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계약’ 이서진 “유이와 멱살키스, 평소에도 멱살잡아”(인터뷰①)
by김윤지 기자
2016.05.06 06:59:50
| | [이데일리 스타in 방인권 기자]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결혼계약’에서 안하무인의 냉정한 성품을 지닌 재벌 2세 한지훈 역을 열연한 배우 이서진이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 회관 50층 프로미나드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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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배우 이서진은 양면의 스타다. 드라마 속 로맨틱한 캐릭터로 여성 시청자를 사로잡는가 하면, 예능프로그램에서는 가식이라곤 전혀 없는 솔직함으로 웃음을 안긴다. 드라마를 보고 이서진이란 배우에 반한다면, ‘서지니’라 불리는 예능에서는 친근함을 느끼는 식이다.
2013년 방영된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유럽 편’ 이후 한동안 예능인 이미지가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24일 종영한 MBC 드라마 ‘결혼계약’(연출 김진민·극본 정유경)은 잠시 잊고 지낸 배우 이서진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결혼계약’은 장기이식이 필요한 남자와 돈이 필요한 여자가 필요에 의해 결혼하지만, 그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을 깨달아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빤해 보이지만 빤하지 않은 멜로였다. 이서진은 극중 차가운 남자 한지훈이 ‘사랑꾼’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나 한번만 봐주면 안 되요”라며 눈물 흘릴 때 시청자도 울었고, 꽃다발을 들고 연인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에서 시청자도 웃었다. 꾸준히 잘해온 배우 이서진의 가치를 다시금 보여준 순간이었다.
―얼굴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아니다. 드라마 하면서 살이 빠졌다. 4kg 정도 빠졌다. 처음에 조금씩 줄다가, 한꺼번에 쑥 빠졌다. 다시 체중이 조금 돌아온 상태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고 힘들어서 그랬다.
―드라마가 잘 됐다.
△쑥스럽다. 작품이 잘되면 좋다.
‘결혼계약’은 자체 최고 시청률 22.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는 등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고수했다. 후속작인 ‘옥중화’ 제작이 다소 지연되면서 급히 편성됐던 작품으로 방영 전 기대가 높은 작품은 아니었다. 배우들의 호연, 세련된 연출, 탄탄한 대본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며 성공을 거뒀다.
△시청률을 떠나 하는 내내 재미있었다. 내가 재미있으면 당연히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좋은 평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시청률은 이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빤하다’는 말이 많았는데, 내 생각은 달랐다. 어떤 작가가 글을 쓴다는 건 나만의 것이 있다는 것이다. ‘결혼계약’은 여러 번 읽어 보면 깊은 뜻이 느껴지는 대본이다. 연출이 잘 살려주고, 하는 나도 재미있게 했다.
―제작발표회에서 김진민PD가 말했듯이 캐스팅 단계에서 정유경 작가에게 캐릭터를 수정하는 건 어떤지 의견을 냈다.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었다.
△캐릭터를 조금 수정해 주실 수 있느냐고 작가님께 부탁했다. 처음엔 한지훈이 너무 착했다. 이렇게 착한 애는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가 보이겠더라. 초반에 성격을 안 좋게 설정해서 극적으로 변해가는 걸 보여줘야 16부를 끌고 가지 않을까 하고 의견을 냈다. 작가님이 흔쾌히 받아주셔서 감동했다.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나?
△아니, 왜? ‘땜빵 드라마’라서? (웃음) 1,2회 촬영하면서 김진민PD가 잘한다고 생각했다. 의견을 내고 3일 만에 작가님이 수정된 대본을 줬다. 이후 대본과 관련해 한 마디도 안했다. 2회 편집이 끝나고 나서 김진민PD가 “(작품이)괜찮다”고 하더라. 방송이 나간 후 괜찮다는 PD들의 연락이 와서 ‘잘되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에 끌려서 이 작품에 합류하게 됐나.
△이맘때 슬픈 멜로가 나오면 좋아하지 않을까 했다. 처음엔 안하려고 했다. 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해서 조심스럽고 감사했다. 그렇게 만났는데 원하는 대로 수정을 해주셨다. 작가님이 3일 만에 수정고를 보내줘 감동받았다. 해야겠다 싶었다. 여배우가 캐스팅이 안 되서 애를 먹었는데, 유이가 왔다.
―상대역이 유이란 소식에 만세를 불렀다는 말이 있다. (웃음)
△다른 여배우들도 이야기가 있었다. 여주인공이 시한부고, 애 엄마라서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유이는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작가님과 PD님은 좋다고 했다. 김진민PD가 유이를 (캐릭터로)만들 수 있다고 했다. 두 분이 찬성하셨기 때문에 나는 오케이(OK)였다.
―함께 호흡한 유이는 어떤 배우였나.
△워낙 밝고 씩씩하다. 김진민PD와 이야기하는 걸 보니까 열심히 잘 할 것 같았다.
9회에서는 강혜수 역의 유이와 진한 키스신을 선보였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장면으로, 계약 관계에서 연인 관계가 되는 전환점이었다. 이때 이서진이 유이의 옷깃을 잡는 모양이 마치 멱살잡이로 보여 ‘멱살 키스’로 불렸다.
△(멱살은)평소에 하던 행동이다. 유이가 워낙 어리지 않나. 귀여워서 멱살을 잡는 장난을 치곤했다. 그걸 또 유이가 잘 받아준다. 요즘 드라마에 키스신이 워낙 많으니까 뭐가 특별할까 싶어서 (멱살 잡는 행동을) 넣었다. 나이 차가 많이 나니까 편한 부분도 있었다.
―은성 역의 신린아 어린이와 호흡도 좋았다. 진짜 부녀처럼 보였다.
△너무 예쁘지 않나. 그런 딸을 낳으면 좋겠다. 남자애들을 원래 안 좋아한다.처음엔 (신)린아가 유이랑만 친했다. 붙는 신이 늘어나면서 점점 친해졌다. 하는 행동이 정말 예쁘다. 만날 그림 그리고 딴 짓하고 있다. 그림 그리면서 상상 속의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연기할 땐 확 몰입해서 연기하는데 평소에는 그렇게 딴 짓을 한다. 연기 천재다. 요즘 영악한 친구들도 있는데 린아는 그렇지 않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이 다 예뻐했다. 사람을 끄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김진민PD와는 어땠나.
△좋았다. 연출을 잘해서 깜짝 놀랐다. 초반에 촬영할 때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을 하더라. 준비해 가는 걸 다 하게 해주니까 신나게 더 준비했다. 그러다 보니 요구가 점점 늘어났다. ‘이 신 어떻게 해요?’라고 물어보면 ‘서진씨 연기력으로 커버합시다’라고 하는 식이었다. 촬영하면서 피곤하긴 피곤했다. 요구가 늘어날수록 긴장이 됐다.
―유이와 키스신 등이 담긴 섬 촬영은 어땠나.
△힘들었다. 키스신은 기억도 안 난다. 추웠던 것만 기억난다. 빨리 끝내고 들어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겉옷을 벗어서 유이에게 입혀주는 장면이 있다. PD님 주문이었는데 나도 너무 추웠다. ‘꼭 그렇게 해야 하냐’고 물어봤다. (웃음) 어떻게 해야 키스신이 특별해 보일까 생각을 많이 했다. PD님이 동선을 짜주고, 나머지는 둘이서 알아서 하라고 했다. 평소 자주 멱살을 잡고, (멱살을 잡는) 키스신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렇게 했다.
―멱살을 잡을 만큼 편안한 사이인데, 극중에서는 후반부로 갈수록 절절했다.
△조금씩 감정이 쌓여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 극중 유이가 시한부라는 걸 알게 된 후에는 모든 신이 슬펐다. 유이는 매일 울어야 했다. (인터뷰②로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