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주→복귀’ 호나우두·조던...선택 배경은?

by박종민 기자
2015.02.26 05:59:00

'38세 구단주→복귀’는 스포츠 황제들의 공통점?
복귀는 대개 비즈니스 측면 때문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축구황제’ 호나우두(38)가 현역 선수로 복귀한다. 미국 지상파 ‘NBC 스포츠’ 등 세계 각국의 유력 언론들은 브라질 매체 ‘Lance’의 인터뷰를 빌어 “호나우두가 현역 복귀를 공식화했다”고 25일(한국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호나우두는 이르면 올해 말쯤 그라운드에 설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공동 구단주로 일하게 된 북미사커리그(NASL) 포트로더데일 스트라이커스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다. NASL은 지난 2009년 설립돼 2011년에 출범한 리그로 메이저리그사커(MLS)의 2부 리그 격이다.

호나우두의 행보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2)과 놀랄 만큼 닮아있다. 조던은 지난 2001년 지금의 호나우두처럼 만 38세의 나이에 현역에 복귀했다. 당시 조던도 워싱턴 위저즈의 공동 구단주 신분이었다.

△ 호나우두. (사진=AFPBBNews)
호나우두와 조던은 각각 축구와 농구 종목에서 끝을 본 선수들이다. 구단주가 되지 않았다면 굳이 불혹을 앞두고 현역에 복귀를 하는 ‘넌센스’ 같은 일은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축구와 농구에 대한 두 사람의 지나친 열정도 늦은 나이 복귀를 일부 고려하게 만들었으나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비즈니스 측면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호나우두와 조던의 상품가치는 축구와 농구 역사상 최고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성기 시절 호나우두는 한화 기준 약 400~500억 원, 조던은 1400억 원 이상의 연간 수입(연봉 포함)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복귀 이유에 대해 호나우두는 조금 더 솔직했다. 그는 포트로더데일 스트라이커스의 번영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호나우두는 자신의 복귀가 2부 리그 변방 팀을 세계적인 팀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며 복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본격적인 체중감량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던의 경우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2차 복귀의 표면적 이유는 농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 “I‘m Back”을 외치며 코트에 돌아왔던 1995년 당시의 이유로 더 적절했다. 1993년 조던은 리그 3연패를 달성한 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피살과 동기 부족이 ‘은퇴의 변’이었다.

그는 1년이 넘는 기간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며 야구선수로 생활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MLB) 문턱은 높았다. 주루 플레이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타율은 2할대에 그쳤다. 그저 그런 야구선수였던 조던은 결국 1995년 3월 18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농구계로 발을 돌렸다.

호나우두와 조던은 결국 경영자로서 첫발을 내딛기 위해 현역 복귀를 선언했다. 자신의 인지도와 스타성을 활용해 구단 매출 상승과 이미지 제고를 꾀하기 위함이다. 2001년 조던이 현역에 복귀하자 그동안 리그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워싱턴 구단은 단숨에 인기구단으로 변모했다. 그해 9월 26일 조던의 복귀 발표가 이뤄진 후 워싱턴 구단은 빗발치는 티켓 예매 문의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시즌 경기 티켓이 매진되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암표 거래도 활개를 쳤다.



호나우두는 바로 이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 워싱턴 시절 마이클 조던. (사진=AFPBBNews)


두 사람뿐 아니라 세계적인 미드필더 출신 데이비드 베컴(40)도 이 나이 때 현역 복귀를 심각히 고민했다. 과거 베컴은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인터뷰서 “경기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은퇴를 번복하고 그라운드에 다시 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현역 복귀의 꿈을 내비쳤다.

그는 플레잉 구단주로의 변신에 대해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베컴은 발언 당시 MLS의 신생팀 마이애미의 창단 작업에 몰입하고 있었다. 불혹을 앞두고 1~2년간 선수로 뛴다면 구단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있었다.

축구, 농구 선수에게 38세는 많은 나이다. 하지만 전성기 시절 리그 최고의 스타로 활약하던 선수들은 38세나 그 이상이 돼도 자기관리만 철저하다면 프로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경기력을 뽐낸다. 호나우두와 조던, 베컴은 38세 전후한 나이가 선수로 전향해 볼 마지막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만 38세에 선수로 복귀한 조던은 2년간 시즌 평균 20득점 이상을 올렸다. 통산 평균 득점인 30.1점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지만, 그는 복귀 첫해였던 2001-2002시즌 리그 엘리트 스윙맨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평균 ‘20(득점)-5(리바운드)-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조던은 그해 샬럿 전서 51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비 브라이언트, 빈스 카터, 트레이시 맥그레이디, 앨런 아이버슨 등 당시 ‘차세대 조던’으로 불렸던 선수들과 대결에서도 여유 있는 면모를 보였다. 불혹이 가까워 운동능력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기술과 ‘BQ(농구지능)’만으로 상대 선수들의 수비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체중감량에 성공한다면 호나우두도 상당한 수준의 기량을 과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부 리그이기 때문에 그의 활약 가능성은 더욱 크다.

결국 스포츠 황제들이 38세를 전후한 나이에 구단주 취임과 현역 복귀를 함께 고려하는 것도 나름 이유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