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사단' 안현민 vs '상무' 송승기...군대가 배출한 신인왕 후보들

by이석무 기자
2025.06.10 00:00:00

KT 안현민, 5월에만 홈런 9방 폭발...'수원 스탠튼' 찬사
LG 송승기, 1선발급 5선발 활약...평균자책점 국내 1위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신인왕 경쟁 맞아? MVP 경쟁 아냐?”

한 프로야구 관계자는 올 시즌 신인왕 경쟁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2025시즌 KBO리그 신인왕 경쟁은 ‘경력직’의 대결이다. 냉정하게 봤을 때 신인이라 하기에 살짝 쑥스럽지만 분명 신인이 맞다.

LG트윈스 좌완투수 송승기. 사진=연합뉴스
LG트윈스의 프로 5년차 좌완 선발 송승기(23)와 KT위즈의 프로 4년차 오른손 거포 안현민(21)이 주인공이다.

올 시즌 1군 풀타임 첫 시즌인 송승기의 수식어는 ‘1선발 같은 5선발’이다. 12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 3패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전체 3위이자 국내 투수 중 1위다. 다승도 공동 4위다. 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라 불러도 손색없다.

안현민도 임팩트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올 시즌 36경기에 나와 타율 0.328 10홈런 35타점을 수확 중이다.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는데도 홈런 공동 9위다. 5월 한 달 동안 홈런 9개를 몰아쳐 월간 MVP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송승기와 안현민은 프로 물을 먹은 지 꽤 됐다. 그럼에도 아직 신인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1군 무대 경험이 적었기 때문이다. 송승기는 올 시즌 전까지 1군에서 8경기 9⅓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안현민도 작년 16경기에서 29타석을 소화했을 뿐이다.

KBO 규정에 따르면 △입단 후 5시즌 이내 △투수는 30이닝 이내 △타자는 60타석 이내의 누계 출장 수를 초과하지 않은 선수는 신인으로 간주된다. 송승기는 올해가 신인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 마지막 해다. 안현민도 간신히 신인 자격을 충족한다.

송승기와 안현민 모두 프로 데뷔 후 군복무까지 마쳤다. 누군가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고 했던가. 군생활은 두 사람의 선수 인생을 바꿔놓았다.

송승기는 야탑고를 졸업하고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 87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 시절에는 뚜렷한 강점이 없었다. 구속과 제구 모두 특출나지 않았다. LG는 왼손투수라는 점에 주목해 9라운드에서 뽑았다.



KT위즈 오른손 거포 안현민. 사진=KT위즈
지난해까지도 송승기는 주목받지 못했다. 데뷔 후 1군 등판 경험이 8경기 9⅓이닝에 불과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후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2년 연속 퓨처스리그(2군)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 기대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난해는 20경기에 선발 등판해 11승 4패 평균자책점 2.41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송승기를 눈여겨본 염경엽 LG 감독은 스프링캠프 시작 전부터 그를 5선발로 낙점했다. 그 선택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송승기의 역투가 없었다면 LG의 선두 질주는 불가능했다. 염경엽 감독은 “똑같은 145km를 던져도 공의 회전수와 수직 무브먼트가 좋다보니 안타를 잘 맞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안현민은 올 시즌 KBO리그가 낳은 대표 히트상품이다. 젊은 거포가 보이지 않았던 프로야구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마산고를 졸업하고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38순위로 KT에 지명된 안현민은 원래 포수였다가 외야수로 전향했다.

입단 당시에는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강원도 양구 21사단에서 취사병으로 현역 복무를 했다.

복무기간이 짧아졌다고 해도 야구선수가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하지만 안현민에게는 오히려 기회였다. 야구 기술적인 부분은 내려놓고 온전히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90kg도 나가지 않았던 체중을 100kg 이상으로 불렸고, 늘어난 체중은 근육으로 채워졌다. ‘벌크업’ 된 파워는 더 많은 홈런으로 이어지고 있다.

KT 팬들은 안현민에 열광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거포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닮았다고 해서 ‘수원 스탠튼’이라는 별명까지 선물했다.

송승기는 애써 신인왕 욕심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수상이나 개인 성적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냥 매 경기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선발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겠다”는 생각 뿐이다“고 말했다.

안현민은 조금 더 솔직하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신인왕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송승기 선수가 신인왕이 유력한데 어떤 공을 던지는지, 어떤 자신감으로 타자를 상대하는지 궁금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