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깐느 박, 골든글로브 수상 가능성은 [스타in 포커스]

by김보영 기자
2023.01.11 06:00:00

10일(현지시간) 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박찬욱 감독 참석
'기생충' 이후 韓 영화 두 번째로 비영어 작품상 도전
박찬욱 첫 골든글로브 지명…칸 감독상 영광 재현할까
수상 시 오스카도 한발짝…'RRR'·'서부전선'이 강력 라이벌
'아바타2'는 작품상·감독상 후...

(사진=CJ ENM)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2020년 ‘기생충’(감독 봉준호)에 이어 한국 영화 두 번째로 비영어권 영화 작품상(구 외국어영화상)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을까.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10일(현지시간) 미국 LA 비버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비영어권 영화 작품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헤어질 결심’은 이날 시상식에서 △‘서부 전선 이상없다’(독일) △‘아르헨티나, 1985’(아르헨티나) △‘클로즈’(벨기에)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인도) 등 네 작품과 비영어권 영화 작품상 트로피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펼친다. 박찬욱 감독은 이날 시상식 참석을 위해 지난 3일 미국행을 택했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최하는 골든글로브는 매년 미국 LA에서 열리는 시상식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영화상으로 손꼽힌다. 매년 3월 열리는 아카데미보다 한 달, 혹은 두 달 정도 앞서 개최되기 때문에 아카데미 수상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골든글로브 수상에 성공하면 아카데미 수상 확률도 올라간다는 의미다. 아카데미 수상 후보는 오는 24일 발표로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미 ‘헤어질 결심’이 골든글로브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감독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만큼 미국 아카데미에서도 높은 확률로 수상 후보에 지명될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나라 작품이 골든글로브 수상에 성공한 것은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게 최초다. 이듬해인 2021년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윤여정 주연의 영화 ‘미나리’가 이 상을 수상했다. 다만 ‘미나리’는 한국어 대사가 나올 뿐,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가 만든 미국 영화다. 지난해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선 배우 오영수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배우 최초 TV 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헤어질 결심’이 수상하면 한국 영화 중에선 ‘기생충’ 이후 두 번째로 비영어권 작품상을 받은 작품이 된다. ‘기생충’은 골든글로브 수상을 바탕으로 작품상 등 오스카 4관왕의 역사를 쓴 바 있다. 골든글로브 수상 결과가 중요한 이유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와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국내 개봉 전인 지난해 5월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작품상 등 주요 트로피를 휩쓸며 ‘2022년 올해의 영화’로 존재감을 빛냈다.



칸 영화제에선 네 차례나 초청을 받은 그지만, 박찬욱 감독의 골든글로브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 인지도를 확보한 박찬욱 감독의 첫 후보 지명에 미국 현지에서도 비영어권 영화 작품상 주인공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높다.

경쟁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함께 수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의 면면이 화려하기 때문이다. ‘RRR’과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미국비평가협회상을 받으며 지난해 화제의 중심에 섰고, ‘클로즈’는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한 작품이다. ‘아르헨티나,1985’ 역시 베니스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수상과 함께 외신들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인도 독립 투사들의 영웅담을 그린 ‘RRR’과 전쟁의 참상을 그린 ‘서부전선 이상없다’가 특히 ‘헤어질 결심’을 위협할 유력 수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미국 매체 골드 더비가 실시한 ‘골든글로브 영화 부문’ 수상 예측에 따르면, 17명의 전문가들 중 14명이 ‘RRR’의 비영어권 작품상 수상을 내다봤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2표, ‘헤어질 결심’이 1표를 획득했다. 버라이어티는 영화평론가 32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한 결과, ‘RRR’이 9표로 가장 다수였고, ‘헤어질 결심’이 7표로 2위를 차지했다.

특히 ‘RRR’과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시상식 주최 측이 선호하는 사회 고발 및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깐느 박’ 박찬욱의 후광효과와 세계적 인지도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헤어질 결심’의 수상을 어느 정도 기대해도 좋다는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골든글로브 작품상 후보에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있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이 톰 크루즈 주연 ‘탑건: 매버릭’(이하 ‘탑건2’)과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더 페이블맨스’, ‘엘비스’, ‘타르’도 작품상 후보로 선정돼 경합을 펼친다.

감독상 부문은 ‘아바타2’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공동 연출한 대니얼 콴과 대니얼 쉐이너트, ‘엘비스’의 배즈 루어먼, ‘이니셰린의 밴시’ 마틴 맥도나, ‘더 페이블맨스’의 스필버그가 후보로 경쟁한다.

한편 골든글로브는 지난 2021년 영어권 중심의 인종차별, 심사위원 다양성 부족, 비리 운영 등으로 논란이 제기돼 보이콧 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중계를 맡아줬던 NBC 방송사의 보이콧으로 생중계 없이 시상식이 열리는 굴욕까지 맛봤다. 하지만 수상 부문 명칭 변경(외국어 영화상→비영어권 영화 작품상), 투명성 강화 등 주촤 측의 개혁 약속에 생중계는 올해부터 다시 재개한다. 박찬욱 감독이 칸에 이어 골든글로브의 선택을 받아 아카데미에 한 발 다가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