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모두 아픈 손흥민, 그래도 팬들 고마움 잊지 않았다

by이석무 기자
2024.02.19 00:00:00

토트넘의 손흥민이 황희찬이 속한 울버햄프턴에게 패한 뒤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AP PHOTO
울버햄프턴의 황희찬(왼쪽)이 토트넘과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팀동료 주앙 고메스(가운데)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몸과 마음 모두 상처를 입은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대표팀 동료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코리안더비’에서도 아쉬운 패배를 당한 뒤 고개 숙였다. 그래도 경기 후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손흥민이 이끈 토트넘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홈 경기에서 황희찬의 울버햄프턴에 1-2로 패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나란히 선발 출전했지만 둘 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를 마친 뒤 황희찬이 팀 동료와 함께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친 반면 손흥민은 굳은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그래도 두 선수는 경기 후 라커룸에서 따로 만나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대화를 나눴다. 지난 7일 요르단과 아시안컵 4강전에서 패한 뒤 11일 만의 재회였다.

손흥민은 아시안컵 요르단과 4강전을 앞두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물리적인 충돌을 빚는 과정에서 손가락 탈구 부상을 당했다. 그 여파로 이날 경기도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경기에 임했다.

아픈 부분은 손가락만이 아니었다. 마음의 상처는 더 컸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토트넘 구단 채널인 ‘스퍼스플레이’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가장 힘들다고 할 수 있는 한 주를 보냈다”며 “팬들이 나를 다시 행복하게, 힘이 나게 해줬다”고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다보니 경기력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슈팅을 1개도 때리지 못했다. 몸놀림이 눈에 띄게 무거웠다. 가끔씩 손가락을 만지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6.04점을 매겼다. 토트넘 선발 출전 선수 11명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다. 풋볼런던도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한 뒤 손흥민에게 팀에서 가장 낮은 5점을 줬다.

손흥민은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너무 아쉬운 경기였다”면서도 “울버햄프턴과 황희찬 선수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담담히 소감을 밝혔다.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팬들에 대한 마음은 그대로였다. 손흥민은 “이런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많은 한국팬들이 경기장에 오셨는데 홈에서 이기지 못하고 아쉬운 모습을 보여드려 너무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한 “이런 성원을 받아 너무나 감사하고 축구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사랑해주는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축구를 하고 있다고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승리를 맛본 황희찬은 한결 표정이 밝았다. 그는 “토트넘 같은 큰 팀을 상대로 멋있는 경기장에서 이길 수 있어 너무 기쁘고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면서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됐는데 조금이나마 팀 승리에 도움이 돼 기분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쉽게 골은 넣지 못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길 바란다”며 “한국에서 오신 분들, 또 한국에서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