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발연기 `하균神`의 이중생활(인터뷰)

by양승준 기자
2012.01.25 06:11:24

KBS2 `브레인` 열연..걸음걸이와 휴대전화 받는 동작까지 신경 써
"연기대상, 꿈꾼 것 같다"
"송강호 선배가 `이강훈 선생`이라 불러"
발연기? 일종의 보너스!
차기작은 영화


▲ 신하균(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배우 신하균(37)은 `작은 거인`같다. 그와 동의어가 있다. 카리스마와 광기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체불가의 연기 열정. 신하균의 진가는 KBS2 드라마 `브레인`에서 빛났다. 그는 명품 연기로 시청자를 압도했다. `하균신(神)`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신하균은 물러섰다. "`하균신`? 처음에는 (내 이름의)미국식 표현인 줄 알았다." 신하균이 재치있게 응수했다. 인터뷰 초의 긴강감이 순식간에 `쨍`하고 깨졌다.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난 막걸리 좋아한다." `브레인` 속 `냉혈한` 이강훈은 거기에 없었다.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매력적이었다. 강한 듯하면서 연민이 느껴졌고 안타까웠다. 선과 악이 공존해 많은 사람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특히 한국 남성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다. 드라마는 열린 결말로 끝났지만 이강훈은 계속 그런 이중적인 모습으로 살아갈 것 같다. 크게 변하진 않겠지.

가끔 주위에서 휴대전화 통화하는 법이 독특하다고 하더라. 이강훈은 다른 사람의 말을 다 귀담아듣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할 말만 하는 유형이지.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전화기를 귀에서 멀찌감치 떨어트려 받는 식으로 연기했다. `브레인` 찍으면서 캐릭터를 보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걸음걸이와 말투도 신경썼다. 손동작도 많이 활용했고.
▲ KBS2 `브레인`
꿈꾼 것 같다. 시상식 당일 오전부터 `브레인` 촬영하다 잠깐 틈내 식장 갔다가 다시 촬영장으로 복귀했다. 시상식 가서도 대사 걱정뿐이었다. 제대로 기쁨을 못 누렸다. 물론 지금 이런 상황은 행복하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다양한 작품을 할 기회가 생긴 게 배우로서 가장 즐겁다.

많이 바쁜 분이시잖나. 그런데 `브레인`을 꽤 시청하신 것 같더라. 휴대전화 문자로 `드라마 잘 봤다`는 말도 해주셨고. 그렇게 관심 가져주셔서 고마운 마음에 대상 받고 감사 말씀 전한 거다. 드라마 촬영 끝나고 가끔 통화하는 데 선배가 날 `이강훈 선생님`이라 부르더라.



무심한 편이다. 다정다감하지도 못하고. 인기도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이강훈처럼 카리스마 있거나 자신감 넘치는 사람도 못 된다. 오히려 남자들이 좋아하는 성격이다. 술 좋아하고 얘기 잘 들어주고. 연애를 해야 되는데 좀처럼 기회가 없다. 소개팅을 좋아하지도 않고. 결혼? 아직 계획은 없다. 집에서 압박도 없고.

지혜(최정원 분)에게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괜한 트집을 잡는 장면 등을 일부러 어색하게 연기했다. 이강훈이 워낙 사랑 표현에 서툰 사람이잖나. 어떤 분은 그 모습을 보고 `초딩 이강훈`이라고 부르더라. 재미있게 보시라고 편하게 연기했다. 일종의 `보너스`라고 할까. 극이 갈수록 감정적으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종의 쉬어가는 차원 정도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런데 촬영 같이하던 동료 배우들도 놀라더라.
▲ 신하균
영화 속 나를 보시고 많이 얘기들 해주신다. 하지만, 실제 나와 거리가 멀다. 난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일을 처리하는 데 능동적이지도 않고. 일상은 게으르고 무기력한 쪽에 가깝다. 쉴 때는 주로 등산하러 다닌다. 자전거를 타거나.

정진영 선배와는 영화 `킬러들의 수다` 후 오랜만의 작업이었다. `브레인`에서는 항상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너무 대놓고 소리 지르고 눈 부라리고 했으니. 이강훈이 산 것도 다 김상철이 있었기 때문이고 정진영 선배가 존재한 덕이다. 내가 어떻게 하든 연기를 다 받아주니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됐다. 나중에 조촐하게 소주 한 잔 마시며 `그동안 죄송했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다. 이강훈이 마지막까지도 김상철 교수의 말을 안 들었지 않나.

극 중 어머니 김순임(송옥숙 분)이 세상을 떠나고 이강훈이 한 독백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물방울 무늬였어요 엄마가 그날 입던 옷이요..`하며 돈가스 얘기하고. 대본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표현을 해주는구나 싶었다. 그 부분은 애드리브 없이 대본 그대로 갔다. 가장 슬플 때 가장 즐거웠을 때의 감정을 보여줘야 해서 촬영 중 가장 감정이 벅찬 순간이기도 하다.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돈가스에 대해 가진 추억 하나쯤은 있을 거다.

당분간 특별한 계획은 없다. 화보 촬영차 해외 잠깐 다녀올 생각이다. 차기작은 영화가 될 거 같다. 작품 선택에 있어서는 새로움이 중요하다. 전형적인 캐릭터만 아니면 된다. 장르는 상관없다. 로맨틱 코미디도 좋고 사극도 흥미로울 것 같다. 한 번도 안 해본 분야니.
▲ 신하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