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준비하는 남녀 골프 유망주 “2020년에는 정규 투어에서 뛰자”

by주영로 기자
2018.12.31 06:00:00

18세 명수현, 20세 안수빈, 박서연 새해 굳은 다짐
2020년 정규투어 진출 같은 목표 안고 전지훈련 떠나

남녀 골프유망주 명수현과 박서연, 안수빈(왼쪽부터)이 28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레이크골프아카데미에서 훈련 중 휴식 시간에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안수빈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2020년에는 다 함께 정규 투어에서 뛰자.”

2019년 새해를 앞두고 남녀 골프 유망주 명수현(18)과 박서연(20), 안수빈(20)이 희망찬 다짐과 각오를 밝혔다. 영하 10도가 넘는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윙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골프 유망주들을 경기도 수원의 레이크골프아카데미에서 만났다.

△한 번씩 실패 경험 오히려 성장 발판

명수현과 박서연, 안수빈은 신분과 투어는 다르지만, 모두 올해 프로가 됐다. 명수현은 한국프로골프(KPGA)의 2부인 챌린지투어, 박서연과 안수빈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드림 투어에서 뛰었다. 아쉽게 셋 모두 2019년 정규투어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포기란 없다. 1월부터 태국에서 시작할 8주 동안의 전지훈련을 앞두고 비장한 각오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명수현은 골프를 배운 지 5년 만에 프로가 됐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가서 공을 쳐서 홀에 넣는 퍼팅에 재미를 느껴 골프를 배우게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또래에 비하면 늦었지만, 성장이 빠르다. 지난해 KPGA 준회원으로 입회하며 프로의 세계에 뛰어든 그는 올해 KPGA 챌린지(2부) 투어 7회 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하며 두각을 보였다.

4명이 치른 연장전에 나선 명수현은 1차전에서 보기를 적어내 아쉽게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틀 동안 보기가 없는 경기를 펼치며 연장까지 합류했던 그는 아쉽게도 연장전에서 티샷을 실수했다. 그날의 경험은 그에게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명수현은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지 못했다”면서 “당시 세미프로 신분이었는데 2위만 해도 정회원이 될 수 있었기에 미리 만족을 했던 게 연장전에서 더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예상하지 못한 실수가 나왔다”면서 “다음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좀 더 대담하게 모습으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골프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쟁쟁한 선수들과 우승을 놓고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는 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는 걸 보여줬다. 명수현은 185cm, 85kg의 건장한 체격에서 뿜어내는 호쾌한 샷이 일품이다.

박서연이 골프선수가 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프로골퍼의 캐디로 일했던 이모의 권유로 골프선수가 됐다. 박서연의 이모 지은희 씨는 2000년대 후반까지 JLPGA 투어 상금왕 안선주,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동명이인 지은희 등의 캐디로 활동했다.

2016년 세미프로가 되면서 프로에 입문한 박서연은 2017년 정회원이 되지 못하면서 2년 동안 3부 투어에서 활동했다. 올해 작은 꿈을 이뤘다. 4월 열린 점프(3부) 투어 6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그토록 바랐던 정회원이 됐다. 한 단계 더 성장한 박서연은 올해 드림(2부) 투어에서 활약했고, 또 다른 가능성을 봤다. 지난 7월 열린 드림투어 13차전은 박서연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3부 투어에서 올라와 출전 기회가 자주 없었던 그는 예선을 통해 출전을 노렸다. 5위로 떨어졌지만, 결원이 생기면서 대기자 신분이었던 그에게 다시 출전 기회가 왔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4위에 올라 시즌 최고 성적을 거뒀다. 박서연은 “끝나고 나니 우승자와 2~3타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경기할 때는 몰랐는데 다음에 TV를 통해 내가 경기한 장면을 보니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였다”면서 “퍼트를 할 때 더 자신 있게 하지 못하면서 소극적이었다. 넣지 못하더라도 확실하게 쳐야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안수빈은 셋 중 가장 늦게 프로가 됐다. 대학생활을 병행 중인 그는 올해 프로가 돼 KLPGA 드림투어에서 뛰었다. 셋 중에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골프를 해 가장 일찍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중고교 시절엔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프로 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이소영, 이효린 등 실력파 동기들이 많다 보니 우승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안수빈은 아마추어 때 많이 해보지 못한 우승을 프로에서 해보고 싶어 한다. 그는 “‘우승도 습관이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면서 “아마추어 시설에 준우승을 많이 해봤으니 프로가 돼서는 더 많이 우승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8주 지옥훈련 뒤 성장한 모습 기대돼”

“우승도 중요하지만, 톱10 이상의 상위권에 많이 드는 게 더 중요하지 않아?”(안수빈)

“당연하지. 상금랭킹 20위 이내에 들어야 하니 우승하고도 시드를 못 받는 일도 있더라고. 우승만큼 중요한 건 꾸준한 성적인 거 같아.”(박서연)

내년 KLPGA 정규투어 입성이라는 똑같은 목표를 가진 안수빈과 박서연은 의견을 나누며 내년 시즌 목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세웠다. 그 첫발은 새해 첫날부터 시작한 태국에서의 전지훈련이다.

8주 동안 계속될 훈련은 내년 성적을 가늠할 준비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다.

훈련 일정은 오전 5시부터 밤늦게까지 빡빡하게 짜여 있다. 오전 5시 기상하면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풀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곧바로 오전 18홀 라운드를 하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다. 일주일에 5일 이상 훈련하면 8주 동안 720홀 이상을 라운드해야 한다. 오후와 주말 라운드까지 하면 전지훈련 기간에만 1000홀 이상을 소화해야 한다.

오후엔 집중 훈련이다. 쇼트게임이나 샷·퍼트·트러블샷 등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는 시간이다.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스윙코치의 지도로 계속되는 훈련이기에 여유를 부릴 수도 없다. 오전과 오후 라운드와 스윙 훈련이 끝나면 저녁엔 체력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일정을 빈틈없이 지켜나가야만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걸 셋도 잘 알고 있다.

명수현과 안수빈, 박서연은 단단한 각오로 전지훈련을 준비했다. 8주 뒤 더 단단한 모습으로 달라져 있을 자신들을 상상하는지 얼굴이 환해졌다. 각자의 목표는 다르다. 명수현은 “어느 코스, 어떤 대회에서든 불안함을 느끼지 않고 경기하기 위해선 모든 샷을 다 잘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이번 전지훈련을 알차게 보내고 오겠다”고 힘줘 말했다.

안수빈은 프로 무대에서 1년 내내 안정적인 경기를 할 수 있는 체력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 그는 “예전엔 골프선수가 러닝과 같은 운동을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면서 “기복 없이 경기할 수 있는 샷과 탄탄한 체력을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전지훈련의 확실한 목표를 정했다.

박서연은 스윙뿐만 아니라 자신감을 찾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경기 전날이면 ‘내일 첫 홀에서 OB가 나면 어떡하지’ 등 많은 생각이 떠올라 걱정이 많아진다”면서 “준비가 잘 돼 있으면 그런 잡생각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나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혼자가 아닌 셋이기에 서로에게 힘도 된다. 나이가 가장 어린 막내 명수현이 “우리 2020년에는 다 함께 정규 투어에서 뛰어요”라고 말하자 안수빈과 박서연은 “파이팅”이라며 서로의 어깨를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