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전 65기' 황정미, 연장 혈투 끝에 신데렐라 등극.."아직도 꿈 같다"

by주영로 기자
2022.09.05 00:00:00

제11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연장 끝에 우승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김수지와 연장 혈투
1차 연장에서 6m 버디 기록, 프로 첫 승 감격
"꿈만 같고 엄마, 아빠에게 우승 선물할 수 있어 기뻐"

황정미가 4일 경기 용인시 써닝포인트CC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11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최종일 18번홀에서 연장으로 가는 버디를 기록한 뒤 주먹을 쥐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스타in 노진환 기자)
[용인(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1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7억원)에서 또 한 명의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황정미(23)가 4일 경기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3라운드 연장 혈투 끝에 프로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1타 차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황정미는 이날 버디 6개에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9타를 쳤다. 합계 14언더파 202타로 대회 2년 연속 우승을 노린 김수지(26)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돌입했다. 11회째 열린 이 대회에서 처음 펼쳐진 연장 승부에서 마지막에 웃은 것은 황정미였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1차 연장에서 황정미는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약 6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넣어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수지는 세 번째 샷이 홀을 크게 지나 떨어졌고, 버디 퍼트는 홀에 미치지 못했다.

2020년부터 K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황정미는 지난해 상금랭킹 65위에 그치면서 60위까지 주는 시드를 받지 못했다. 2년 만에 시드를 잃는 아픔을 맛봤지만, 작년 11월 열린 시드순위전에 나가 26위로 올해 출전권을 다시 받았고 이번 시즌 달라진 모습으로 우승에 조금씩 다가섰다.

올해 19개 대회에 출전한 황정미는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과 7월 호반 서울신문 위민스 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시드 걱정을 덜었다.

64개 대회에 출전하는 동안 우승 빼고 다 해본 황정미는 이번 대회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날 2라운드에서 버디만 10개 잡아내며 10언더파 62타를 쳐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을 세운 황정미는 김수지를 제치고 1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첫 우승을 눈앞에 둔 부담 때문이었을까. 최종일 1번홀(파4)에서 보기를 하며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불안감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3번홀(파5)에서 또 하나의 보기를 기록하며 선두에서 내려왔다.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했으나 후반 극적인 반전을 만들었다. 전반 마지막인 9번홀(파5)에서 이날 두 번째 버디를 기록한 황정미는 이후 10번(파4)과 12번홀(파3)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선두를 추격했다.

함께 경기하던 김수지가 14번홀(파5)에서 이글을 기록하며 2타 차 선두로 달아났을 때만 해도 우승의 추가 기울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황정미는 16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불씨를 살렸고, 정규 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2.5m에 붙인 뒤 버디로 연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2타 차 선두를 달리던 김수지는 15번홀부터 버디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끝내 연장을 허용하더니 끝내 우승 트로피를 황정미에게 내줬다.

(표=문승용 기자)
황정미의 우승으로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은 최근 5개 대회 연속 프로 첫 우승자를 배출했다. 2017년 김지현을 시작으로 2018년 정슬기, 2019년 박서진, 2021년 김수지에 이어 황정미가 새로운 신데렐라가 됐다. 역대 11번째 대회에선 2012년 이예정을 포함해 모두 6명의 첫 우승자가 나왔다.

우승상금 1억2600만원을 받은 황정미는 상금랭킹 25위에서 11위(3억3596만8667원)로 올라섰고, 부상으로 쌍용차의 신형 토레스를 받았다.

황정미는 “아직도 꿈같다. 정말 우승 생각을 못했는데 막상 우승을 이루니 가슴이 벅차고 기쁘다”며 “엄마와 아빠가 우승을 더 기다렸을 텐데 이번에 선물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신인 이예원(18)은 합계 12언더파 204타를 쳐 3위로 신인상 랭킹 1위를 굳게 지켰고, 한진선(25)과 고지우(20)가 공동 4위(이상 11언더파 205타)로 대회를 마쳤다.