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아들’ 차두리…“감독으론 아버지 뛰어넘겠다”

by허윤수 기자
2025.02.21 00:00:00

화성FC 사령탑으로 첫 프로 지휘봉
"생각했던 축구가 프로에서도 통할지 궁금해"
아버지와의 비교엔 "부담이지만 모두 내가 택한 일"
차범근, "영향력 있는 지도자 됐으면"
주장 우제욱, "선수 심리까지 세세하게 소통해"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감독으로 처음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차두리 화성FC 감독이 아버지인 차범근 전 감독을 뛰어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코치, FC서울 18세 이하(U-18) 팀 오산고 감독, FC서울 유스강화실장 등을 거친 차 감독은 프로 사령탑으로 올해 첫발을 내딛는다. 올 시즌부터 K리그2에 합류하는 막내 구단 화성FC의 지휘봉을 잡았다.

차 감독은 19일 하나은행 K리그2 2025 개막 미디어데이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설레는 마음도 있고 적당한 긴장감도 있다”며 “항상 머리 속에서 생각했던 축구가 프로 무대에서도 좋은 모습으로 실현될지 궁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 감독과 함께 처음 프로 무대에 뛰어든 화성의 객관적인 전력은 약하다. 선수단도 지난해까지 K3리그(3부리그)에 있던 선수들과 다른 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이 모였다. 이를 잘 아는 차 감독은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보다는 “간절함으로 ‘화성이 저런 축구를 하는구나’, ‘화성 경기 보러 가자’는 말이 나오게 하겠다”고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학생을 지도할 때는 꿈을 키워주는 게 중요했는데 이젠 경기장 안에서 바로 보여줘야 하는 게 프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어리고 완성된 선수들이 아니기에 동기부여와 완벽함을 요구하는 중간 지점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차 감독에겐 선수 시절부터 늘 ‘차범근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아버지인 차범근 전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인 만큼 떼려야 뗄 수 없는 호칭이다. 차 감독에겐 목표이자 부담이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차 감독은 지난 2015년 3월 국가대표 은퇴식에서 “항상 아버지를 보고, 그 명성에 도전했다”며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현실의 벽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그는 “존경심과 함께 한편으론 아버지가 밉다”면서 “축구를 너무 잘하셔서 아무리 잘해도 그 근처에 가지 못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지도자 생활도 차범근 전 감독의 그림자 뒤에서 시작한다. 차범근 전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울산현대(현 울산HD), 수원삼성 등을 지휘했다. 특히 수원삼성에서는 K리그1 2회, 대한축구협회(FA)컵 1회 우승 등을 이끌었다.

차 감독은 “축구계에 종사하는 동안 매번 비교될 수밖에 없다”며 “아버지의 이름이 워낙 크기에 항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그러면서도 “혹시 알아요? 잘 준비하면 감독으로는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라며 웃었다. 차범근 전 감독의 조언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동계 훈련을 비롯해 일정이 바빠서 아버지와 길게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를 접한 차범근 전 감독은 아들에 대해 “선수 시절 1·2부리그 팀과 축구판 밑바닥을 돌며 많은 경험을 했다”며 “스타가 아닌 선수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선수로는 부족했지만, 감독으로는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또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도 지내는 등 이론 면에서는 최고 수준에서 보고 배웠기에 나와 비교할 수 없다”며 “영향력 있는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차두리 감독과 우제욱.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차두리와 이을용. 사진=AFPBB NEWS
선수들은 ‘감독 차두리’의 지도 방식을 어떻게 느낄까. 화성 주장 우제욱은 “처음 마주했을 때 분위기부터 달랐다”며 남다른 위압감을 전했다. 그는 “유럽 생활을 비롯한 풍부한 경험을 선수들에게 잘 얘기해준다”면서 “개개인의 심리까지 중요하게 여겨 세세하게 소통한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K리그2에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차 감독과 함께 뛰었던 이을용 경남FC 감독, 윤정환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이 있다. 이들의 맞대결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차 감독은 “축구 선수 생활을 하며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이라면서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만나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월드컵으로 국민들께 많은 기쁨을 드렸는데 이제 지도자로 다시 한번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