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보고 싶은데.."총학생회장 `리베이트` 때문에"

by조우영 기자
2012.07.04 07:00:12

행사비 1억 주며 공연기획사에 3000만원 요구
빅뱅 보고 싶은데 접대 받고 신인급 가수 섭외

한 대학 설문조사서 ‘축제 때 가장 보고 싶어하는 가수’로 꼽힌 그룹 빅뱅.(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1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에서 최근 대학생들의 술판이 벌어졌다. 그들은 재벌 2세도, 벤처기업가도 아니었다. A대학 총학생회장과 그의 지인들이다. 이날 여성 접대부의 봉사료와 술값은 B 공연기획사 대표가 모두 치렀다.

#2 C공연기획사 대표는 벌써 선거운동 중이다. 오는 12월 있을 대통령 선거 준비가 아니다. 그는 D대학 차기 총학생회장이 유력한 대학생 김모 씨를 물심양면 돕고 있다. 그가 당선만 되면 내년 D대학 축제나 학술제 등 행사의 낙찰은 떼놓은 당상이다.

일부 부도덕·몰염치한 총학생회장의 얘기다. 3일 공연업계의 한 관계자는“학교마다 다르지만 대개 총학생회장이 행사 계약금의 20~30%를 리베이트로 요구한다”며 “몇몇 대학 총학생회장들의 행태는 잘못된 어른들을 빰친다”고 털어놨다.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가에서 리베이트(사례금)는 관례가 된 지 오래다. 그는 실제 지난 5월 A대학 축제를 맡아 진행했다. 당시 A대학 총학생회 측으로부터 그가 받은 금액은 1억원. 그가 사실상 손에 쥔 돈은 7000만원이다. 3000만원은 A대학 총학생회장에게 리베이트로 줬다.

그는 “당시 A대학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가수’로 빅뱅이 꼽혔는데 총학생회장에게 줄 사례비를 감안하면 섭외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빅뱅의 스케줄이 맞지 않는다고 둘러됐다.

대신 그는 예산에 맞춰 1500만원에 섭외가 가능한 걸그룹 그룹 2팀과 1000만원 이하의 신인급 가수 2명을 출연시켰다. 하지만 축제 이후 공연 질(質)에 대한 혹평과 함께 공연기획사가 무능력하다는 학생들의 불만을 들어야 했다. 결국 그는 “총학생회장을 달래고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술 접대까지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로 인한 피해자는 다름아닌 학생이다. A대학에 재학 중인 장혜진(23·가명) 씨는 “기업체로부터 어느 정도 후원을 받는 줄은 알았지만 총학생회장의 주머니로 학생회비가 들어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투명하지 못한 회계처리도 문제다. 일부 총학생회는 편법으로 세무자료를 남기지 않아 현금이 오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이에 대한 경찰 조사까지 한 차례 있었으나 유야무야됐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더라도 출연료나 진행비를 ‘뻥튀기’하면 그만이라는 게 공연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재학생이 1만명 이상인 학교의 1년치 행사 예산은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학은 380여 개.재학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대학교의 관련 예산이 그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대학 행사 시장 규모는 연간 4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연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5~6월과 9~10월에 집중되는 축제, 연말에 있는 단과대별 행사나 학술제 등이 포함된다.

현재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서울 지역 대학행사 전문 기획사는 10여 개 정도다. 전국적으로는 100여 업체가 넘는다. 한 학교의 입찰 공고가 뜨면 10~30개 업체가 달려드는 실정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기성 세대의 잘못된 로비 문화가 대학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는 한탄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로비를 하지 않으면 손해볼 게 뻔한 불공정 세태가 만연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쟁이 가능하겠냐”고 말했다. 오히려 “각 대학축제 예산 대부분을 연예인을 초청하는 비용으로 쓰는 대학생들의 의식부터 고민해 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성시권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어린 학생에게 ‘돈이면 다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행사 전문 기획사들의 영업 실태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비도덕적인 로비 문화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과연 어떠한 길을 걸을지 자명한 일 아니겠느냐”며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