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핀 꽃’ 성유진, 데뷔 동기 박현경 꺾고 ‘매치 퀸’ 등극(종합)

by주미희 기자
2023.05.22 00:00:00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전
성유진, 시즌 첫 우승…투어 통산 2승째
박현경 등 ‘밀레니얼 3인방’에 가려 빛 못 봤지만
데뷔 5년 차에 기량 펼쳐…결승전서 4홀 차 승리
박현경은 최근 2년 동안 준우승만 9번

[춘천(강원)=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친구들보다 제가 항상 한 발 뒤처져 있었다. 그래서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실력이 비슷해질 수 있을지를 더 고민했다.”

성유진(23)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9억원) 결승전에서 동갑내기 친구 박현경(23)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이같이 말했다.

성유진이 21일 열린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사진=KLPGA 제공)
성유진은 21일 강원 춘천시의 라데나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박현경을 상대로 3홀 남기고 4홀 차(4&3) 승리해 ‘매치 퀸’에 올랐다. 지난해 6월 롯데오픈에서 KLPGA 투어 데뷔 4년 차에 첫 우승을 거둔 그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통산 2승째를 따냈다.

2019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성유진은 당시 데뷔 동기들이었던 동갑내기 박현경, 임희정, 조아연에 비해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시절부터 이름을 날린 친구들에 비해 성유진은 국가 상비군에서 활동한 것이 전부였다. KLPGA 투어에 데뷔하고 나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박현경, 임희정, 조아연은 ‘밀레니얼 3인방’이라고 불리며 치열한 신인상 경쟁을 펼쳤다. 당시 신인상은 조아연이 차지했고 3승을 거둔 임희정도, 여러 차례 우승 경쟁을 펼쳤던 박현경도 KLPGA 투어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반면 성유진은 신인상 랭킹 14위에 그쳤다. 상금 순위는 85위에 머물러 시드 순위전으로 향해야 했다. 그는 묵묵히 실력을 갈고닦았다. 2020년부터는 상금 랭킹이 32위로 크게 뛰었고 2022년에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첫 우승을 따냈다. 또 지난달 롯데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에 참가해 연장전 끝에 깜짝 준우승을 기록하며 실력과 정신력 모두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성유진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동갑내기 친구들과의 경쟁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이 늘 앞서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경쟁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저 나만의 골프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런 성유진의 마음가짐이 5년 차인 올해 빛나고 있다. 성유진은 이날 결승전에서 박현경을 꺾었고 공교롭게도 조별리그에서 조아연을, 16강전에서는 임희정을 제압했다. 파죽의 7전 전승을 거두며 우승을 거머쥔 그는 상금 2억2500만원을 받고, 대상 포인트도 60점을 획득했다.



성유진은 이날 오전 준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홍정민(21)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팽팽한 결승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성유진은 전반 2번홀부터 4번홀까지 세 홀을 연속으로 따내며 승기를 잡았다. 2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핀 1m 거리에 붙여 버디를 잡았고, 3번홀(파4)과 4번홀(파4)에서는 각각 5m 버디를 낚아 3홀 차로 앞섰다.

왼쪽부터 성유진과 박현경(사진=KLPGA 제공)
박현경이 7번홀(파3)에서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따라붙는 듯했으나, 성유진은 9번홀(파4)을 바로 가져오며 틈을 내주지 않았다.

성유진은 1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뒤로 넘어가는 바람에 보기를 범했지만, 12번홀(파5)에서 쇼트게임으로 1m 버디 기회를 만들었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어진 13번홀(파3)에서는 2.5m의 내리막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주먹을 크게 불끈 쥐며 우승을 예감한 듯한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4홀 차로 달아난 성유진은 15번홀(파4)에서 파 컨시드를 받고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성유진은 “하루가 정말 길었다. 쟁쟁한 선수들을 상대로 제 플레이를 이어간다는 게 쉽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올해 목표로는 메인 후원사가 주최하는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하는 것을 꼽았다.

박현경은 2021년 5월 크리스 F&C KLPGA 챔피언십에서 투어 통산 3승째를 거둔 뒤 2년 동안 준우승만 8번을 기록했다. 이번이 9번째 준우승으로 또 한 번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돌아섰다.

앞서 열린 3, 4위전에서는 홍정민과 나희원(29)이 연장 첫 홀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공동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