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BC 통해 세대교체 희망 확인한 한국 야구,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by이석무 기자
2023.11.21 01:00:00
|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3회초 1사 1,2루에서 노시환이 2타점 적시타를 친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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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한국 선발 곽빈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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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목표했던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일본전 연패도 끊지 못했다. 그래도 한국 야구는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19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대회 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일본과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3-4로 석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한국 야구가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소득은 만만치 않다. APBC 대회는 ‘24세 이하 또는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들이 참가한다. 여기에 29세 이하 와일드카드를 3명까지 포함할 수 있다.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사회인야구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던 일본은 이번 APBC 대회에 주목받는 프로 유망주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항저우 아시안게임과는 비교가 안 되는 팀 전력이었다.
한국은 그런 일본과 예선과 결승 두 차례 맞붙어 모두 1점 차로 패했다. 예선 2차전에선 1-2로, 결승전에선 연장 혈투 끝에 3-4로 아깝게 역전패했다. 두 경기 모두 일본에 맥없이 패하지 않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접전을 이어갔다. 당장은 이기지 못했지만, 앞으로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일본, 대만, 호주는 와일드카드 3명을 모두 활용했다. 한국과 결승전에서 뛰었던 일본 선발투수 이마이 다쓰야(세이부 라이온즈)를 비롯해 주전 포수 사카쿠라 쇼고(히로시마 도요 카프), 마무리 다구치 가즈토(야쿠르트 스왈로스) 모두 와일드카드 선수다.
반면 한국은 젊은 선수들이 국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와일드카드 사용을 최소화했다. 26살인 중견수 최지훈(SSG랜더스)만 유일한 와일드카드였다. 대부분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임에도 와일드카드를 총출동시킨 일본과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궈냈던 멤버들의 활약이 이번에도 빛났다. 호주와 예선 1차전에서 5⅔이닝 5피안타(1홈런) 2실점으로 호투한 문동주(한화이글스), 결승 길목에서 맞붙은 대만과 경기에서 5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원태인(삼성라이온즈)은 국제용 에이스로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담 증세로 아시안게임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곽빈(두산베어스)도 일본과 결승전에서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하면서 항저우에서 아쉬움을 싹 날렸다.
타선에선 노시환(한화)이라는 확실한 ‘대표팀 4번타자’를 발굴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노시환은 나흘 연속 안타를 생산하는 등 18타수 7안타 타율 .389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타선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2개 대회 연속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김혜성(키움히어로즈)은 리드오프 역할을 책임지면서 그라운드 안팎에서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끄는 리더십이 빛났다. 포수 김형준은 안정된 수비와 영리한 투수리드로 차세대 안방마님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유격수 김주원(이상 NC다이노스)은 한국 야구 유격수 계보를 이어갈 주역임을 입증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참가하지 못했지만 좌완 강속구 투수 이의리(KIA타이거즈)는 일본과 예선 2차전에서 6이닝 6피안타 3볼넷 2실점 호투로 대표팀 차세대 좌완 에이스로 기대감을 높였다.
불펜을 책임진 정해영(KIA), 최승용(두산), 최준용(롯데자이언츠)은 국제대회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KBO리그에서 보여준 힘있는 공을 마음껏 던졌다. ‘항저우 멤버’ 최지민(KIA), 김영규(NC)와 함께 뒷문을 든든하게 책임졌다. 일본과 예선전에서 솔로홈런을 터뜨린 김휘집(키움) 역시 국제용 타자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APBC 대회 준우승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 한국 야구는 더 확신을 갖고 세대교체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 야구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다시 르네상스를 열기 위해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한국 야구가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본적으로 KBO리그와 유소년 야구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대표팀 측면에서 볼 때는 대표팀 전임감독제가 하루빨리 뿌리 내릴 필요가 있다. KBO 사무국은 지난 7월 ‘팀 코리아 레벨업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대표팀을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게 이끌 수 있는 전임 감독제를 운용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APBC 대회에서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이끈 류중일 감독이 대표팀 전임감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류중일 감독도 일본과 결승전을 마친 뒤 “한국에 돌아가면 좀 더 일본 야구를 분석해서 공략법을 찾아내도록 하겠다”며 “(내년) 프리미어12에서는 더 나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표팀에 대한 강한 의지와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 야구가 꾸준히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대표팀의 상설화와 국제교류전 추진도 필요하다. WBC를 통해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선 일본의 경우 시즌 중에도 대표팀을 운영하면서 축구 A매치처럼 국가대항전 평가전을 치른다.
물론 정규 시즌 중에는 각국 리그 일정이 달라 국가대항전을 치르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정규 시즌 전후 기간을 활용해 평가전을 추진한다면 젊은 대표 선수들의 국제 대회 경험을 올리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