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밖'에서도 노래…콘서트 공식 바꾼 400분[문화대상 이 작품]

by김현식 기자
2026.06.30 05:30:00

심사위원 리뷰
이승윤 '2026 이승윤 콘서트 밖'
무대·객석 허문 파격 동선
단독공연에 페스티벌 접목
공연 형식 새 가능성 제시

[윤동환 엠와이뮤직 대표] 콘서트에는 늘 경계가 존재한다. 아티스트는 무대 위에 있고, 관객은 그 아래에서 무대를 바라본다. 무대와 객석, 공연자와 관람자라는 구분은 오랫동안 콘서트의 문법처럼 여겨져 왔다.

이승윤 단독 콘서트 ‘밖’ 공연 장면(사진=마름모)
싱어송라이터 이승윤은 그 문법을 조금씩 흔들어왔다. 그의 공연을 여러 차례 지켜본 관객이라면 익숙한 장면이 있다. 공연 도중 무대 위에서 사라진 이승윤이 객석 뒤편이나 통로, 관객들 사이에서 노래하는 모습이다. 공연장 곳곳을 누비는 이승윤과 그를 분주히 뒤쫓는 경호팀의 움직임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이승윤이 지난달 16~17일 양일간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 후면광장에서 연 단독 콘서트 제목 ‘밖’(2026 이승윤 콘서트 밖)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밖’은 단순히 공연 장소가 야외라는 의미가 아니다. ‘무대 밖’, ‘형식 밖’, ‘관습 밖’ 등 이승윤이 오랫동안 공연을 통해 보여준 태도를 하나의 단어로 응축한 제목이다.

이승윤 단독 콘서트 ‘밖’ 공연 장면(사진=마름모)
이승윤 단독 콘서트 ‘밖’ 공연 장면(사진=마름모)
이승윤은 무려 400분간 야외 스탠딩 공연으로 펼친 ‘밖’을 통해 관객들에게 하루를 온전히 음악 안에서 보내는 축제같은 시간을 선물했다.



그는 ‘도킹’, ‘캐논’, ‘역성’, ‘폭죽타임’, ‘들키고 싶은 마음에게’ 등 총 34곡을 선보였다. 거친 록 사운드와 섬세한 감정선을 넘나드는 라이브 실력은 이번 공연에서도 빛을 발했다. 워터캐논, 레이저 퍼포먼스 등을 활용한 다채로운 무대 연출은 공연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여기에 노을이 무대를 물들이고, 어둠이 내려앉은 뒤 조명이 공간을 채우는 과정까지 공연의 일부가 되며 야외 공연만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첫째 날에는 모스힐, 심아일랜드, 잠비나이, 너드커넥션, 둘째 날에는 산만한시선, 신인류, 오월오일, 한로로가 게스트로 참여해 무대를 함께 채웠다. 이들은 각자의 음악으로 ‘밖’이라는 세계를 함께 완성한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이승윤 단독 콘서트 ‘밖’ 공연 장면(사진=마름모)
이승윤 단독 콘서트 ‘밖’ 공연 장면(사진=마름모)
이런 구성은 서태지가 2008년과 2009년 주최한 록 페스티벌 ‘ETP 페스트’를 떠올리게 했다. ‘ETP 페스트’ 무대에는 마릴린 맨슨, 나인 인치 네일스, 림프 비즈킷, 킨, 드래곤 애쉬, 데스 캡 포 큐티, 에픽하이, 스키조, 피아 등 다양한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올라 축제를 함께 이끌었다.

‘ETP 페스트’가 서태지를 중심으로 국내 록 페스티벌 문화를 확장시켰다면, 이승윤의 ‘밖’은 단독 콘서트 안으로 페스티벌의 문법을 끌어들여 또 다른 공연의 형태를 제시했다. 한 아티스트를 중심에 두되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뮤지션이 무대를 함께 꾸몄고, 관객은 한 사람의 공연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음악 생태계를 경험했다.

‘밖’은 기존 콘서트의 틀을 넘어 공연의 가능성을 넓힌 하나의 실험이었고, 그 실험은 충분한 설득력을 얻었다. 이승윤은 이번 공연을 통해 단독 콘서트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그렇기에 기대는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향한다. 다음에는 어디에서, 어떤 형식으로 또 다른 ‘밖’을 선보일까. 그의 새로운 실험이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