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는 펄펄, 투수는 울상' 프로야구 타고투저 현상 뚜렷, 왜?

by이석무 기자
2024.06.18 00:00:00

올 시즌 18홈런으로 홈런왕 경쟁을 벌이는 KT위즈 강백호. 사진=연합뉴스
올 시즌 30홈런-30도루에 도전하는 KIA타이거즈 김도영.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는 2024 프로야구 KBO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타고투저’다. 타자들은 펄펄 나는 반면 투수들은 죽을 맛이다.

16일 경기까지 마친 현재 올 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평균 타율은 0.276다. 팀 타율 1위인 KIA는 3할에 육박하는 0.289다. 최하위 삼성도 0.268다. 예전 같으면 충분히 중상위권에 오를만한 수치다. 지난해 리그 평균 팀타율은 0.263이었다. 지난해 타율 순위에서 3할을 넘긴 선수는 14명이었다. 올해는 아직 시즌 중반이지만 23명에 이른다.

홈런 기록에서 타고투저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에는 10개 구단이 펼친 총 720경기에서 924홈런이 나왔다. 경기당 1.28홈런이 터졌다. 올해는 극적으로 홈런이 늘어났다. 전체 경기 수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350경기를 치른 현재 659홈런이 터졌다. 경기당 평균 1.88개로 지난해보다 0.6개나 늘어났다.

지난해 30홈런을 넘긴 선수는 홈런왕에 등극한 노시환(한화·31개) 1명뿐이었다. 올해는 아직 리그 절반도 소화하지 않았는데 홈런 선두 맷 데이비슨(NC)이 벌써 20홈런에 도달했다. 15개 이상 홈런을 친 선수도 9명이나 된다. 시즌이 끝날 때면 30홈런 타자가 10명 이상 나올 전망이다. 공격이 잘 이뤄지니 득점도 훨씬 높아졌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은 10.51점이다. 지난해 9.20점보다 1.31점이나 상승했다.

투수들은 울상이다. 연일 난타를 당하면서 몸과 마음이 힘들다. 지난해 리그 평균자책점이 4.14였던데 반해 올해는 4.83으로 치솟았다.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 가운데 2점대 평균자책점이 6명이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해는 평균자책점 선두 제임스 네일(KIA·2.21)이 유일하다.

1년 만에 타자들 실력이 갑자기 좋아졌을리는 없다. 선수 외적인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예가 ABS 시스템(자동볼판정시스템) 도입이다. 구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이용해 컴퓨터가 스트라이크-볼을 자동으로 판정하는 ABS 시스템은 투수와 타자에게 모두 새로운 도전이었다.



ABS 도입 결정 직후에는 투수들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타자가 더 잘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ABS 스트라이크존은 사람 심판이 판정하던 그전에 비해 높은 쪽 스트라이크를 더 많이 잡지만 좌우 폭은 빡빡해졌다는 평가다. 좌우 스트라이크 판정에 박하다 보니 투수들은 안으로 공을 던질 수밖에 없다. 공이 가운데로 가까워질수록 타자 배트에 걸릴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높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더 많이 잡아준다는 것도 꼭 투수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높은 쪽 공이 실투성이 될 때 장타로 연결되는 확률이 굉장히 높다”며 “높은 쪽 공들이 스트라이크에 더 많이 잡히다 보니 타자들도 그쪽 공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스 크기가 15제곱인치(38.1㎠)에서 18제곱인치(45.72㎠)로 커지면서 ‘뛰는 야구’가 더 활발해진 점도 투수들에겐 고역이다. 베이스 크기가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주자가 뛰는 베이스 사이 거리가 좁아졌다는 의미다. 미세한 차이기는 하지만 간발의 차로 아웃과 세이프가 갈리는 주루에선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실제로 올 시즌 350경기에서 도루는 630개가 나왔다. 경기당 1.8개다. 반면 지난해는 경기당 1.44개였다. 도루로 한 베이스를 더 가면 그만큼 득점 확률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현장에선 공의 반발력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KBO는 지난 3월 말 공인구 수시 검사 평균 반발계수가 0.4203으로 측정됐다고 발표했다. 합격 기준(0.4034∼0.4234) 상한선에 육박하는 높은 수치다. 4월 말 검사에서는 0.4149로 조금 내려갔지만 여전히 기준 내 상단에 있다. KBO는 “일부러 반발계수를 높이거나 낮추지 않는다”라고 해명했지만 선수들은 “확실히 작년보다 공이 더 잘 나간다”고 입을 모은다.

그밖에도 KBO가 올해 시범 운영하는 피치클락도 투수들에게 불리한 요소라는 지적이다. 피치클락은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투수가 일정 시간 안에 공을 던져야 하는 제도다. 올 시즌은 정식 도입되지 않았지만 시간에 쫓긴 채 공을 던진다는 것은 투수 입장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