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김영찬 골프존 회장 "세상에 없던 서비스 계속할 것"

by김인오 기자
2017.03.28 06:00:00

삼성전자 퇴직 후 '잘하는 것 하자'
인터넷-IT-네트워크-골프 자신 있어 창업
고가 스크린골프, 가격 낮춰 도전
유통, 골프장, 스크린야구로 사업 확대
해외 공략 본격화

김영찬 골프존뉴딘그룹 회장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전국 골프연습장 3000여 곳에 기계 1~2대 정도 팔면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2005년 스크린골프 붐이 일면서 사업가로 변신하게 됐고, 골프용품 유통, 골프장 운영, 스크린야구, 게임산업까지 진출하게 됐죠.”

초기 김영찬 회장의 골프존 창업은 소박했다. 은퇴 이후 ‘손자들에게 용돈을 줄 능력이 있는 할아버지가 되자’라는 생각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김 회장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밑천 삼아 귀족 스포츠로만 여겨지던 골프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중 스포츠로 이끌어 냈다. 직접 트럭을 운전하며 직원 5명과 시작한 조그만 회사는 임직원 약 1000명 수준의 국내 대표적인 골프기업으로 성장했다.

골프존은 슬로건인 ‘Play Different’에 기반한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매해 고도성장을 거듭했다. 2006년 매출 100억원, 그리고 다시 2년 후인 2008년 1000억을 돌파했고, 2011년 코스닥 상장에 이어 2013년 3652억을 달성했다. 2014년 4000억원을 넘어서면서 회사 운영에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했다. 골프 관련 산업 분야를 넘어 스크린야구, 체험형 미디어 키즈카페인 키즈마루 등 공간비즈니스 사업으로 해외시장 진출과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김영찬 회장을 만나봤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자”..은퇴 후 창업 도전

김영찬 회장은 삼성전자 은퇴 이후 창업을 결심하면서 ‘내가 알고,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자고 결심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키워드는 4가지였다. ‘인터넷’, ‘정보통신’, ‘네트워크’, ‘골프’ 등이 그것이다. 그는 “정보통신과 네트워크는 삼성전자에 있을 때부터 늘 해오던 일이었고, 인터넷은 2000년초 벤처 붐이 일던 당시 놓칠 수 없는 시대적 동반자였다. 여기에 좋아하던 골프를 결합했다. 평소 즐기는 운동이었고 연습장과 골프장에서 하는 골프가 너무 달라 그 중간에서 필드를 대응할 수 있는 연습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2000년 창업을 할 당시에도 골프시뮬레이터는 존재했다. 하지만 일류 연습장이나 고급 호텔 피트니스센터에 몇 개 있을 정도였고 주로 타구 분석용으로 쓰였다. 1대당 가격이 1억원 정도로 매우 비쌌는데 완성도가 부족하고 잔고장이 많아 이용자가 매우 적었다. 제대로 기계를 만들어 현실적인 가격에 골프연습장에 공급하면 사업이 되겠다는 판단에 사업에 발을 들였다.

김 회장이 밝힌 골프존의 성장 비결은 네트워크다. 처음부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서비스 모델로 시장에 진출했다. 골프존 회원으로 가입하면 플레이 한 모든 기록이 저장되며, 해당 기록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받는다. 또 랭킹과 등급 레벨이 있어 끊임없는 경쟁과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지역, 직장, 동창회 등에서 수많은 스크린골프 동호회가 생겨난 것도 네트워크 서비스 때문이다.

김영찬 회장은 “현재 골프존의 회원수는 약 200만명에 이른다. 또 고객의 약 70%는 로그인을 통해 스크린골프를 즐긴다. 어느 기업들도 따라올 수 없는 이러한 강력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골프존뉴딘그룹은 골프존과 골프존유통, 골프존카운티,뉴딘콘텐츠(스크린야구 스트라이크존) 등 자회사를 운영하며 문화컨버전스 그룹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영찬 회장이 지난해 말 열린 사랑나눔 효 큰잔치에서 쌀을 기증하고 있다.
◇‘갑질 논란’ 멍에 벗고 해외 진출 모색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승승장구하던 김영찬 회장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골프존이 인기를 끌자 우후죽순으로 스크린골프방이 생겨났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업주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몇몇 업주들은 ‘골프존이 무차별적으로 기기를 판매해서 손해를 입었다’며 시위, 청원 등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급기야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골프존이 프로젝터 2~3개를 지정해 시스템 판매 시 묶음상품으로 끼워 파는 등 거래강제행위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48억9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골프존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회장은 2년여간에 걸친 지루한 공방 끝에 ‘갑질 논란’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가 골프존에 내린 시정명령 및 48억여 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해 골프존 측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고, 12월 말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고발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의견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스크린골프 시스템과 프로젝터는 각각 별도로 거래될 수 있으나 서로 기능적으로 결합돼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구동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라며 “묶음상품 형태로 거래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골프존의 손을 들어줬다.

마음의 짐을 벗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투비전(TWOVISION)이라는 새로운 스크린골프시뮬레이터를 만들어 스크린골프 가맹사업 브랜드 ‘골프존파크’를 시작했다. 지난 1월에 시작한 가맹사업은 3개월 만에 500호 가맹점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런 추세라면 4월 중에 600호 가맹점 계약도 가능해 보인다. 센서를 앞에도 설치해 정교한 샷 분석이 가능해진 투비전이 가맹점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스크린야구 진출..1년 만에 100호 가맹점 돌파

메인 사업인 스크린골프가 안정화되자 다른 분야도 술술 풀렸다. 전국 38개의 ‘골프존마켓’과 온라인 쇼핑몰 ‘골핑’에서 자신감을 얻은 김 회장은 지난해 말 프리미엄 골프의류 전문매장인 ‘골프애비뉴’를 오픈했다. 그는 “골프존 회원을 기반으로 쇼핑 데이터를 축적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골프용품 유통시장 정착을 위해 업계 최초로 ‘가격정찰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프존은 IT기술을 접목한 골프장 토털 서비스 기업 골프존카운티를 설립해 5개의 퍼블릭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스크린야구 시뮬레이터 시장에도 진출했다. 골프존이 만든 ‘스트라이크존’은 1년 만에 100호 가맹점을 돌파해 시장점유율 2위 업체로 성장했다.

김영찬 회장은 올해를 해외 진출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공식시뮬레이터로 지정돼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고, 중국 500대 기업에 속하는 진잉그룹과 MOU를 체결하고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최대 인터넷서비스 기업인 라쿠텐과 업무협약을 맺고 골프 부킹서비스와 골프 여행상품 판매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스크린골프로 성공을 거뒀지만 비골프 분야의 신성장 사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는 게 목표다.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는 창업 정신을 발전시켜 글로벌 기업과 한판 대결을 벌일 생각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골프존문화재단 사랑의 밥차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김영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