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축구 강국 자리매김한 한국 축구...그 다음 숙제는?
by이석무 기자
2023.06.12 00:00:00
| 10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에스탄시아 치카 훈련장에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과 김은중 감독 및 코칭 스태프가 훈련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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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축구의 르네상스가 활짝 열렸다. 지난해 성인대표팀이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기적을 이룬데 이어 20세 이하(U-20) 대표팀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감동적인 4강 스토리를 썼다.
한국 축구는 최근 U-20 월드컵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로 직전에 열렸던 2019년 폴란드 대회에선 준우승을 달성했다. 한국 남자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결승까지 진출한 것은 이 대회가 처음이었다.
2009년과 2013년 대회에선 8강까지 진출했고 2011년과 2017년 대회에도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 무대를 밟았다. 지역예선에서 탈락한 2015년 대회를 제외하고 최근 본선에 오른 6차례 대회에서 모두 조별리그 통과 이상 성적을 거뒀다.
특히 이번 대표팀의 경우 특출난 스타 없이 K리그 유망주들로 구성됐음에도 이런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한국 축구의 수준과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U-20 대표팀 멤버들은 2003, 2004년생들로 이뤄져 있다. 손흥민(토트넘)이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선수로서 꿈을 키운 세대다. ‘나도 손흥민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공을 차기 시작했다. 한국 선수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먹고 자랐다.
뿌리를 내린 K리그 유소년시스템은 한국 축구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대표팀 21명 가운데 81%인 17명이 K리그 소속이다. 약 66%인 14명은 K리그 구단 소속 U-18 팀을 졸업한 ‘유스 출신’이다. 직전 2019 폴란드 대회에선 21명 선수단 중 K리그 소속이 15명, K리그 유스 출신이 12명이었다.
한국 축구는 2008년부터 K리그 전 구단에 유소년 시스템이 의무화됐다. 이후 유소년팀들이 꾸준하게 성장하면서 좋은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의 K리그 유스 출신 선수 자료를 보면 그 비율은 매년 올라가고 있다. 2018년 25.7%(209명)에 불과했던 비율은 2019년 29.3%(244명), 2020년 31.9%(250명), 2021년 35.3%(269명), 2022년 36.6%(313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구단에서 자신들의 산하 유스 출신 선수를 등록한 비율도 2018년 13.3%에서 2022년 16.5%로 올랐다.
단순히 학교체육에만 선수 육성을 맡겼던 과거와 달라졌다. K리그 구단의 투자와 관심이 더해지면서 보다 체계적인 육성이 가능해졌다. 연중 주말리그로 진행되는 ‘K리그 주니어리그’는 유스 산하 선수들이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K리그 구단에서 활용하는 영상 및 경기 분석 데이터 및 피지컬 측정, 심리 분석 등의 지원은 유소년 선수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논란은 있지만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 ‘이기는 축구’에 익숙하다는 점도 U-20 월드컵 호성적의 이유로 볼 수 있다. 한국 축구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진학 등 여러 이유로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런 과정에서 단련된 멘탈은 U-20 월드컵 등 큰 대회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럽이나 남미 축구강국들이 연령별 월드컵에 신경을 덜 쓰기 때문에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축구 강국들은 나이가 어리더라도 이미 1군 성인무대에 올라간 선수들은 다시 유소년 시스템으로 내리지 않는다. 최근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확정된 잉글랜드 출신 ‘초신성’ 주드 벨링엄(2003년생)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중인 알레한드로 가르나초(2004년생)도 나이만 놓고 보면 U-20에 해당하지만 이번 U-20 월드컵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차상엽 JTBC 축구 해설위원은 “유럽 축구 강국의 유소년 시스템 핵심은 선수 개인의 기량을 키우는 것이다”며 “물론 U-20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기쁜 일이지만 육성이라는 큰 틀에서 놓고 볼때 승리가 절대적인 목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국 축구의 고민은 U-20 월드컵에서 거둔 성과를 어떻게 성인 단계로 이어가느냐다. 유소년 시스템에서 키운 선수들이 정작 1군에 올라왔을 때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숙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은중 감독의 가장 큰 고민도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었다. 대표팀 소집 초반에는 훈련에 어려움이 많았다. 선수들 대부분 출전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90분을 소화할 체력조차 갖춰지지 않았다. 김은중 감독이 훈련 때마다 가장 강조했던 말은 “운동장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달라”였다.
한 축구 관계자는 “유소년 시절에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경기를 뛰지 못하다 보니 성장이 멈추거나 후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K리그에 다양한 연령별 리그를 만들어 선수들이 꾸준히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부에서 뛰지 못하는 어린 선수들을 K리그2(2부리그)나 K3리그(3부리그) 등으로 임대를 보내 경기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