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 없는 '천하장사' 김민재 "올해 제 점수요? 100점이죠"
by이석무 기자
2025.12.01 00:00:00
2025 천하장사대회서 압도적 힘과 기술로 우승 트로피
넷플릭스 '피지컬 아시아' 통해 대중적 인기도 한 몸에
"흔들리지 않고 정상의 자리 오래 버티겠다" 각오
[의성=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올해 제 점수요? 천하장사 됐으니 100점이죠.”
올해도 민속씨름 모래판은 ‘김민재 천하’였다. 날고 기는 여러 장사들이 칼을 갈고 도전장을 던졌지만 ‘모래판 괴물’의 적수가 되지는 못했다.
| | 2025 천하장사에 등극한 뒤 기뻐하는 김민재. 사진=대한씨름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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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23·영암군민속씨름단)는 지난 29일 경북 의성군 의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5 의성천하장사씨름대축제’천하장사 결정전에서 김진(36·증평군청)을 3-0으로 누르고 황소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개인 통산 세 번째 천하장사 등극이었다. 김민재는 2022년 울산대 재학 시절 ‘모래판의 황제’ 이만기 인제대 교수 이후 37년 만에 대학생 천하장사로 꽃가마에 올랐다. 이후 영암군민속씨름단에 입단한 뒤 지난해와 올해 대회 2연패를 이뤘다.
아울러 김민재는 올해 설날장사·추석장사에 이어 명절 대회를 모두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통산 장사 등극 횟수는 17회(백두장사 14회, 천하장사 3회)다.
지난해 김민재는 천하장사에 오른 뒤 아이처럼 눈물을 펑펑 쏟았다. 부상으로 고생하다 힘겹게 이룬 우승이어서 더 감격스러웠다. 올해는 울지 않고 환하게 웃었다. 대회를 앞두고 착실히 준비하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우승 과정도 완벽했다. 8강에서 김무호(22·울주군청)에게 첫 판을 내준 것을 제외하고 단 한 판도 허락하지 않았다. 4강에서 동갑내기 라이벌인 최성민(23·태안군청)을 2-0으로 누른데 이어 장사 결정전에서도 두 차례 천하장사 타이틀에 빛나는 베테랑 김진을 단 세 판 만에 제압했다.
대형 트로피와 함께 우승 상금 1억 원을 받은 김민재는 경기 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올해 자신의 점수를 ‘100점’으로 매겼다. 그는 “시즌 초엔 부상과 부진으로 50점 밖에 안됐지만 추석과 설날 명절 대회를 잇달아 석권하며 남은 50점을 채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8강에서 많이 긴장했는데 그 고비를 넘기니 경기 흐름이 풀렸다”고 덧붙였다.
| | 천하장사 황소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김민재. 사진=대한씨름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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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고비는 김무호와의 8강전이었다. 김민재보다 한 살 어린 김무호는 한 체급 아래 한라장사급 선수다. 이번 천하장사 대회를 앞두고 체중을 다소 늘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김민재보다 30kg 이상 가벼운 상대였다.
하지만 김민재는 김무호의 기습적인 다리기술에 첫 판을 내줬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체급은 낮아도 최근 4년간 한라장사를 9번이나 지낸 막강한 선수였다. 어떤 선수라도 가볍게 봐선 안 된다는 기본을 다시 깨우쳤다.
다시 전의를 다진 김민재는 연속 두 판을 따내 김무호의 돌풍을 잠재웠다. 큰 고비를 넘긴 이후 우승까지 가는 길은 순탄, 그 자체였다. 김민재는 “김무호 선수에게 한 판을 내준 것이 오히려 예방주사처럼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며 “강하다는 건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세서 당황했다”고 털어놓았다.
김민재는 올해 모래판 밖에서도 인기가 폭발했다.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아시아’에 출연한 뒤 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씨름에 대해 전혀 몰랐던 일반 팬들도 김민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심지어 ‘자이언트 베이비’라는 귀여운 별명까지 얻었다. 이날 의성종합체육관에는 김민재를 응원하는 팬들이 대거 몰려 관중석에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김민재는 “‘피지컬 아시아’ 이후 몇 주 만에 갑자기 관심이 쏟아져 신기하지만, 그만큼 부담도 크다”면서 “프로스포츠는 결국 팬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 같다. 나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종목 자체에 관심이 있어야 선수도 살고, 판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방송가의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김민재는 “요즘 방송, 행사 섭외 요청이 많다”며 “대회를 마쳤으니 연말에는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본은 훈련과 시합”이라며 본업을 강조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뤘지만, 김민재는 결코 멈출 생각이 없다. 그는 “일단 팀 선배님들의 기록을 하나씩 넘어서는 것이 1차 목표다. 목표를 이루고 나면 이제 내가 다음 세대의 새로운 목표가 될 것”이라면서 “흔들리지 않고 이 자리에서 오래 버티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