로 프로대회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공동 3위에 올랐던 이재경(20)과 김재일(23), 김한별(23), 윤상필(21), 이수홍(19) 등이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시즌 초반 남녀 신인들의 성적표는 희비가 갈렸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여자 선수들보다 남자 신인 선수들은 아직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남녀 신인 선수들이 투어에서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전성기를 맞는 시기와 선수층 그리고 이전 신인들의 활약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자보다 여자 선수들의 전성기가 빠른 편이다. 지난해 기준 KPGA와 KLPGA 투어 우승자의 연령대만 비교해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KPGA 코리안투어 우승자의 평균 나이는 29.764세다. KLPGA 투어는 그에 비해 6.1세가 적었다. 지난해 우승자의 평균 나이는 23.6071세다. 2016년과 2017년도 비슷하다. 남자는 29.615세, 28.947세였지만, 여자는 같은 시기 23.1875세, 22.8666세였다.

또 KPGA 코리안투어에서 2016년 모중경(당시 45세), 2017년 황인춘(당시 43세)의 40대 우승자가 나왔지만, KLPGA 투어에선 없었다. 지난해 남자는 30대 우승자가 8명이었고, 여자 최고령 우승은 32세의 홍란이었다.



전성기가 다른 가장 큰 이유로 군 복무도 빼놓을 수 없다. 남자선수들은 20대 초중반 군에 입대하면서 최소 2년 정도의 공백기가 생긴다. 군 입대 그리고 전역 후 활동에 대한 부담이 성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에 반해 여자 선수들은 10대 후반 프로로 데뷔해 꾸준하게 활동할 수 있어 전성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

고덕호 SBS골프 해설위원은 “골프를 시작한 뒤 5~7년 후면 절정의 시기가 온다”며 “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생 때 골프를 시작하면 20대 초반에 전성기가 오지만, 남자들은 그 시기 군대를 가야 하는 만큼 전성기가 조금 더 늦게 찾아올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선수층의 차이도 있다. 25일 열린 KPGA 코리안투어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에 출전한 선수 144명의 연령 분포도를 보면 10대 3명, 20대 76명, 30대 57명, 40대 8명이다. KLPGA 투어는 같은 기간 열리고 있는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에 출전한 135명 중 30대는 12명, 10대 4명을 제외하고 119명이 20대였다. 40대는 1명도 없다. 즉, KPGA 코리안투어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선수가 활동해 그만큼 두껍고 고른 선수층을 보이지만, KLPGA 투어는 20대의 쏠림 현상이 컸다.

신인이 느끼는 자신감의 차이도 있다. KLPGA 투어에선 매년 신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새로 투어에 진입하는 신인들에겐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반면, KPGA 코리안투어에선 신인들의 활약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앞선 신인들의 성적은 후배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여자는 국내 투어에 ‘올인’ 할 수 있는 구조지만, 남자 선수들은 일찍부터 국내를 넘어 해외 투어를 병행한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KLPGA 투어는 연간 30개 안팎의 대회가 열려 해외 투어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될 정도의 안정된 투어 활동이 가능하다. 또 상금 규모 등을 따져도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아 굳이 해외 진출을 서두를 필요도 없다. 반면 남자 선수들은 국내 시장이 좁아 해외로 나가지 않고서는 경제적인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나이가 어린 선수일수록 아시아, 중국, 일본, 유럽, 미국 등 국내보다 규모가 큰 투어 진출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그만큼 국내 투어에 전념하지 못하는 것도 신인들이 국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KPGA 코리안투어의 신인 이재경. (사진=K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